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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입장문인가 자백인가... 일부 의혹은 인정해도 '다크 앤 다커'는 문제없다?

"P3 코드 사용했다면 '다크 앤 다커' 개발에 오히려 방해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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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3-27 14:37:36

넥슨 '프로젝트 P3'를 유출해 개발했다는 의혹이 있는 <다크 앤 다커>가 최근 스팀에서 차단됐다.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 개발사 아이언메이스가 올린 공지는 "넥슨의 왜곡된 주장으로 인해 <다크 앤 다커>에 대한 정리명령과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테이크다운을 받았다. 법무팀과 협력 중이며, 민감한 법적 특성 때문에 진술을 조심하겠다. 게임을 빨리 복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다크 앤 다커>개발사 아이언메이스는 27일 새벽 <다크 앤 다커> 디스코드에 장문의 영문 공지를 올렸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의 저작권이 있는 자료나 유용한 영업 비밀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보면 오히려 기존 의혹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모양새로 보이기도 한다. 아이언메이스가 27일 공개한 입장문을 정리해본다.

 

 


 

# 개인 서버를 사용하고 직원을 회유한 것은 맞지만...

 

아이언메이스가 가장 먼저 언급한 쟁점은 넥슨에서 징계해고를 당한 P3 프로젝트 리더의 개인 서버 사용과 관련된 것이었다. "첫 번째 쟁점은 우리 직원 중 한 명이 권한 없이 주요 자산을 개인 서버로 취득 및 전송하여 불법 전송을 초래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답변을 전했다.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넥슨은 원격근무 의무화 정책을 시행했고, 피고인은 2020년~2021년 넥슨 임원들로부터 서면 승인을 받아 외부 개인 서버를 활용했다. 피고인은 지도부에게 개인 서버를 계속 사용해도 되는지 물었고, 개인 서버 사용을 자제하라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피고인은 회사 전체의 원격 작업 정책을 우회하여 자신의 프로그래밍 팀이 사무실에 오도록 함으로써 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한 (개인) 서버를 제거하는 데 동의했다"

 

"개인 서버 철거를 시작했지만 코로나 파동의 불확실성으로 서버 철거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다. 그 결과 빌드 시스템과 일부 자동화된 스크립트가 그의 개인 서버에서 실행됐다. 코로나 확진으로 사무실 옆 건물들이 폐쇄되자 개인 서버를 완전히(fully) 사용하게 됐다. 모든 회사 컴퓨터는 모니터링됐고, 넥슨은 개발 기간 동안 개인 서버의 존재와 사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안팀으로부터 단 한 건의 경고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행동이 수용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기 쉬웠다."

 

"2021년 6월 상사와의 신뢰 관계가 깨지고 회사 분위기가 불투명해져 피고인은 넥슨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는 회사에서 조성된 불확실한 분위기가 퇴사 이유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그는 다음 행보에서 기존 팀원들에게 그들의 재능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P3 프로젝트와 같은 장르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어떤 개발이라도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은 아이언메이스 설립자 테렌스 박이 <다크 앤 다커>를 개발하기 위해 훔친 영업 비밀과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테렌스 박은 관련 내용을 모르며, 오히려 회사의 비전과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이 장부에 기록되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이언메이스는 27일 입장문에서 개인 서버 사용과 직원 회유를 인정했지만, P3와 <다크 앤 다커> 개발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 <다크 앤 다커>를 빠르게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이 영업 비밀과 기밀 정보를 사용하지 않고 이렇게 짧은 기간에 <다크 앤 다커>를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테이크다운 공지에서는 P3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도용이라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P3가 해당 기간 동안 제3자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넥슨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P3를 공개했고, 블로그와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전해졌다."

 

"이어 테이크다운 공지는 P3와 동일한 컨셉, 장르, 플롯을 가진 게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언메이스를 구성한 지 불과 10개월 만에 <다크 앤 다커> 데모/테스트 버전이 2022년 8월에 공개됐다며,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영업 비밀과 기밀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이렇게 짧은 기간에 <다크 앤 다커>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증거 없이 주장하고 있다."

 

"넥슨과 같은 대기업이 짧은 시간 안에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서, 규모가 작은 신생 스튜디오가 빠르게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초기에 더 큰 팀으로 시작했고, 프로그래밍을 중점에 두고 출발 팀 구성을 해 개발을 빨리 할 수 있었다. 또한 P3에는 서버 프로그래머가 없었지만, 아이언메이스는 처음부터 서버 프로그래머를 확보했다."

 

"어떻게 우리 게임을 빠르게 구축했는지 그 증거를 곧 발표할 것이다. 개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상점에서 구입한 에셋을 활용했고, 이런 구입 목록을 보여드리겠다. 초기 내부 플레이 테스트부터 최근 테스트까지 주요 마일스톤 빌드의 증거를 제공하는 비디오도 보유하고 있다. Git 버전 제어 저장소의 로그와 파일 목록을 공유해 도난당한 코드와 자산을 몰래 들여올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 확인할 예정이다."

 

"아이언메이스 주요 구성원들도 P3 프로젝트 개발팀에 있었고, P3가 얼마나 빠르게 구축되었는지 알고 있다. P3의 자산, 설계 및 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다크 앤 다커> 개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넥슨은 <다크 앤 다커>가 P3의  기밀 정보를 활용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넥슨이 첨부한 스크린샷.

 

# 유사성은 던전 크롤링 장르의 일반적 특징일 뿐?

 

아이언메이스는 피고인이 넥슨에 고소된 과정에 대해 "피고인의 퇴사 계획을 알게 된 직후 넥슨 지도부가 내부 감사팀을 급작스레 보내 개인 서버 사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비난"했다고 주장한다.

 

또 "피고인은 변호사와 상의한 후 개인 서버에 있는 그의 개인 정보는 어떤 기록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지었고,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정보를 삭제했다. 피고인은 회사에 의해 고소됐고,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 파일들을 훔치거나 유용했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넥슨은 <다크 앤 다커>와 P3 게임을 비교 분석했다면서, 2,338개 이상의 동일한 파일 이름을 가진 리소스를 발견했다고 했다. 인수 클레임에 첨부한 1,032개의 리소스 중 950개는 동일한 언리얼 엔진용 스토어에서 구입한 자산과 플러그인이다. 나머지 82개의 리소스 파일은 일반적인 1인칭 판타지 게임의 개념과 권장 파일 명명 규칙으로 인해 이름이 유사한 것이다. 넥슨이 파일 제공에 동의한다면 동일한 이름의 파일의 실제 내용을 비교 분석하는 것을 환영한다"라고 맞불을 놨다.

 

넥슨은 동일 파일명을 가진 2,338개 이상의 리소스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번 입장문에 첨부된 1,032개의 리소스 리스트 중 일부.

 

"캐릭터 디자인과 기타 설정 및 구조 디자인의 유사성도 모두 매우 전통적인 판타지 게임의 특징일 뿐이다. 제시된 유사성 중 어느 것도 독창적이지 않으며, P3와 <다크 앤 다커> 두 게임 모두 고전적인 판타지 던전 크롤러 장르에 속해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다."

 

"3D 그래픽 자산의 대부분은 언리얼 마켓에서 구매했지만, 캐릭터 콘셉트 아트와 UI를 포함한 많은 2D 그래픽 요소는 사내에서 생성했다. 우리는 곧 콘셉트 아티스트와 별도의 문서를 링크해 핵심적인 차이점과 왜 우리 작품이 P3 게임의 캐릭터를 침해하지 않는지 설명할 것이다."

 

"개념과 줄거리는 모두 의도적으로 전통적이고 일반적으로 만들었으며, <다크 앤 다커>의 주요 영감을 준 많은 판타지 게임들도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모험가들이 부를 찾기 위해 괴물과 보물로 가득한 지하감옥을 파헤친다는 전제는 너무 흔하고 일반적이라서 다른 판타지 게임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이언메이스는 챗GPT에게 일반적인 던전 크롤링 게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넥슨이 아놀드앤포터를 통해 제출한 문서 파일 중에는
캐릭터 디자인의 유사성을 지적한 부분도 보인다.

스토리, 설정, 게임 설명, 장르 안에서의 디테일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아이언메이스는 던전 크롤링 장르에 대한 챗GPT의 설명을 첨부하며 일반적인 특성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넥슨은 대형 로펌 아놀드앤포터와 손잡았다

  

<다크 앤 다커>가 DMCA 테이크다운으로 스팀에서 내려간 과정에서, 넥슨은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 로펌을 통해 문서를 제출했다. 아놀드앤포터는 미국, 유럽, 아시아에 14개 사무소를 보유한 다국적 법률 회사로 1,000명 이상의 변호사를 가진 대형 로펌이다.

아놀드앤포터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소송에 피소되었을 때 가장 많이 도움을 요청하는 미국 로펌 중 하나다. 전 세계 30대 로펌을 의미하는 GAR 30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넥슨이 아놀드앤포터를 통해 제출한 문건은 "DMCA는 밸브가 신속하게 <다크 앤 다커>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므로 ​밸브가 스팀에서 <다크 앤 다커>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밸브는 직간접적인 저작권 침해에 책임을 질 수 있다. 적절한 통지를 통해 침해되었다고 주장되거나 침해 활동의 대상이라고 주장되는 자료에 대한 액세스를 금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DMCA는 저작권 청구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영업비밀 도용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넥슨은 미국의 대형 로펌 아놀드앤포터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

 

# 이번 입장문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까?

 

27일 새벽 공개된 아이언메이스의 입장문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아이언메이스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개인 서버 사용을 자제하라고 했고 합의를 했으면서 왜 자의적 판단으로 다시 사용했는가", "장르가 유사하다고 게임 로직까지 유사하진 않다" 등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오히려 기존 의혹들에 대해 아이언메이스가 스스로 "인정"하고 "자백"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이언메이스의 이번 입장문 내용은 지금까지 본지에서 정리했던 타임라인과 대부분 일치한다. 

아이언메이스는 차후 "한국어로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고, "넥슨이 실제 증거 없이 상황적인 증거만으로 하는 문제 제기에 대해, 넥슨과 소스 코드, 커스텀 에셋, 디자인 문서의 비교를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DMCA 테이크다운으로 스팀에서 내려간 <다크 앤 다커>는 4월 14일부터 19일 사이 진행하기로 했던 5차 테스트도 원래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밸브가 넥슨의 손을 들어준다면, ​얼리 액세스 및 정식 출시 또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다크 앤 다커>는 논란을 딛고 원래 계획대로 5차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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