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가 생각하는 e스포츠의 수익 창출 수단은 무엇일까?
e스포츠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여러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중 하나는 '수익성'에 관한 문제다. 단순히 이익을 남기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여러 프로 구단들이 자본을 조달하고 스폰서를 유치하는 역량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이야기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 특히 흥행이 감소하고 있는 미국 리그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4년 동안 라이엇 게임즈의 e스포츠 사업을 총괄해 온 존 니덤(John Needham)이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된 기고문을 통해 라이엇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향후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지 상세히 밝혔다. 그중 하나는 2023 롤드컵에서 '버추얼 패스'를 시범 운영하는 것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롤> e스포츠, 신규 이용자 유입 위한 수단 아니야
먼저, 존 니덤은 <롤> e스포츠는 '새로운 유저를 모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경험을 확장하고 팬덤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기성 스포츠와 e스포츠를 비교하면, e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려면 게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시청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엇에 따르면 e스포츠 시청자의 60%은 '게임을 더 잘하기 위해' 경기를 시청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라이엇 게임즈가 e스포츠를 확장해 나간 이유는 <롤>이 흥행하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대회를 관람하거나 참여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라이엇은 <롤>을 플레이하는 것이 삶에서 추구해 볼 만한 의미 있는 행위가 되기를 꿈꿨으며, e스포츠를 전문화해 게이머들에게 고품질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스웨덴에서 열린 첫 롤드컵,
당시 오프라인 관람객은 100명 정도였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수백만 명이 보는 e스포츠로 발전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2017년에는 기성 스포츠의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비슷한 파트너십 모델이 출범했다. e스포츠 팀들이 스폰서 및 선수들과 다년간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장기간의 리그 참가 보장이 필요하다고 라이엇 측에 요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트너십을 통해 팀들은 최대 1천만 달러(100억 원)의 리그 가입비를 지불했고, 추가적인 혜택과 함께 매출의 50%을 배분받게 됐다. 또한, e스포츠 관련 디지털 상품의 판매액 일부와 상금을 제공받고 있다.
다만, 라이엇은 스폰서십 및 중계권 판매 계약이 처음 시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인정했다.
천만 달러에 달하는 참가비를 지불하기 위해 프로 팀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조달해야 했다. 처음에는 e스포츠에 대한 기대 덕분에 필요한 투자금을 확보하고 고액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지만, 덕분에 선수들의 연봉 수준이 매출보다 빠르게 증가해 결과적으로 프로팀의 자본은 빠른 속도로 고갈됐다.
존 니덤은 라이엇이 프로 팀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수익 분배에 있어 최소 보장 금액 정책을 도입하고, 대금을 최대한 빠르게 지급하며, 팀이 라이엇이 지불해야 하는 대금에는 시기를 연기 및 분산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LCK의 프랜차이즈 가입비는 분할 납부 형식으로 지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로란트>에서는 파트너십 모델에 변경이 있었다. 프로 팀은 리그 참가를 위해 라이엇에 비용을 직접 지불하는 대신, 마케팅 활동, 방송용 콘텐츠 제작, VCT 이벤트, 프로 선수 지원 등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리그 참가 자격을 유지한다. 라이엇은 정해진 금액과 함께 디지털 매출의 일부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LCK에는 2021년 프랜차이즈가 도입됐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e스포츠 비즈니스는 전통 스포츠와 다르다
존 니덤은 "라이엇이 첫 10년 동안 e스포츠를 통해 얻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e스포츠 비즈니스를 기존 전통 스포츠처럼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2021 롤드컵은 전 세계에서 약 7,400만 명의 최고 동시 시청자 수(PCU)와 약 3,100만 명의 평균 분당 시청자 수(AMA)를 기록했다. 덕분에 라이엇 게임즈는 규모 있는 스폰서십 사업을 구축했다고 설명했으며, 스폰서들의 투자 금액 대비 5~7배(추산)의 가치를 환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폰서십 비즈니스는 판매할 수 있는 스폰서 카테고리가 한정되어 있고, 수익이 시청자 규모와 직접 비례하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중계권 수익에 대한 문제도 언급했다. NFL, FIFA, NBA, F1와 같은 기성 스포츠는 주로 지상파 TV와의 중계권 계약으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러나 e스포츠는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비독점 중계된다. 지상파 시청자는 e스포츠를 잘 보지 않으며, e스포츠 시청자는 지상파 방송을 통해 게임을 시청하지 않는다.
라이엇은 "서구권 시장에서 이 모델의 문제는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광고 수익이 낮기에 스트리밍 플랫폼이 e스포츠와 같은 콘텐츠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존 니덤은 이전에는 비(非) 라이엇 게임과 플랫폼 간에 대규모 독점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는 일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광고에 대한 수익 배분 방식으로 되돌아갔다고 언급했다.
라이엇 또한 수십억의 시청 시간이 발생했지만, 서구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부터의 수익은 극히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라이엇이 생각하는 프로 팀을 위한 수익 창출 수단
그렇다면 라이엇이 생각하는 프로 구단들을 위한 수익 창출원은 무엇일까?
존 니덤은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에 비해 갖는 매우 큰 장점 중 하나는 시청자와의 연결성"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는 <롤> e스포츠 공식 홈페이지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게임 내 콘텐츠가 포함된 드롭스를 받을 수 있다. 라이엇은 드롭스가 상당히 인기가 있는 덕분에, 주요 대회에서 서구권 시청자의 40%이 라이엇의 홈페이지를 통해 대회를 시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존 니덤은 "이 플랫폼을 더 진화시켜 팬들에게 직접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커머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가령 프로 대회에서 자신이 즐겨 플레이하는 챔피언이 선택되면, 스킨을 추천해 주는 메시지가 전송되는 식이다. T1 팬이 경기를 신청하면 'T1 패키지'를 판촉하는 행위도 상상해 볼 수 있다. T1 패키지에는 특별한 아이콘, 구단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특별 채팅 입장권이 포함되어 있고, 패키지를 구매하지 않은 T1 팬에게 패키지 판매 수익이 어떻게 구단에게 돌아가는지 별도로 설명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e스포츠 팬들은 자신의 응원하는 팀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
e스포츠 테마 스킨 역시 하나의 예시가 된다. 라이엇에 따르면 가장 많이 팔린 <롤> 스킨 6개 중 3개는 e스포츠를 테마로 한 스킨이다. 2022년 VCT 챔피언 스킨 컬랙션은 약 4,200만 달러(560억 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존 니덤은 <도타 2>의 '더 인터네셔널 배틀 패스'(기록서) 역시 또 다른 좋은 예라고 언급했다.
디 인터내셔널 배틀 패스는 <도타 2>의 세계 대회인 '디 인터네셔널'과 함께 제공되는 시즌 패스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패스 안에 존재하는 치장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수익 일부는 대회 상금에 포함된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물론, 모든 프로 팀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존 니덤은 다양한 경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발로란트>는 국제 리그에 참가하는 프로 팀의 수를 30개까지 제한해 이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존 니덤은 이런 방식으로 시청 플랫폼을 발전시켜 e스포츠 시청 경험을 극대화하고, 중계권 계약의 부재로 만들어진 공백을 메우며, 확장 가능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2023 롤드컵에서는 '가상 패스' 시범 운영
존 니덤은 현재 팬들의 온라인 시청 경험을 향상하는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상 티켓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하나인 '버추얼 패스'는 10월 1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진행되는 2023 롤드컵에서 시범 운영된다. 상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디지털 상품(월드 챔피언십 전용 스킨, 인게임 이벤트 패스 및 독점 콘텐츠) ▲특별한 실물 상품(월드 챔피언십 전용 상품) ▲ 스폰서의 실물 및 디지털 상품이 제공될 예정이다.
2024년부터는 더욱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발로란트> e스포츠에도 버추얼 패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존 니덤은 본인이 원하는 시점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카메라 시스템, 전용 채팅 채널 및 라운지, 디지털 콜렉터블, 중계방송에 팬들의 메시지를 선별해 노출시키는 등의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기에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외에도 팀 버전의 '버추얼 패스'가 제작 중에 있다. 팀 고유의 브랜드가 입혀진 실물 및 가상 상품, 전용 채팅 채널, 선수와 소통할 수 있는 기능들이 준비 중이다. 존 니덤은 " 상품을 제대로만 설계한다면 팬들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고 좋아하는 선수 및 팀과 팬들을 연결하는 동시에 팀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며 글을 마쳤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