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튀는 지옥도 속에서조차 게임을 향한 열정은 멈출 수 없었다.
셜록 홈즈라는 IP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여러 매체에서 사용되었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에서도 우크라이나의 개발사 ‘프로그웨어즈’는 셜록 홈즈만을 소재로 사용하여 다수의 게임을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러-우 전쟁을 겪고 있는 와중에 거의 모든 우크라이나의 게임 회사들이 개발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 기적적으로 게임을 출시한 프로그웨어즈의 개발 일화가 공개되었다.
2021년 <셜록 홈즈: 챕터 1>이 출시된 후, 프로그웨어즈는 오픈월드 호러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기존 개발 계획은 크게 흔들렸다. 비용과 시간이 대량으로 소모되는 오픈 월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안으로 나온 계획이 <셜록홈즈: 디 어웨이큰드>의 리메이크작 개발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2011년 프로그웨어즈 타이틀을 퍼블리싱하던 캐나다 어드벤처 컴퍼니가 폐업했다. 이후 회사는 자체적으로 개발뿐만 아니라 퍼블리싱도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어렵게 개발을 이어 나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프로그웨어즈 팀은 개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밝혔다. “겨울에 정전이 만연했을 때 우리는 촛불을 켜고, 정전에 대비해 생활 계획을 세웠다.” 이어 “난방이 끊겨서 추우면 집에 여분의 코트나 스웨터를 입고 지냈다”며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전력, 수도, 난방 시설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개발 과정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미사일이나 자살 드론 한 발에 오늘 확보한 인력, 지식, 심지어 사무실과 인프라까지 사라질 수 있다.” 퍼블리싱 디렉터 세르게이 오가네시안의 말이다. 이어 그는 “전쟁 속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나 파트너가 없었다. 그 때문에 킥스타터를 통해 개발 자금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전시 상황에서도 개발은 진척되었다. 개발 과정을 원천적으로 재구성하여 전쟁으로 인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정전이 일어나더라도 계획된 절차에 따라 게임 개발을 지속했다. 정전이 (국가에 의해) 예정된 경우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어 누가 언제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는 이에 맞춰서 계획을 짰다. 일부 개발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수개월간 역경 끝에 마침내 2023년 4월 11일, <셜록 홈즈: 디 어웨이큰드>가 무사히 출시되었다. 이 게임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운 용감한 영혼에 헌정되었다.
발매 당시 이 게임은 지원 언어에서 러시아어를 제거하고 러시아에 게임을 배포하지 않았다. 당연한 상황이었지만 이로 인해 일부 팬들을 잃었다. 적대적인 메시지가 다수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 상황 속에서 공감을 표시한 일부 러시아 팬들의 응원 메시지도 있었다.
프로그웨어즈의 개발자들은 친구와 가족이 다수 전쟁에 참여했다. 민간인에 대한 공습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등 지옥 같은 상황도 겪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러-우 전쟁의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미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