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이 있는 IP를 활용한 유즈맵으로 후원을 받아도 될까?
만화 <원피스> IP를 무단 사용해 제작되던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 <원피스RPG>와 <원피스 랜덤 디펜스>(이하 원랜디)가 업데이트 및 배포 중단 소식을 밝혔다. 유즈맵은 게임 이용자들이 직접 맵 에디터를 통해 게임을 변형해 플레이하는 행위를 말한다.
<원피스RPG>의 개발자는 공식 카페를 통해 "국내 <원피스> 라이센스를 보유 중인 기업에서, <원피스>의 IP를 이용하고 있는 맵의 유통을 즉시 중단함과 동시에 손해배상을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원랜디>의 개발자 역시 "IP 관련 문제로 더 이상의 배포를 하지 않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원피스> 관련한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대원미디어다. 문의 결과 대원미디어는 "해당 건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명백한 불법 사항이며, 관련해서 <원피스> IP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가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현재 저작권 위반 사실을 통보해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다른 절차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네이버 카페)
# '영리 활동'에 가까운 '후원'이 문제된 것으로 보여
문제가 된 유즈맵은 지식재산권이 있는 IP를 활용해 유즈맵을 제작 및 배포하고, '후원'을 명목으로 사실상의 영리 활동까지 해 왔기에 저작권자 측에서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도 넥슨이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해 만들어지고 후원을 받아온 유즈맵에 대해 배포 중단 조치를 요청한 사례가 있다.
현재 해당 유즈맵의 공식 카페에서는 후원 관련한 글이 대부분 비공개 처리된 상태이나, 지금까지 작성된 글을 확인하면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조건으로 후원이 이루어진 사례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피스 RPG>의 경우 수백 건의 후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커뮤니티에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세세한 금액별 후원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후원은 대부분 카카오톡의 오픈톡 기능을 통해 진행됐다.
<원피스 RPG>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는 후원 목록 중 일부
커뮤니티에 따르면 더욱 다양한 후원 혜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일부는 수십 만 원 이상의 액수를 요구했다.
후원 내역들. 최근까지 후원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부터 유즈맵의 '저작권'과 '후원'에 대한 문제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되어 왔다.
이 부분은 <워크래프트 3> 유즈맵의 역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은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초창기와 비교가 안 될 수준으로 발전했다. 별도의 모델링을 만들어 유명 캐릭터를 본딴 유닛을 유즈맵에 추가하거나, 외부 프로그램이나 게임 내의 시스템을 활용해 저장 기능을 만들어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RPG를 선보이는 식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개발자를 후원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유즈맵 개발 및 관리보수에 이전보다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개발자에게 후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즈맵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후원자들에게 별도의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시간이 흐르며 RPG 유즈맵의 경우에는 후원 금액에 따라 다양한 혜택과 스킨을 제공하고, 누적 후원 금액에 따른 보상까지 제공하는 등 상용 게임의 BM에 준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유즈맵이 후원을 받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블리자드의 공식 조항에서는 유즈맵을 제작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기부를 통해 개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부자에게 별도의 특혜를 제공해서는 안 되며 모든 이용자가 동일한 유즈맵을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즈맵의 후원 관련한 블리자드의 공식 조항 (출처: 블리자드)
그리고 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IP를 활용해 만들어진 유즈맵이 많았기에 이와 얽히며 문제가 더욱 커졌다.
유즈맵 초기에는 후원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팬 게임' 정도로 받아들여져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작권이있는 IP를 활용했음에도 후원 기능을 추가한 유즈맵이 늘어나면서 논란이 됐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타인의 IP를 도용해 유즈맵을 만들며 돈을 받아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블리자드의 공식 유즈맵 정책에서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할 것과 관련한 청구나 소송이 확인될 경우 블리자드 소유의 모든 플랫폼에서 유즈맵을 제거하고 차단할 권리가 있음 예전부터 공지하고 있다.
이번 저작권 사건의 여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배포를 중단하게 된 <원랜디>의 경우 공식 카페 가입자 수만 40만 명에 육박할 만큼 유명했던 유즈맵이었다. 해당 사례가 알려지자 후원을 받던 타 유즈맵이 카페에서 관련한 내용을 감추거나 <원피스> IP를 무단 사용한 캐릭터를 제외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원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