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의 수장, 필 스펜서의 말입니다. 무슨 일이었을까요?
최근 MS의 내부 문서가 대규모로 유출되며,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다양한 내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채팅 로그, 사내 이메일,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지난 6월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간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중단 가처분 심리 재판의 증거물로 제출되었어야 할 문서들이 누군가의 과실로 대중에게 공개된 탓입니다.
캘리포니아 지방 법원은 금번의 유출 사태에 대해 MS의 과실을 주장했는데요. MS는 재판 증거물을 9월 22일까지 보안 클라우드 링크를 통해 법원에 전송해야 했으나, 별도 열람 권한이 필요하지 않은 파일 저장소에 업로드했다는 것입니다.
Xbox의 수장 필 스펜서는 유출이 일어났던 15일 오후(현지 시각 기준), X(구 트위터)를 통해 "오래된 이메일과 문서에 대한 논의를 봤다."며,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예정된 일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팀의 작업이 공유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준비가 되면 진짜 계획을 공유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유출의 책임 소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유출된 MS의 내부 문서를 통해 파악된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다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펜서의 말처럼 상당한 변경 사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문서 작성 당시의 계획이 완전히 변경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Xbox의 전략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는 것입니다.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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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box는 닌텐도와 밸브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펜서는 2020년 8월 MS 마케팅 부문 부사장이자 CMO(최고 마케팅 관리자) 타케시 누모토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닌텐도가 우리에게 있어 게임 분야의 가장 중요한 자산(THE prime asset)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며, "닌텐도를 인수하는 것은 '중요한 순간'(career moment)이 될 것이고 나는 그 움직임이 양쪽에게 모두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닌텐도가 막대한 현금 더미에 앉아 있고 주가 상승이나 시장 성장을 추진하지 않는 이사회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MS에게는 불운한(unfortunate) 상황이라 표현한 스펜서는 인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MS 이사회에서 닌텐도 주식 취득을 보다 활발히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스펜서는 MS 이사회가 닌텐도와 밸브의 인수에 관한 문서를 보았고 기회가 생긴다면 (본인과 마찬가지로)완전히 협력적일 것이라 전하는 한편, 적대적 인수 합병은 좋은 움직임이 아니므로 '장기적인 게임'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밸브가 언급된 부분의 원문은 "But our BoD has seen the full writeup on Nintendo (and Valve) and they are fully supportive on either if opportunity arises as am I."로, 밸브가 다소 갑작스럽게 등장합니다. 본 이메일이 스펜서가 MS CMO에게 보낸 글이고 "닌텐도가 우리에게 있어 게임 분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라며 시작한다는 점에서, 맥락상 이전에 닌텐도와 밸브의 인수에 대한 논의가 내부에서 오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6월에는 법원이 공개한 문서를 통해 Xbox가 세가, 번지, IO 인터랙티브 인수를 고려했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에는 당시 Xbox가 제니맥스 미디어와 더불어 워너 브라더스 인터랙티브와도 인수 논의를 활발하게(그리고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담겼습니다. 워너 브라더스 인터랙티브와의 협상은 불발된 것인지, 이메일 작성 시점으로부터 약 1달 뒤 MS는 제니맥스 미디어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 인터랙티브는 <배트맨: 아캄> 시리즈(아캄버스), <호그와트 레거시>, <사이버펑크 2077>, <미들 어스> 시리즈 등의 유통을 맡았고, 유통작 중 <배트맨: 아캄 오리진>과 <배트맨: 아캄 나이트>는 산하 스튜디오에서 개발했습니다.
필 스펜서가 보낸 이메일 전문
후속 Xbox에 대한 정보가 담긴 하드웨어 로드맵도 공개됐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브루클린'이라는 코드명의 시리즈 X 개선판은 기존 버전과 완전히 다른 원통형의 디자인을 띄고 있습니다. 와이파이 6E 지원, 블루투스 5.2 지원, C타입 포트 탑재, 2TB 저장공간, 파워 서플라이 전력 15% 감소 등의 개선과 함께 4K Gen9 게이밍을 지원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Xbox"라고 표현되었습니다.
'엘리우드'와 '어서'라는 코드명의 콘솔 기기가 포함된 제원표도 공개되었는데요. 엘리우드는 Xbox 시리즈 S 개선판입니다. 와이파이 6E와 블루투스 5.2는 브루클린과 동일하게 지원지만 C타입 포트 미지원, 최대 1TB의 저장공간, 목표 해상도가 1440p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 Xbox 시리즈 S 또한 1440p의 목표 해상도를 가졌습니다.
어서는 Xbox 시리즈 X 'XDL'로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인데, 브루클린과 동일한 제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MS의 'Xbox 디자인 랩'을 통해 제작할 수 있는 시리즈 X 개선판으로 추정됩니다. Xbox 디자인 랩은 사용자 정의 디자인이 반영된 제품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새로운 Xbox 컨트롤러 '세빌'도 함께 공개됐습니다. 블루투스 5.2 기반으로 작동하며 클라우드 직접 연결을 지원합니다. 구글 스태디아 컨트롤러가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해 PC, TV,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 조작이 가능했는데, 세빌 또한 그와 유사한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세빌에는 정밀 햅틱 피드백, 교체가 가능한 모듈식 조이스틱, 들어서 깨우기 기능 등 게임 패드에 대한 유저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이 반영된 모습입니다.
실제 제품이 출시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소니 듀얼센스의 햅틱 피드백을 지원하면서 스팀덱이나 조이콘처럼 모션을 이용한 조작이 가능한 컨트롤러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이로스코프의 구성 요소인 가속도계 또한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함께 유출된 타임라인에 따르면, 세빌은 2024년 4월~6월, 브루클린을 비롯한 중간 세대(Mid-Gen, Xbox 시리즈 X/S 개선판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 콘솔은 2024년 6월 이후 공개할 예정입니다.
MS는 6월을 끝으로 하는 회계연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2024 회계연도(FY24)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를 말합니다.
가령 2024 회계연도(FY24)는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를 말합니다.
베데스타 타이틀 발매 일정표.
2020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베데스다 게임 발매 일정표도 공개되었습니다. 2024년 6월까지의 일정이 정리되어 있는데요. 함께 유출된 Xbox 시리즈 개선판 공개가 2024년 7월 이후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 표는 베데스다의 현 세대 콘솔 발매 예정작 목록인 셈입니다.
올해 발매된 <스타필드>와 <레드폴>이 2021 회계연도에 적혀 있는 등 자료의 최신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23년 출시된 <하이-파이 러시>(프로젝트 히비키) 또한 2020년 7월에서 2021년 6월 사이 출시 예정이었던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일정표에는 <엘더스크롤 6>와 <인디아나 존스 게임>처럼 기존에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게임과 더불어 기존에 발매 계획이 알려지지 않았던 타이틀도 일부 포함되었습니다. 비록 공식으로 발표된 사항이 아니며 개발 일정이 변경 또는 취소되었을 수 있지만, 팬들의 기대를 불러오기엔 충분한 소식으로 보입니다.
<둠: 이어 제로>라는 제목의 <둠> 시리즈 신작은 올해 6월 이전에 발매될 계획이었습니다. 전작 <둠 이터널>은 2020년 발매되었습니다. 또한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2020년 7월~2021년 6월), <폴아웃 3 리마스터>와 <디스아너드 3>(2023년 7월~2024년 6월) 등의 출시 일정도 표기되어 있습니다.
유출된 일정표상 2021 회계연도 발매가 예정되었던 <고스트와이어: 도쿄>는 2022년 3월 발매되었는데요. 발매 전부터 뒷 이야기를 다루는 후속작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스트와이어: 도쿄 시퀄>의 발매 예정 또한 2023년 7월에서 2024년 6월 사이로 나와 있습니다.
2006년 출시된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