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은 게임을 평가할 때, 캐주얼 게임은 첫인상으로 결정하지만 MMORPG는 게임을 충분히 플레이할 때까지 평가를 유보하는 경우가 많다”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국순신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기자는(오른쪽 사진) 지난 15일 KGC 2010에서 ‘MMORPG 사례로 본 만족도와 재접속’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 ‘재미있다’와 ‘재접속률’은 같지 않다.
FGT에서 개발자들은 유저들이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지 매우 궁금해 한다. 이에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게임이 재미있냐’고 묻게 되고 상당수의 유저들이 “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유저의 반응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그 유저들이 재미있게 즐겼고 계속 접속할 정도로 게임이 우수하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여기서는 유저의 대답이 담고 있는 속뜻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재미있다’고 대답한다라는 게 거짓말일까? 진짜 게임이 재미있어서 유저가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유저는 게임이 그저 그렇거나 재미가 없더라도 개발사의 눈치를 보면서 속마음을 숨긴 채 이야기한다. 이게 바로 셀프 센서십(Self Censorship)이다.
셀프 센서십(Self Censorship)이란 실험 참가자가 실험 주최측의 입장을 고려해, 주최측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을 골라 말하는 일종의 자기 검열이다.
유저는 긍정적인 응답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개발자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유저는 개발사가 원하는 대답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사가 자기 앞에서 실망하는 것을 보기 싫어 하기 때문이다.
이는 PC방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테스트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개발자가 음료수와 PC방 이용 쿠폰으로 꼬드겨 유저들과 친한 관계를 유도할수록 게임에 대한 자기 검열이 발생하는 유저의 수는 더 늘어난다.
또한 개발사 입장에서는 ‘재미있다’라는 문장에 다시 ‘접속하겠다’라는 의미를 포함시키지만 유저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발사의 경우, 게임이 재미있다면 다시 접속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유저는 다르다. 게임이 재미있더라도 게임 이외의 다른 것들과 우선 순위를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저들은 기존에 즐겼던 게임이나 TV 프로그램, 영화 관람 등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가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저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지?’와 ‘또 접속할래?’라는 질문은 의미가 서로 다르므로 개발사는 ‘만족도’와 ‘재접속’의 질문을 구분지어야 한다. 그리고 유저가 자기 검열을 거치지 않고 재접속 의지를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혼자서 유저가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유도하거나, 제 3자를 통해 의견을 얻는 것도 자기 검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캐주얼 게임은 짧게, MMORPG는 길게
그렇다면 만족도와 재접속은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국순신 기자는 같은 게임을 플레이 전, 후, 일주일 후의 세 단계로 나눠 단계별 게임에 대한 만족도와 재접속의 표와 그래프를 공개했다. 그리고 장르도 캐주얼 게임과 MMORPG 등 2개로 구분지어 설명했다.
먼저 캐주얼 게임의 경우 재접속은 만족도에 비해 그래프의 변화가 매우 적었다.
만족도는 첫플레이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하락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는 첫플레이에 비해 큰 격차를 보여줬다. 하지만 재접속은 긍정적인 응답이라 말할 수 있는 ‘매우 높음’과 ‘높음’ 의 그래프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 재접속의 그래프는 일주일 후의 만족도에 비해 낮았다.
따라서 캐주얼게임의 만족도는 FGT 첫 플레이에 나오는 유저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오해하면 안된다. 오히려 첫 플레이에 나오는 ‘거품’을 걷어내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는 게 ‘재접속’그래프다.
캐주얼게임의 재접속 그래프는 첫 플레이와 일주일후의 시기별 변화가 거의 없는 게 특징. 사실상 유저는 캐주얼 게임의 첫 플레이에서 이 게임의 지속 유무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캐주얼 게임 조기 결정론이라고 말했다.
캐주얼 게임 조기 결정론이란 유저들이 캐주얼 게임을 즐길 때, 첫 플레이에서 게임을 더 플레이할 지 안할 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유저들은 첫 플레이가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게임 접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치 20대 초반의 남성이 소개팅에서 첫 만남 후 1분 내에 상대방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20대 남성은 여성에 대한 환상이 많고 소개팅의 기회가 많을 때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대방의 외모에 대한 불만은 없더라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상형이 아닐 경우, 애프터를 포기하는 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아래의 그래프는 첫 플레이의 ‘매우높음’ 만족도가 일주일 후의 ‘매우 높음’ 만족도에 비해 높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 후의 ‘매우 높음’ 만족도는 첫 플레이와 일주일 후의 ‘매우 높음’ 재접속과 유사하다.
캐주얼 게임의 경우, 첫번째 플레이에서 재접속이 하락한 이유는 뭘까? 이에 국순신 기자는 게임 레퍼런스 체크와 논 게임 스트레스로 설명했다.
게임 레퍼런스 체크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기존에 즐겼던 게임과 자꾸 비교하는 현상이다. 콘텐츠나 시스템과 조작이 유사한 RPG와 달리, 캐주얼게임은 조작과 진행을 새로 익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FPS나 레이싱 같은 해당 게임 장르에 선점 게임이 있을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카트라이더>를 플레이 하던 유저는 장르는 유사하나 플레이 방식이 다른 인라인 스케이트나 바이크 등 퓨전 레이싱 게임을 즐기면서 <카트라이더>와의 조작을 비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저는 <카트라이더>와 다른 조작감으로 생긴 문제를 이 게임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카트라이더>와의 차별화된 특징이 오히려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와 재접속에 발목을 잡는 경우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을 유저간 대결을 하기 전 AI모드나 연습모드를 재미있게 충분히 제공해 조작에 유저가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논 게임 플레이 스트레스는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 ‘대기방’과 ‘상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말한다. 주로 스포츠나 FPS 등과 같은 대결 위주의 게임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먼저, 대기방에서 잦은 강퇴로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포지션을 요구하는 팀플레이 위주의 게임의 경우,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초보 유저를 배제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초보 유저의 경우가 누군가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길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한, 방에서 퇴장 당할 확률이 높다.
또 다른 경우는 게임 아이템에 대한 학습이 이에 해당한다.
FPS 게임의 경우,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기로 피격을 당했을 경우, 심하게 짜증을 느낀다. 특히, 요즈음 TPS 게임들이 밀리터리 FPS와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무기들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무기들이 오히려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캐주얼 게임의 경우 첫 플레이 할 때 접속의지가 정해지는 반면, MMORPG의 접속의지는 시간에 따라 하락한다. 초기에는 RPG의 재접속의 수치가 높은데 이를 유저의 RPG 관용 법칙이라고 한다.
유저의 RPG 관용 법칙은 대부분의 유저들이 RPG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것을 가정에서 출발한다. RPG는 게임 콘텐츠를 소모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유저들은 게임을 충분히 경험한 후 게임을 평가하겠다는 생각으로 초기에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즉 유저는 캐주얼 게임은 첫 플레이로 재접속 여부를 결정하지만 MMORPG는 게임 초기가 조금 불만스럽더라도 게임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국순신 기자는 “캐주얼 게임은 초기 유저 확보를 위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모드를 충분히 제공하고 유저들을 쪼개 짧게 반복적으로 테스트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MMORPG는 유저가 게임을 충분히 즐긴 후 완전한 평가를 낼 수 있도록 장시간에 걸쳐 테스트를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