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쿄게임쇼(이하 TGS)는 TIG 기자 3명이 현장에 파견됐습니다. 자칭 ‘에이스’라고 우기는 그들은 이미 TIG의 하드 트레이닝 코스인 차이나조이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쇼들에 참가한 전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올해 TGS의 감회는 남달랐다고 하네요. 올해 해외 게임쇼 취재 그랜드슬램(E3, GC, TGS)를 달성한 음마교주는 2006년 이후 첫 TGS 취재였고, 이터비아는 무려 7년 만에 현장을 찾았습니다. 깨스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속 TGS를 방문했습니다.
과연 이들 3인방이 취재한 TGS는 어땠을까요? 그래서 모든 취재가 끝난 뒤 한자리에 모여 취재 뒷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주 (진행=정우철 기자)
■ 과거와 현재의 비교체험
음마교주: 나는 4년만에 현장을 찾았는데 조금 썰렁한 느낌을 받았거든. 예전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지난해 이 곳에 왔던 깨스통은 느낌이 어땠어?
깨스통: 음..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여기저기 눈에 띄어요. 예를 들어 하드웨어와 신작 이슈가 많았던 지난해는 깜짝 발표가 많아 흥미진진 했었는데, 올해는 깜작 발표 대신 즐길 거리가 많았다는 게 인상적이었죠.
재미로 따지면 올해가 조금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솔직히 올해는 E3하고 GC에 묻힐 듯 싶었는데 나름 특색 있는 TGS랄까요?
체험할 수 있는 게임만을 따진다면 TGS가 취향에 맞는 것은 사실이다.
음마교주: 그럼 7년 만에 다시 찾은 이터비아는 7년 전과 올해를 비교하면?
이터비아: 솔직히 말하자면 7년 전 TGS가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비교하기 힘들어요. 과거에는 뭔가 화려하고 북적북적한 느낌이 강했는데, 올해는 차분하면서 일산에서 개최했던 지스타에 온 것 같아요. 특히 비즈니스데이 때는 더욱 썰렁한 느낌이었고요.
음마교주: 내가 마지막에 왔었던 2006년 TGS는 당시 마지막 TGS라고 다들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모습도 보았지. 덕분에 당시에는 부스도 상당히 개성적으로 꾸며졌던 것으로 기억해. 그런데 올해 현장을 보니 TGS의 개성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어. 죽지 못해서 연명하는 중환자의 모습이랄까?
이터비아: 음… 깜작 발표도 아주 없진 않았죠. 다만 올해 TGS는 자국 유저의 체면치레 성격이 강해 보이던데요. 비장의 무기를 감춰 줬다가 '이때다!' 하고 내놓는 듯한 느낌? 하드웨어의 경우 공개할 상황이 아니었고. 무브와 키넥트는 발매를 앞두고 있어 홍보에 치중한 모습도 보였고요.
음마교주: 사실 이번 TGS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신작들은 대부분 11월에 발매되는 타이틀이 많은 건 사실이지. 이번에 체험해보고 나중에 돈 주고 사라는 업체들의 포스는 강력할 수밖에 없지. 그러고 보니 올해는 NDS 혹은 Wii 관련 서드파티 타이틀이 눈에 잘 안 띄던데?
깨스통: 저 같은 경우 NDS 타이틀을 그럭저럭 눈에 띄긴 했는데 Wii 관련 타이틀은 숨어 있어 찾기 힘들더라고요. 제가 본 것을 나열하면 <이나즈마 일레븐> <니노쿠니>정도?
이터비아: Wii의 경우 위모콘으로 조작하는 게임이 별로 없어서 더 안보이던데요. 대부분 일반적인 조작을 하는 게임이 많았죠. 아마도 키넥트하고 무브의 영향이 아닐까요? 비교되는 면도 있고 이 때문에 부스 공간 배정을 해야 하니까 다른 부스를 줄일 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 개성적인 아이가 자라 평범한 인물이 되다
음마교주: 부스 크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부스의 규모는 역대 TGS와 비교하면 어땠어?
깨스통: 작년하고 비교하면 크게 다를 바 없던데요? 아니면 제가 지스타를 많이 가서 면역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눈에 띄거나 거슬리는 부스는 없었어요. 오히려 지난해에는 클로즈 형태의 부스가 많아서 그런지 답답했는데 올해는 개방형이라 시원한 느낌마저 들더라고요.
이터비아: 사실 올해 TGS는 <갓 오브 워 3>같은 하드코어 게임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픈 된 형태의 부스는 상당히 맘에 들었어요. 특히 캡콤 같은 경우 부스의 개성이나 활용도 등 눈에 띄면서 관람객에게 여기가 ‘캡콤’이다라는 인식을 강하게 전달해주고 말이죠.
음마교주: 나도 캡콤 부스가 가장 눈에 띄더라고. 생각해보면 역대 TGS 부스는 각 업체들의 특징과 개성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꾸몄던 것으로 기억해. 그런데 올해는 그냥 공간 배치만 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야. 간판을 봐야 어떤 부스인지 알겠더라고.
개성적인 유일한 부스였던 캡콤.
깨스통: 올해 유일하게 부스를 세운 해외 퍼블리셔인 UBI 소프트는 정말 눈에 띄지 않더라고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는 워낙 크고 이미지 컬러가 있으니 눈에 띌 수밖에 없었겠지만요. 축제 거리에 나섰더니 야시장에 온 것 같은 분위기랄까요?
음마교주: 전체 행사장 규모는 기존하고 같았지. 마쿠하리 멧세 1번부터 8번홀까지 사용했으니. 다만 부스의 수가 줄어 들면서 넓은 부스 사이의 공간은 부럽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입장일에는 이동하기 힘들 정도였으니 어휴…
그러고 보니 몇몇 한국 업체 관계자를 현장에서 만났었지. 지스타를 앞두고 부스 배치나 꾸민 모습을 보고 참고할까 해서 왔다더군. 그런데 정작 참고할 만한 부스가 없었다고 하소연 하긴 했어.
이터비아: 정말이지 그 넓고 광활했던 부스공간과 통로가 3일째 되던 날 사람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다시 경험해보니 정말 사람이 많이 오긴 많이 왔어요. 올해 20만 명이 찾았고, 3일째에만 6만 명이 왔으니 할말 없죠. 그런데 왜 지스타와 TGS의 관람객 체감 인원은 왜이리 틀린지…
■ 올해 TGS와 이슈와 느낌을 말하자면?
음마교주: 뭐 그건 집계 방법의 차이가 있을 테니 넘어가자고. 그건 그렇고 올해 TGS에서 이슈를 정리해보고 싶은데. 각자 생각 나는 것이 있으면 말해봐.
이터비아: 미소녀와 오타쿠요.
깨스통: … 그거 저한테 하는 말은 아니죠?
이터비아: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다른 게임들 보다 눈에 띄더라고, 특히 각 부스마다 하나씩은 꼭 있었던 것 같아. 미소녀 관련 부스는 3일째에는 부스 앞을 지나가기 힘들 정도였어.
깨스통: 하지만 절대 수를 비교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저 같은 경우, 정리권을 이슈로 말하고 싶습니다. 정리권 같은 경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등장 했는데 올해 활용을 많이 해서 혼잡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 했었죠.
그런데 정리권을 제대로 활용한 부스는 캡콤 하나밖에 없더군요. 그러다 보니 대기시간을 써놓는 부스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요.
음마교주: 원래 체험을 위한 대기시간은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나는 정리권을 올해 처음 보긴 했어.
깨스통: 음… 부스에 줄을 서지 않고 시간에 맞춰 체험인원을 나누면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요. 일종의 영화관 입장권 같은 개념이죠. 사실 체험존에서도 이런 정리권을 배포할 것이라 생각 했는데 스테이지 이벤트에만 나눠 주더군요.
음마교주: 그런데 그렇게 체험마저 정리권을 배포하면 부스에 너무 사람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
이터비아: 사실 부스에 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고. 외부에도 알려야 하니까 체험까지 정리권을 배포하는것은 부담스럽겠지요.
스테이지 이벤트를 할 때만 해도 광란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사람이 몰리니까 부스밖까지 넘쳐나는 사람을 볼 수도 있었고… 그래도 밖에서 이들을 제어하고 정리하는 스탭들 덕분에 혼란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고 말이죠.
음마교주: 아까 미소녀와 오타쿠 이야기에서 갑자기 정리권 이야기로 빠졌네. 다시 이 주제로 돌아가보자고.
이터비아: <갈스 건>은 완전히 특정한 대상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었고, <아이돌 마스터 2>나 <드림클럽 제로> 등 각 부스마다 이른바 오타쿠 게임이 눈에 띄다 보니 세기말 게임쇼에 온 기분이 들지 않았나요?
음마교주: 그러고 보니 콘솔게임 업계에는 한 개의 게임기가 수명을 다할 때쯤 미소녀 게임이 지배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기는 하지. 결국 차세대 콘솔게임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조짐인가?
깨스통: 뭐 전체적으로 할만한 게임은 많이 등장했던 것은 사실인데, 뭐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네요”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점점 Xbox360은 오덕류 게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같고요.
음마교주: 오덕류 타이틀이 눈에 띈 반면 플랫폼 독점 타이틀은 올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이터비아: 거의 없었죠.
깨스통: 저도 잘 생각이 안나요. 기껏해야 <킬존 3> 정도? 뭐 사실 요즘은 멀티 플랫폼이 아니면 장사하기 힘든 시대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외부 통로에서 진행되는 코스프레는 관람객 중 오타쿠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는 척도가 된다.
■ TGS의 달라진 콘셉트?
음마교주: 자 슬슬 마지막 주제를 서로 이야기 해보고 마무리 하자. 마지막 주제는 TGS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가 하는 거야.
이터비아: 올해 주제가 ‘게임은 새로운 장으로’였죠. 그런데 여전히 TGS는 콘솔위주로 판을 짰고 새로운 장은 없지 않았나요?
깨스통: 새로운 장으로 가긴 했죠. 일반 유저에서 오타쿠로… 데헷! 농담이고요. 올해 TGS를 준비하면서 조직위원회에서 어필한 것을 보면 콘솔에서 벗어나 온라인 등으로 영역을 확대 할 것이라고 예상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 취재를 한 결과는 ‘바뀐 게 없다’는 결론이 나왔네요.
이터비아: 심지어 플랫폼 홀더와 개발사가 같이 나오다 보니 각 부스마다 게임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부분도 질보다 양을 따지는 게임쇼가 되었죠. 온라인게임도 감마니아 정도 나왔고. 그 외에는 PC하드웨어 업체에서 데모용으로 실행하던 게임이 전부고…
음마교주: 그래도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가 일본에서는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은 확실하게 나지 않았나?
깨스통: 그건 맞아요.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등은 부스가 아예 없었죠. 올해부터 일본에서는 스마트폰을 게임 플랫폼으로 영역을 설정했고 이를 TGS에서 보여줬다는 것은 이슈가 될 수 있어요.
이터비아: 그런데 일본의 모바일 시장은 스마트폰이라기 보다 일반 피처폰의 영역이 너무 견고하죠. 과연 내년에 스마트폰이 일본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봐야 해요. 일본 유저입장에서 본다면 게임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 대신 NDS나 PSP를 사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아닌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나온 부스.
음마교주: 그렇다면 내년의 TGS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깨스통: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는 다면 점점 더 일본색이 심해지는 게임쇼로 남겨질 듯 합니다. 사실 E3와 GC에 시기적으로 밀리다 보니 새로운 것을 보여줄 여유가 없죠. 결국 내수용 게임이 주로 등장하게 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을 듯 한데요.
이터비아: 예를 들자면 <아이돌 마스터> <드림 클럽 제로> 등 일본 시장에서 구매력이 높은 게임 위주로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사실 이 가능성이 제일 높은 건 사실이죠.
음마교주: 하지만 일본 개발자들은 오히려 일본색을 안 띄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용과 같이 of The END>의 경우도 세계화를 위해 좀비를 내세운 경우라 볼 수 있지.
깨스통: 예를 들자면 <몬스터헌터 3rd> 같은 경우 E3나 GC에서 발표 했다면 TGS 만큼 이슈화는 안됐겠죠. 즉 일본에서나 주목을 받고 더 많이 팔릴 수 있거나, 아시아권에서 이슈가 될 만한 타이틀 위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에요.
온라인 영역으로 진입했지만 일본적인 콘텐츠에 안주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이터비아: 결국 일본 유저들에게 잘 팔리는 게임을 선보이는 현상이 심화 되면서 여전히 연말 시장을 노리고 홍보를 위한 장으로 도쿄 게임쇼를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생길 수밖에 없죠. 도쿄게임쇼에서 차세대 게임을 예측하는 건 무리에요.
음마교주: 그러고 보니 투극이나 코스프레 행사도 올해 처음 TGS에 포함 됐지.
깨스통: 이 두 개의 행사는 왜 TGS에 포함 시켰는지 의문이에요. 게임쇼에 융화되는 모습도 없었고 시간대도 별도로 운영 되는 등. 단순히 형식적인 모습이 강해서 내년에는 없어질 듯 하던데요.
이터비아: <스트리트파이터>의 신규 콘텐츠와 <철권 태크 토너먼트 2>는 투극을 통해서 발표 했죠. TGS내 자사 부스가 아닌 곳에서 발표 했다는 점은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노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요.
캡콤과 반다이남코 부스에는 코빼기도 안보인 두명의 개발자.
음마교주: 결론만 말한다면 7년, 4년, 1년 만에 찾은 TGS임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느낌은 대동소이 하네. 너무 일본시장 위주의 콘셉트와 콘솔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제는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결국 규모와 질적인 면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봐.
다만 재미, 즉 관람객이 찾아서 즐거운 게임쇼가 되었냐는 점은 과거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볼 수는 있지. 뭔거 아이러니하네, 변한 게 없고 단조로운 행사가 됐지만 재미는 크게 다를 바 없다니. 뭐 재미있는 게임이 전부 좋은 게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논리가 TGS에도 적용 된 셈이네.
그럼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 모두 11월에 있을 지스타를 준비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