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제4대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故 이와타 사토루의 20년 전 인터뷰가 최근 공개됐다. 인터뷰를 공개한 인물은 독립 게임 매체 '게임파일'(Gamefile)을 운영하는 스티븐 트릴로다. 닌텐도 DS의 개발 비화야 익히 공개되어 있지만,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인터뷰가 의미 있게 여겨지는 이유는 닌텐도 DS가 출시되기 전에 진행된 인터뷰기 때문이다.
스티븐 트릴로의 기사에 따르면 첫 공개 당시 사람들은 PSP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닌텐도 DS의 듀얼 스크린은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취재하려는 기자는 적었다. 스티븐 트릴로는 "닌텐도가 압도당했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이와타 사토루는 닌텐도 DS가 왜 듀얼 스크린으로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며 가능성을 굳게 믿고 있었다.
(출처: X)
2004년 E3가 진행될 당시 닌텐도는 게임기 '게임큐브'가 PS와의 경쟁에서 부진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태였다. 포터블 게임기 '게임보이'가 잘 나가긴 했지만, 소니가 PS를 기반으로 한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를 발표하자 그쪽으로 모든 관심이 쏠린 상태였다.
당시 뉴욕 타임스의 기자였던 스테판 트렐로는 시류와는 반대로 닌텐도 DS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이에 이와타 사토루와의 인터뷰가 50분간 진행됐지만, 실제 기사에 인용된 문장은 단 두 마디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녹음한 카세프 테이프가 남아 있었고 최근 재생에 성공해 인터뷰의 상세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스테판 트렐로는 자신이 운영하는 매체 '게임파일'을 통해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닌텐도의 4대 대표이사 이와타 사토루
2015년 담관암으로 별세했다.
이를 "엔터테인먼트의 최종적인 운명은 우리가 아무리 화려하고 멋진 것을 내놓아도 미래에는 사람들이 질리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하며 "영원히 유지되는 성공 공식은 없다"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그래픽과 성능이 게임이 계속해서 나와도 사람들은 언젠가 지루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을 오래 하지 않던 사람들이 기존의 조작 계통에서 소외받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렇기에 아무런 핸디캡 없이 모두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조작 체계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구형 닌텐도 DS (출처: FANDOM)
듀얼 스크린 아이디어, 그리고 두 화면을 이동 가능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는 닌텐도의 前 3대 대표이사 야마우치 히로시가 고안했다. 개발진은 세간의 반응처럼 모니터가 두 개면 가격이 두 배며, 사람의 눈은 두 개밖에 없기에 모든 화면을 동시에 보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로 초기에는 아이디어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토론이 이어지며 '터치 패널', '무선 통신 기능'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며 결국 개발진 모두가 동의하게 됐다. 특히 이와타 사토루는 듀얼 스크린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로 '미야모토 시게루'의 의견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는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을 만든 PSP와의 성능 격차를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와타 사토루는 2004 E3의 참가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다시 말해 이번 E3 쇼에서 보여주려 하는 것은 사람들이 보는 것(닌텐도 DS)이 기술적으로 열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픽적으로도 열등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조작 체계를 가진 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만지며 가지고 놀 수 있는 기기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쁩니다."
이와타 사토루는 인터뷰에서 "PSP에는 과거 PS가 가졌던 장점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로는 과거 PS가 N64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로그래밍이 더욱 쉽다는 것'과 '저장 매체 기술에 있어서의 우위'를 꼽았다. 그러나 PSP에서도 광디스크를 사용하기에 내구성의 문제, 기기 무게의 문제, 빠른 배터리 소모라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PSP는 UMD라는 자체 CD 규격을 사용했다. 반대로 닌텐도는 카트리지를 사용했다.)
PSP는 UMD라는 자체 규격의 CD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사진은 PSP 2000번대 신형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닌텐도 DS는 역사상 가장 두 번째로 잘 팔린 게임기가 되며 닌텐도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PSP는 소니의 첫 번째 포터블 게임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결국 닌텐도 DS와의 경쟁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후에 모두가 게임기의 성능 향상과 멀티미디어에 집중할 때, 닌텐도는 체감형 컨트롤러가 특징인 'Wii'를 선보여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와타 사토루와의 인터뷰는 '게임파일'에서 더욱 많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