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지붕’ 때문에 게임심의을 못 받았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자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해명하고 나섰다.
게임 개발자 정모 씨는 지난 6일 오전 클리앙 사용기 게시판에 게임 등급심의 신청 경험담을 올렸다. 글의 내용은 주로 게임위의 복잡한 심의등록 절차였는데, 끝에는 자신이 임대한 사무실 건물 주차장 지붕 때문에 불법 건축물로 지정돼 심의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글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트위터와 각종 사이트 게시판 등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와 동시에 댓글로 게임위를 질타하는 내용이 이어지자 게임위는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정모 씨가 지적한 문제는 공인인증서 및 실명확인, 각종 제출 서류, 게임 제작업 또는 배급업 등록증, 등급분류 필증 출력 제한, 마지막으로 불법 건축물 지정에 의한 게임업체 등록 불가의 6가지로 구분된다.
■ 공인인증서 발급절차와 실명확인
정모 씨는 “게임위 회원가입에 필요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별도 업체에 직접 서류를 작성하고 해당 개발사 대표가 찾아가야 확인한 후에 메일로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서류를 준비해 찾아갔지만 실제 면담과정은 5초 만에 끝났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5초라는 시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류 접수를 위해서 직접 대표가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공인인증서 발급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해당 업체의 중요한 재산을 다루는 문제로 등급분류 신청자가 법인인 경우 전용 공인인증서를 갖추는 것이 최소한의 보안장치”라고 해명했다. 개인의 경우는 일반적인 범용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인인증서 발급절차의 경우 해당 사업자 혹은 개인의 정보를 도용해 사용하는지 여부를 게임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 인증기관에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게임위는 “온라인 등급분류 신청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확인절차”라며 이해를 구했다.
■ 각종 제출 서류와 HWP 양식만 고집?
정모 씨는 인증서를 발급받은 후에도 실명인증 절차부터 사업자등록증을 전달하는 과정까지 진행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심의 파일을 등록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서류 확인과 게임위가 게임 설명서를 HWP 양식의 파일로만 받는다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하루를 버렸다는 주장이다.
그는 “심의 신청 단계에서 첫 페이지에 작게 표시된 서류 목록을 대충 읽고 넘긴 게 화근이었다. 첫 페이지 작은 글씨의 준비 서류 부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가면 그 다음 중간과정에서 어떤 서류들이 필요한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등급분류 신청 과정에서 법인인감등록, 사업자등록증, 게임 제작업 또는 배급업 등록증 사본을 디지털스캐닝된 파일로 제출하도록 현행 법률로 규정돼 있다. 등급분류 신청 단계에서 필요한 서류를 안내하고 있으며, 해당 단계에서 종료하더라도 이후 중단된 신청단계에서 다시 재개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게임위는 “현재 HWP 외에도 대부분의 문서파일을 지원하고 있다. HWP, MS워드, 파워포인트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안내가 부족했다면 향후 자세히 진행단계를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게임 제작업 또는 배급업 등록증 발급 문제
정모 씨의 마지막 걸림돌은 게임제작업체 등록증이었다.
해당 등록증이 없으면 등급심의 등록 과정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발급하는 기관은 구청. 정모 씨는 구청에 발급을 신청했지만, 최근 입주한 사무실 건물이 주차장 지붕 때문에 불법 건축물로 등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건물의 주차장 지붕 때문에 게임 제작사 등록이 안 된다는 게 말이 안되지 않는가? 설사 건물주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왜 임차인이 그 벌을 받아야 하나? 집은 사업장 등록이 안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인 개발자는 게임등급심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현행 게임법을 보면, 게임등급분류 신청을 위한 등록업무는 사업장 소재지의 시·군·구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불법건축물 여부로 빚어진 등록 지연은 법률 준수에 대한 문제다. 해당 구청과 협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픈마켓게임물은 등급분류 신청자가 법인이 아닌 개인의 경우에는 제작업 또는 배급업 신청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별도로 제작업 또는 배급업 등록증을 제출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개발자의 불편함” VS “법에 의해 어쩔 수 없다”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파장이 크다. 특히 최근 등급심의 수수료 인상과 맞물리면서 여론은 게임위를 질타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일부 네티즌은 관련 절차와 준비서류 확인에 소홀한 정모 씨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는 쉽게 묻히는 분위기였다.
게임위가 이례적으로 발빠른 해명을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 관련 법에 의거한 규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게임위의 입장이다. 특히 건물 주차장에 대해서는 게임위 권한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정모 씨가 지적한 내용 중 많은 부분은 게임위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게임법에 규정한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법에 따라 운영하는 만큼 게임위는 이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다만 정모 씨처럼 일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과 불편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분석해 신청자 입장에서 조금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