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산업이 정체를 보이는 반면 PC 게이밍은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크게 늘어난 중국 PC게임 유저들의 영향이 크다는 업계 분석이 나왔다.
아마존 전략 책임자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이자 현재 엔터테인먼트 업계 자문 기업 '에필리온'의 CEO인 매튜 볼은 최근 발표한 업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콘솔 업계는 지난 세대인 8세대(2013년~2019년)까지 성장을 지속해왔다. 8세대 콘솔의 경우 두 세대 전인 6세대 기기 판매량과 비교해 50%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콘솔 게임 콘텐츠 소비 역시 2011년과 비교해 180억 달러(약 26조 1,180억 원) 증가했는데, 이는 약 75%에 달하는 큰 폭의 성장이다.
PS5 Pro (출처: 소니)
그러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이는 콘솔 시장 전체보다는 신흥 강자인 닌텐도의 단독 성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7, 8세대에서 기존의 양대 콘솔(Xbox, PS) 판매량 합계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닌텐도는 성장했으며, 특히 8세대에는 기존 두 콘솔의 판매량을 합친 것에 맞먹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의 지역별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콘솔 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기존 콘솔의 주요 소비 지역인 북미, 유럽 지역의 콘솔 판매량은 7세대에서 8세대로 넘어오는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일본 및 기타 지역에서만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그나마도 이러한 성장은 주로 닌텐도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Xbox와 PS의 판매량이 성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최근 공식 발표된 스위치 2의 존재로 인해 현세대(9세대) 콘솔의 전체 실적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PS5 출시 이후 49개월 동안의 PS5 및 Xbox X/S 판매량 추이를 이전 세대의 초기 49개월 판매 실적과 비교해보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양사의 기기들은 총 6,800만 대가 덜 팔렸는데, 이는 6.4%의 역성장에 해당한다.
Xbox 시리즈 X와 S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콘솔이 정체하는 동안 PC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며 콘솔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4년까지의 PC 게임 콘텐츠 소비는 콘솔 게임 콘텐츠 소비보다 65% 더 많았다. 2024년 한 해만 보면 콘텐츠 매출이 총 300억 달러(약 43조 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콘솔 콘텐츠 매출의 225%에 달한다.
약 20년 전 모바일을 제외한 게임 시장에서 PC 콘텐츠 매출의 비중이 전체의 29%였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53%에 달하는 규모는 괄목할 만하다. 특히 2021년 이후 콘솔 게임 콘텐츠 소비가 정체된 반면, PC 게임 콘텐츠 판매량은 20%나 증가했다. 매튜 볼이 분석한 PC 게임의 기존 강점은 다음과 같다.
▲여타 단일 콘솔 대비 규모가 큰 게임 라이브러리와 거의 제한이 없는 하위 호환성
▲여타 단일 콘솔 대비 가장 큰 유저 커뮤니티 규모
▲유튜브, SNS 등과의 멀티태스킹 지원, 디스코드 지원, 인터넷 방송 편의성
▲콘솔 대비 낮은 진입 가격과 높은 성능 상한
▲경쟁 게임에서의 우위(키보드/마우스 입력 체계 등)
▲얼리 액세스 게임 플레이 편의성
한편 다음의 장점들은 이전보다도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연간 출시 게임 수의 증가
▲일부 PS 게임 및 모든 Xbox 게임의 PC 호환
▲PC에서만 판매되는 유로 로블록스 게임
▲윈도우 지원 휴대용 게임기기들의 인기 상승
최근 트렌드에서 PC 게이밍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PC 게이밍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스팀 플랫폼 유저들의 언어 설정 비율이 이를 입증한다(스팀은 유저들에게 국적 정보를 요청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 클라이언트 언어 설정을 통해서만 유저의 국적을 가늠할 수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중국어를 사용하는 유저 비율이 큰 폭으로 성장해 현재는 스팀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 언어 사용자의 MAU가 2017년 전체 MAU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시간대별 스팀 전체 동시 접속자 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스팀 동시접속자가 하루 중 저점을 기록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근무 중이고 미국인들이 퇴근하는 시간대(한국 시각 오전 8시~오후 4시)이며, 반대로 정점을 기록하는 것은 중국인들이 퇴근해 가장 많이 게임을 즐기는 시점(현지 시각 오후 10시 30분, 한국 시각 오후 11시 30분)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