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심야 시간(자정~오전 6시)의 청소년 게임 이용을 제한하고 수면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로 발의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청보법), 이른바 ‘셧다운 제도’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번 성명서는 문화연대,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에 이어 5번째다.
경실련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문제는 가정이라는 테두리 내에서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일부분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목적이더라도 잘못된 수단을 사용하거나 목적 달성이 어렵고 오히려 부작용만 유발한다면 그 제도가 도입되선 안 된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 접근성 제한만으론 중독 해결 못해
경실련은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큰 이유는 셧다운제 도입은 단순히 접근성을 제한하는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독은 접근만 제한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청소년 게임 중독의 주요 원인인 가정이나 경제, 교육 환경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인터넷 환경은 해킹이나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만연돼 있다. 그리고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가족이나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쉽게 도용할 수 있다. 이어 중독의 특성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수 있으므로 셧다운제가 오히려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학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절대다수(94.4%)가 셧다운제가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대안을 찾거나 규제를 회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실효성 없는 규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기 쉽다.
경실련은 “셧다운제가 유해 매체 여부와 상관없이 법률로서 게임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게임중독과 상관없는 청소년들의 권리마저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법률에 의한 강제 규제보다는 업체 자율에 의한 규제 방식 제안
경실련은 접근성 제한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살리고 과도한 권리 제한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에 의한 강제 규제보다는 업체 자율에 의한 규제 방식을 제안했다.
업체가 자율적으로 사용자별 총 이용 시간을 규제한다거나 보호자 동의나 요청 시 게임이용과 시간대를 규제하도록 제도화한다면 접근성 제한이라는 셧다운제 도입 취지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공정한 시장 경제 질서와 경제 정의의 안정적 유지를 목적으로 1989년 7월 시민·청년·서민층 등이 결성한 시민운동단체로 소득의 공정한 분배문제, 선거감시, 부정부패 추방, 환경보호, 제도개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청보법은 지난 21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이르면 28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와 공표단계만 남겨둔 상태다. 국회 본희의를 통과할 경우 청보법은 법령이 공표되는 시점으로부터 6개월 뒤인 10월 경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 26일 16세 미만 청소년에 한정돼 있던 청소년의 심야 게임 셧다운 제도를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기습적으로 셧다운제 적용 연령을 만 19세 미만으로 수정해 발의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