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 글로벌실 이인 실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11에서 ‘비주얼과 함께하는 넥슨 해외 진출 에피소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해외에서 사용된 넥슨 게임 관련 영상과 이미지를 통해 어떻게 각기 다른 시장에 접근했으며 어떤 에피소드를 겪었는지, 해외 진출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야기했다. /디스이즈게임 홍민 기자
넥슨, 해외매출 비중 70%
넥슨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해외 시장의 중요성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10년 전만해도 한국게임은 해외업체들이 앞다퉈 모셔갔지만, 요즘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지에 맞는 게임 리브랜딩, 현지 트렌드와 서비스 환경을 파악해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넥슨의 주요 진출국가인 중국, 일본, 대만, 미국의 사례를 각각 살펴보자.
① 중국
ㄱ.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특징
중국은 PC방에서 단순히 게임만 즐기지 않는다. 게임을 하며, 음악을 듣고, 영화를 감상하며, 채팅을 즐긴다. 이런 대다수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뮤직비디오와 게임 콘텐츠의 결합과 같이 영상과 음악에 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 기능인 이모티콘.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게임의 창 모드 지원이다. 자체 조사 결과 <던전앤파이터>를 즐기는 중국 유저의 93%가 창 모드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현지에는 게임과 영상채팅을 동시에 하는 게임까지 등장했다. 중국 게임의 바이블로 불리는 <몽환서유>는 채팅에 사용할 수 있는 3D 이모티콘을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채팅과 같은 커뮤니티 기능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이것은 화상채팅 프로그램인가 MMORPG인가….
중국은 문화적으로 중국만의 우월의식 및 가까운 접근도를 갖고 있어, 중국적인 게임 소재는 이질감도 없고 글로벌한 가능성도 가진다. 반면, 한국적 배경, 액션, 이야기의 게임은 아직은 세계시장에서 벽이 높은 상태라는 것도 안타깝지만 염두에 둬야 한다.
ㄴ. 중국의 제휴 마케팅
넥슨은 중국에서 삼성과 함께 제휴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부자들이 쓰는 삼성 휴대폰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삼성이 M618이란 휴대폰 모델을 중국에서 대중화시키기 위해 <카트라이더>와 손잡은 것. 진행 과정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M618의 공동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둔 케이스로 남았다.
삼성과 넥슨 모두 윈-윈한 좋은 사례.
반면 PC 하드웨어 업체 에이서, 인텔과 함께한 제휴 마케팅은 실패한 경우다. 노트북을 사면 <카트라이더> 전용 카트와 포스터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노트북 구매 시 제공되는 쿠폰을 현지 유통사들이 빼돌려 노트북과 따로 판매됐던 것이다. 이후 쿠폰 관련 이벤트는 한층 더 신중하게 진행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중국 마케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여성이다.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의 게임은 남자 캐릭터도 있지만, 홍보 효과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여성을 활용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그냥 무조건 여자다.
ㄷ. 중국의 심의
중국은 온라인게임이 출판물로 분류돼 현지에서 서비스하려면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를 받아야 하는데, 국내의 심의번호와 같은 역할을 한다. 게임의 심의는 문화부와 신문출판총서에서 진행되는데 정확한 기준이 없어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심의 시 공통사항은 혈흔이나 뼈 표현 금지, 시체훼손 금지, 외국어 사용금지 등이 있다. 대체적으로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한은 높지만, 선정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제한이 약한 것이 특징이다.
피와 절단 표시가 사라졌다.
역시 피와 배를 가르는 팔이 사라졌다.
좀비가 괴팍한 옆집 할아버지로 탈바꿈했다.
특정 국가 및 문구는 삭제된다.
핏자국은 먹물로 대체된다.
② 일본
ㄱ.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의 특징
초창기 일본시장은 온라인게임이 뭔지 대중에게 컨셉트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상태였기에, TV 광고를 통해 무료 온라인게임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얼마 전 가요계도 가사를 반복해서 중독성을 유발한 것이 유행이었듯, 광고에서 짧은 메시지를 반복해 중독성을 유발하고 유명인을 광고에 등장시켜 게임의 신뢰도를 높였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봐야 한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 <테일즈위버>의 경우 유저들의 연령대가 25~40세 정도로 높고 충성도 또한 높다. 유저 성향도 국내와 무척 다르다. 한 번은 실수로 퀘스트 NPC가 나타나지 않는 버그가 발생했는데 국내 같으면 난리가 났겠지만, 일본 유저들은 상점에서 꽃을 사 NPC가 있던 자리에 놓으며 NPC가 죽었으니 살려달라고 부탁하며 헌화하는 일도 있었다.
ㄴ. 일본의 제휴 마케팅
일본에서도 제휴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마비노기>는 <강철의 연금술사>와 제휴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의복을 아이템으로 등장시켜 큰 호응을 얻었다.
높은 퀄리티로 호응을 얻었던 이벤트.
③ 대만
ㄱ. 대만 온라인게임 시장의 특징
대만도 우리와 같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지만, 대만의 문화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식민지화가 진행됐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가 상당 부분 혼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의 트렌드는 중국을 따르지만, 마케팅은 일본과 비슷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픽 퀄러티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대만 시장의 특징이다.
또한, TESL이란 대만 e-스포츠 리그가 존재하며 5개의 팀으로 이뤄진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리그는 인기가 높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2>가 새로운 종목으로 추가됐으며, 해당 리그는 ESPN에서 생중계된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도 고려했으나, <스페셜포스>와 장르가 겹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만 e-스포츠의 쌍두마차 <카트라이더>.
ㄴ. 대만의 제휴 마케팅
자동차 메이커 푸조와 <카트라이더>의 제휴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푸조 207cc 모델은 뚜껑이 없는 <카트라이더> 카트의 콘셉트와 잘 맞아 떨어졌다. 또한, 이륜차가 많은 대만의 현지 특성을 고려 야마하와 제휴로 <카트라이더>에 오토바이를 처음 도입했는데 매출 면에서 최고의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실제 207cc 자동차를 상품으로 건 대회의 우승자가 미성년자라 어쩔 수 없이 자전거로 상품을 대체했다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슬픈 전설도 있다고 한다.
④ 북미
ㄱ. 북미 온라인게임 시장의 특징
북미는 쿨(Cool)하거나 크레이지(Crazy)해야 반응이 좋았다. <빈딕터스>(Vindictus, 마비노기 영웅전의 영문명칭) 광고 진행 시 소스 엔진 사용을 강조해 밸브와 소스 엔진 마크를 노출시킴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다.
북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컴뱃암즈>의 넛샷(Nut Shot, 남자 캐릭터의 중요부위를 맞춤)의 성공 이야기는 업계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해외에 진출할 때 이것만은 준비하자!
네오플 이인 실장은 해외에 진출할 때 개발자의 입장에서 피곤해지기(TIRED) 전에 준비해야 하는 사항으로 각 알파벳을 따 툴(Tool), IME(Input Method Editor), 리소스(Resource), 환경연구(Environment Research), 문서(Documentation)를 꼽았다.
툴에는 모니터링툴, 분석툴, 유지보수툴, 그래픽툴이 포함되며, 리소스는 그래픽 사용 가이드, 오프라인 프린트 가이드 등의 그래픽 리소스와 마케팅 리소스가 있다.
환경연구는 해당 국가의 게임 트렌드와 인프라 상태, 라이벌 게임, 연간 이슈 및 법률 이슈를 말한다. 이밖에 준비해야 할 문서로는 시스템과 게임 관련 문서, 툴 매뉴얼, 마케팅·이벤트·업데이트 히스토리와 번역 자료가 있다.
해외 진출에서 뜻하지 않은 고생을 피하려면 이런 준비 작업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