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비스 1주년을 맞은 <드래곤네스트>가 꾸준한 동시접속자와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아이덴티티 게임즈(이하 아이덴티티)는 작년 7월 말 <드래곤네스트>의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 만에 동시접속자가 70만 명에 육박했고, 유저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흥행 성적에 놀란 중국 퍼블리셔 샨다는 아이덴티티를 약 1,000억 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안착이었다. 게임을 띄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안정적으로 착륙시키는 건 쉽지 않았다. 론칭 초기에 비해 유저는 줄어들었고 샨다의 아이덴티티 인수가 섣불렀다는 분석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이미 몇 차례 유저 급감을 겪은 샨다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이덴티티 장중선 실장은 “중국은 온라인게임 유지도 힘든 시장이다. 버티는 게 이기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론칭 초기에는 하루에 수 십만 명씩 새로운 유저가 찾아왔지만, 신규 유입이 줄어든 후에도 서비스를 이어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상하이(중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디스이즈게임은 차이나조이 2011을 맞아 중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국산 게임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드래곤네스트>입니다.
차이나조이 2011의 샨다 부스 앞에는 <드래곤네스트>의 1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포스터가 부착됐다. 포스터에 붙은 건 게임을 즐기는 중국 유저들의 다양한 사진이다.
■ 동접 40만 명 이상-월매출 100억 이상, 여전히 흥행 중
현재 <드래곤네스트>는 중국에서 40만 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유지하고 있다. 월매출은 100억 원에서 120억 원 사이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착륙이다. 아이덴티티는 지금까지의 중국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과 그래픽을 비결로 꼽았다.
중국 시장에서는 한 게임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게임을 계속 개발된다. <완미세계>가 성공을 거두자 그래픽을 바꾼 <무림외전>이 나오고, <주선>이 인기를 끌자 <완미세계>와 <주선>의 장점을 결합한 <불멸 온라인>이 나오는 식이다. 개발은 확실히 빠르지만 독창적인 게임은 흔하지 않다.
<드래곤네스트>는 그런 중국 시장에서 틈새를 노렸다. 이미 FPS 게임에 친숙한 중국 유저들에게 <드래곤네스트>의 조작은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던전앤파이터> 이후 MORPG의 시스템에 익숙한 중국 유저도 많았다. 아이덴티티는 여기에 <드래곤네스트> 특유의 빠른 전투와 독특한 게임 방식을 강조했다.
아기자기한 그래픽도 흥행에 한몫했다. 장중선 실장은 “그래픽과 개성은 중국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강점이다. 중국인에 맞춘 기획은 중국인을 따라갈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걸 만드는 건 반대로 우리나라를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8등신 캐릭터와 무협이 ‘흥행공식’으로 뽑히는 시장에서 반대로 개성을 내세운 것이다.
■ 시장 이해도가 높은 샨다의 적극적인 협조
<미르의 전설 2>로 노하우 쌓은 샨다의 적극적인 협조도 <드래곤네스트>의 안착에 큰 도움이 됐다.
<드래곤네스트> 서비스 전까지 아이덴티티는 중국 유저들이 철저히 ‘실리’를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캐시 아이템 하나를 구입하더라도 능력치를 따지고 수집 욕구보다는 실제로 게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고민하는 유저들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 유저들도 과시욕이 강했다. 크리스마스의 중국식 코스튬과 할로윈 코스튬이 대량으로 판매됐고,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도 ‘잘 만든 아이템’에는 그만큼의 판매량이 뒤따랐다. 대표적인 게 삼국지에 나오는 4대 명마를 본뜬 탈것이다.
중국 정부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이 이어지면서 젊은 유저들의 1인당 결제 비율도 대폭 늘어났다. 아이덴티티에서 밝힌 <드래곤네스트>의 중국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은 최대 200 위안(약 32,000 원)에 달한다.
<미르의 전설 2>를 오랫동안 서비스한 샨다에서는 이런 중국의 부분유료화 시스템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박리다매보다 고급스러운 부분유료화 아이템에 공을 들였고, 중국 유저의 결제력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안도 아이덴티티에 해 왔다.
유저가 빠르게 빠지는 중국 시장의 특징을 고려해 업데이트마다 대규모 광고는 물론 업데이트가 비는 시기에는 아이템 공동구매 등의 이벤트로 유저를 꾸준히 유지해 줬다. 현재 샨다에서는 <드래곤네스트>에 운영 업무를 제외하고도 약 20 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여담이지만, 샨다 내부에서는 <드래곤네스트> 관련 인력을 사옥 3층으로 이동시켰다. 풍수지리를 따지는 중국에서 <미르의 전설 2>가 흥행한 이후 ‘돈을 잘 버는 자리’로 소문난 곳이다. <드래곤네스트>에 대한 샨다의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드래곤네스트>는 샨다의 전체 게임 중 매출 2~3위를 놓고 경쟁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전세계 공통 빌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서비스를 위해 추가한 다양한 요소들이 국내나 일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얻었다.
■ 요구 사양과 신규 유저 적응이 고민
<드래곤네스트>의 과제는 요구 사양을 낮춰 내륙을 공략하고 신규 유저의 이탈을 막는 일이다.
중국 시장은 크게 내륙과 연안으로 분류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상하이와 베이징 등은 모두 연안에 위치한 도시다. 대도시가 발달한 연안은 PC 사양이 높지만 내륙에는 아직까지 저사양 PC를 갖고 있는 유저가 많다.
장중선 실장은 “<크로스파이어>나 <던전앤파이터>처럼 동시접속자 100만 명을 넘기기 위해서는 내륙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비교적 고사양에 속하는 <드래곤네스트>로서는 내륙 공략이 쉽지 않다. <드래곤네스트>가 최적화에 힘쓰는 이유다.
론칭 초기처럼 신규 유저가 몰려들지 않는 지금은 저레벨 유저들을 어떻게 위로 이끌어줄지도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엔드 콘텐츠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초보자들을 게임에 머물게 만들기 위한 개선책에 초점을 맞춰 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