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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결산] 중국 게임 수준, 놀랄 정도로 높아졌다

디스이즈게임 기자 3인의 차이나조이 2011 총평

현남일(깨쓰통) 2011-08-04 11:17:29

 

지난 7 28일부터 31일까지 4일 동안 중국 상하이 신국제전시장(SNIEC)에서 차이나조이 2011이 열렸습니다. 올해 차이나조이는 중국 게임업계의 현재 상황과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죠.

 

그렇다면 차이나조이 2011을 통해 드러난 중국 게임업계의 수준과 차이나조이라는 행사 자체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디스이즈게임은 중국 현지에 출장을 다녀온 기자 3(깨쓰통, 한낮, 석모도)이 이번 행사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정리·진행=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중국 게임 수준, 놀랄 정도로 높아졌다

 

깨쓰통(출장팀 대장, 3년 만에 차이나조이 출장): 우선 이번 차이나조이 2011에 대한 각자의 소감부터 말해 보자. 먼저 차이나조이에 처음으로 출장을 간 석모도부터~.

 

석모도(출장팀 막내, 차이나조이 첫 출장): 보통 차이나조이는 엄청나게 더운 날씨와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로 인해 기자들의 실미도, 지옥의 헬게이트 등등으로 불리잖아요? 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출장 전에는 긴장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하이를 다녀오니, 생각만큼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놀라웠죠.

 

물론 굉장히 덥고, 소음 문제도 심각했고, 취재하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중국 최대의 게임쇼답게 볼거리도 많고, 중국 게임시장의 현황을 잘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쇼걸(Show Girl, 부스모델)이 많았다는 점에서도 신기(?)했어요. 부스 하나에 쇼걸이 최소 30명은 모여 있는 장관이란… 어쨌든 모든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깨쓰통: 호오전설 속에나 존재한다는 차이나조이 체질이다! 우리가 드디어 차이나조이 출장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냈어!

 

한낮(출장팀 넘버 투, 2년 만에 차이나조이 출장): 훌륭한데요? 이 참에 그냥 차이나조이 고정 출장으로 못 박아 버리죠? 듣자 하니 현지 사람들과 중국어로 대화도 했다고 하던데요.

 

석모도: (-_-;)

 

차이나조이는 참가하는 쇼걸의 수만 놓고 보면 세게 최대의 게임쇼다.

 

깨쓰통: 뭐 석모도는 그렇다 치고. 한낮의 소감은?

 

한낮: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고, 또 놀라웠던 게임쇼였습니다. 뭐 덥고, 습하고, 힘들고, 인파에 휩쓸려 죽을 뻔하고, 취재 환경도 좋진 않았고 이런 것은 2년 전에도 충분히 겪었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요, 환경적인 부분을 떠나서 순수하게 전시된 게임의 수준만 놓고 보면 정말 깜작 놀랐던 행사였네요.

 

2년 전에 차이나조이에 왔을 때는 전시된 게임의 수준도 솔직히 영 별로였고, 국산 게임에 비해 딱히 눈에 띄는 신작도 없었습니다. 또 일명 표절 게임들도 심심찮게 발견됐죠. 하지만 올해 차이나조이는 기술적으로도 진보한 게임들이 많이 나왔고, 아이디어가 좋은 게임도 많았어요.

 

깨쓰통: 확실히 매년 차이나조이에서는 표절 게임. 이른바 산자이 게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는데, 올해 차이나조이에서는 그런 의심이 드는 게임을 발견하지 못했지. 아니, 오히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은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의 게임들이 많이 나온 게 인상 깊었어.

 

이제는 중국 온라인게임’만의 색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할까? <던전 키퍼 온라인> 같은 경우에는 게임 하나에 엔진을 2개 써서 아예 장르가 다른 게임 2개를 붙여 놨잖아?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이런 게임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단 말이지.

 

RPG와 RTS를 하나의 게임에 합쳐 버린 넷드래곤의 <던전 키퍼 온라인>.

 

한낮: 그리고 설사 겉모습은 평범하다고 해도, 내부를 보면 신선한 게임들도 많았어요.

 

가령 <녹정기>는 NPC들을 동료로 영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점이 없는 시스템인데, 조금만 그 속을 살펴보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NPC를 동료로 얻을 수 있다는 게 눈에 띄었어요. 원작 소설 <녹정기>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겪고, 호감도를 올려야만 동료로 확보할 수 있는 NPC도 있더라고요.

 

<투전신> 같은 경우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디아블로> 방식의 액션 RPG인데, 그 속을 보면 모태가 되는 <서유기> 특유의 분위기나 게임 시스템이 잘 녹아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석모도: 겉만 보면 당장 한국에서 서비스해도 될 만한 게임이 있었는가 하면, 우리나라로 치면 어디 5~6년 전에나 나올 법한 수준 낮은 게임도 꽤 많지 않았나요? 전 좀 양쪽의 편차가 심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낮: 그건 아무래도 중국 업체들이 중국 내수용 게임중국 내 발전 지역 및 해외 수출용 게임을 철저하게 구별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 중국 내륙 지방을 보면 아직도 3D 그래픽카드도 제대로 갖추지 못 한 PC가 많다고 하더라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아무래도 그래픽 퀄리티를 낮출 수밖에 없겠지.

 

실제로 올해 차이나조이의 B2B(비즈니스 관계자들이 모이는 행사공간)을 보면 B2C(관람객들을 위한 행사공간)에 비해 전반적으로 신작의 수준이 더 높은 경향이 뚜렷했어.

 

대놓고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존 중국 게임의 색깔을 벗어버린 신작도 발견할 수 있었다. 텐센트의 액션 RPG <투전신>의 스크린샷.

 

깨쓰통: 확실한 것은 이제는 정말 중국 게임’이라고 하면 무조건 싸구려 허접, 표절 게임이라고 인식하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는 사실이야. 물론 전체적인 게임 퀄리티를 놓고 보면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게임들이 우위에 서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마음 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게임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더라고. 차이나조이 부대행사로 열린 CGBC(중국 게임 비즈니스 컨퍼런스) 개막 키노트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가 5년 동안 100개 이상의 오리지널 게임이 외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어.

 

중국 정부는 자국 온라인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개념 자체가 다른 게임쇼?

 

깨쓰통: 전반적으로 보면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는 꽤 수준 높은 중국 게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로 정리되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내가 볼 때 이 행사는 아무리 좋은 게임이 행사장에 나온다고 해도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어.

 

석모도: 게임이 나와도, 게임을 할 수가 없다?

 

깨쓰통: 빙고! (-_-;) 아니, 관람객이 게임을 하고 싶어도, 부스에서 도저히 편하게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니까, 이게 의미가 없잖아? 덥고, 습한 거야 뭐 상하이 여름 날씨 특성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귀청 떨어지는 시끄러운 소음부터, 제어가 안 될 정도로 북적이는 인파, 헤드셋 하나 변변하게 갖춰져 있지 않은 체험대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관람객들이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더라고.

 

석모도: 심지어 일부 부스에서는 쇼걸이 체험대가 설치된 공간을 점령해서 관람객들이 게임은 못 하고, 쇼걸 사진만 찍는 일도 있었어요.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아서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집중해서 모여 있던 1관이나 2관은 제대로 돌아다닐 엄두를 내기 힘들었습니다.

 

행사장 내 더위, 소음, 청결 등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한낮: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작 관람객들은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자체에는 크게 불만이 없는 것 같았어요. 아니, 아예 게임쇼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나라나 미국, 일본 등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실제로 관람객들의 행동을 보면 게임보다는 이벤트 상품과 쇼걸에 열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차이나조이 자체를 게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게임을 테마로 하는 쇼를 관람하고, 이벤트 상품을 얻는 것이 목적인 행사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할까요?

 

석모도: E3 게임쇼가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줄 서는 게임쇼라면, 차이나조이는 이벤트 상품을 받기 위해 줄 서는 게임쇼라는 느낌?

 

깨쓰통: 실제로 중국 기자들 역시 쇼걸이 많으면 뭐가 문제인데? 이벤트 상품은 당연히 받아 가야 하는 것 아닌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 물론 여기는 중국이기 때문에 무조건 우리 기준을 들이밀 필요는 없지만, 차이나조이는 게임쇼의 장르 자체가 E3, 도쿄게임쇼, 우리나라의 지스타와는 확실히 다른 게 맞는 것 같아.

 

한낮: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그 놈의 더위와 소음은 좀 개선해 주었으면 하네요. 계속해서 행사장 내 환경이 저 상태라면, 차이나조이가 취재 기피 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관람객들과 중국 현지 기자들 사이에서는 쇼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 관람객들은 지금 게임을 하기 위해 줄을 선 것이 아니라, 공짜 상품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상품을 받기 위해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것도 감수하는 관람객이 많았다.

 

깨쓰통: 하지만 그래도 올해 차이나조이가 예년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점도 있었잖아?

 

한낮: B2B관 이야기죠? 확실히 B2B관은 B2C관의 혼잡함도 없고, 비즈니스 관계자들이 편하게 게임을 보고 상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어요. 취재하기에도 훨씬 편했고, 나온 게임들의 수준도 B2C보다 상대적으로 높았죠.

 

석모도: B2B관을 보면 차이나조이가 국제 게임 전시회가 맞긴 맞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양인들도 많이 보였고, 중국 외의 해외업체들도 많이 보였고 말이죠.

 

깨쓰통: 그럼 결론적으로 2011 차이나조이는 중국의 온라인게임 개발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행사 운영이나 환경은 여전히 아쉬웠고, 차츰 개선되는 게 눈에 보였던 행사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 내년에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