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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눈치 보는 외국 게임업체들, SOPA 지지 철회

미국 게임업체 이익집단 ESA는 지지 명단에 포함

권영웅(휘영) 2012-01-10 18:40:47

저작권 침해를 제한하는 법안에 찬성하던 미국 게임업체들이 입장을 바꾸고 있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에픽게임스, 캡콤 등 주요 해외업체들이 미국 텍사스 출신의 하원의원 라마 스미스가 발의한 ‘온라인 저작권 침해 금지 법안’(Stop Online Piracy Act, 이하 SOPA)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SOPA란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침해 행위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는 법안으로 특정 웹사이트가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정부가 해당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제가 강하다. 현재 영화, 음악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게임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각종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임업체들도 SOPA를 반겼다. SOPA가 발의된 후 캡콤, EA,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남코, 에픽게임스 등 34개 게임업체가 소속돼 있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에서 SOPA를 찬성한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SOPA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게임업체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네티즌과 게임 유저들이 이 법률의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을 포함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SOPA는 미국 수정헌법 권리장전 1호에 위배되며, 장기적으로 국가의 인터넷 검열에 이용될 수 있다”며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혁신적인 콘텐츠 생산이 위축됨은 물론, 인터넷 업체들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외 게임웹진 디스트로이드의 리뷰 편집자 짐 스털링은게이머에게는 게임업계의 권리를 위해 싸우라고 해놓고, SOPA를 계속 지원하는 것은 가장 야비한 수준의 위선이다”고 말했다. SOPA를 지지했던 소니는 해커 집단 Anonymous로부터 또 다시 해킹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자 게임업체들은 SOPA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 지지를 밝혔던 소니와 닌텐도, EA는 지지 명단에서 이름이 사라졌고, 에픽게임스와 캡콤은 SOPA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와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인 에픽게임스는 우리가 개발한 게임으로 불법이익을 얻는 웹사이트를 제재하고 있지만, 이는 언론의 자유와 적법한 법률적 절차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캡콤은 우리는 SOPA를 지지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 업체가 소속된 ESA는 여전히 지지 명단에 포함되어 있어 ‘SOPA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최전방에서만 물러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받고 있으며, 일본 네티즌들은 캡콤의 발표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삐딱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SOPA는 현재 법안 심의 중에 있으며, 법안 가결을 위한 투표는 올해로 미뤄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