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출시된 세기말 RPG의 원조 <웨이스트랜드>(Wasteland)의 속편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공개투자를 받아 개발하려는 시도인데, 현재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웨이스트랜드>와 <폴아웃>을 만들었던 브라이언 파고 인자일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3일 킥스타터에 <웨이스트랜드 2> 페이지를 열고 공개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킥스타터(kick starter)란 창업자와 일반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크라우드펀드(crowd-fund) 사이트다. 킥스타터에서는 누구든지 마음에 드는 투자처에 적게는 1 달러부터 많게는 수 백만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다. 크라우드펀드란 여러 사람을 뜻하는 영어 ‘crowd’와 기금을 뜻하는 ‘fund’의 합성어다.
인자일은 PC게임 <웨이스트랜드 2>의 개발을 시작하기 위해 90만 달러(약 10억 원) 이상을 목표로 공개투자를 받고 있다. 반응은 뜨겁다. 14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9,000 명이 넘게 투자하겠다고 나섰으며, 투자금액은 이미 50만 달러를 돌파했다. 공개투자 종료일(4월 17일)까지는 아직 34일이 남아 있다.
인자일은 <웨이스트랜드 2>의 개발예산으로 100만 달러를 책정해 놓았다. 예상 개발기간은 6개월의 프리-프로덕션과 12개월의 프로덕션을 합해 1년 반이다. 만일 투자와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웨이스트랜드 2>는 내년 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공개투자로 확보한 <웨이스트랜드 2> 개발자금이 예상보다 많을 경우 게임 내용이 충실해진다. 투자금이 125만 달러를 넘길 경우 게임 월드가 넓어지고, 맵이 추가되고, 스토리와 음악이 늘어난다. 만일 150만 달러가 되면 월드가 더욱 커지고 콘텐츠와 전체 스토라인이 확장된다. 또, Mac 버전이 제작될 가능성도 생긴다.
<웨이스트랜드 2>는 24년 전 애플2와 코모도어64로 나왔던 세기말 RPG <웨이스트랜드>의 정식 후속작이다. <웨이스트랜드>는 특유의 세기말 분위기와 탄탄한 스토리텔링, 턴 방식 전략 전투로 인기를 끌었으며, <폴아웃> 시리즈의 탄생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플레이어의 결정이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고 자유도가 높은 샌드박스형 게임이었다. <웨이스트랜드 2>는 이런 전작의 장점을 이어받아 더욱 풍성한 게임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웨이스트랜드>의 속편을 위해 왕년의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먼저 <웨이스트랜드>와 <폴아웃>의 총괄 프로듀서였던 브라이언 파고가 <웨이스트랜드 2> 개발팀을 이끈다. <웨이스트랜드>의 핵심 기획자였던 앨런 파블리쉬와 마이크 스택폴도 2편 개발에 참여한다. 음악은 <폴아웃> 1편과 2편의 작곡가였던 마크 모건이 맡는다. 2편의 스토리는 <폴아웃>의 제이슨 앤더슨이 쓴다.
브라이언 파고는 1983년 인터플레이를 설립하고 <바즈테일> <폴아웃> <발더스게이트> <아이스윈드데일> 같은 명작 RPG를 만들었다. 이후 인터플레이를 떠나 지금은 또 다른 개발사인 인자일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다.
한편, 게임업계에 공개투자 신드롬을 일으킨 개발사 더블 파인은 엄청난 개발자금을 확보했다. 14일 종료된 더블 파인의 어드벤처게임 공개투자에는 8만 명이 넘는 투자자가 몰리며 총 투자액 333만 달러(약 37억 원)를 달성했다. 이는 원래 40만 달러였던 더블 파인의 투자목표액을 8배 이상 웃도는 성과다.
킥스타터에 열린 <웨이스트랜드 2>의 공개투자 페이지.
14일 오후 6시 현재 투자금액이 50만 달러를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