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S라는 장르에서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게임이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다. 처음에는 언리얼 엔진의 레퍼런스 게임으로 생각했었고 지금까지 단순한 3부작 시리즈로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기어스 오브 워>는 처음부터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기보다 거대한 프랜차이즈로 제작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나의 게임이 아닌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어스 오브 워>는 게임이 아닌 또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시키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했다.
에픽게임스 총괄 프로듀서 로드 퍼거슨이 말하는 <기어스 오브 워> 프랜차이즈로 만들기라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에픽게임스 총괄 프로듀서 로드 퍼거슨
■ 게임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보자
<기어스 오브 워>는 2006년 첫선을 보인 이후로 2008년, 2011년에 각각 시리즈를 출시했다. 전체 판매량은 1천 880만 장, 전체 평균 리뷰점수는 93점을 기록했다. 게임으로서는 완벽한 성공을 거둔 타이틀이다.
더 놀라운 것은 게임 판매와 더불어 티셔츠, 피규어 등의 프랜차이즈 수익을 모두 합치면 10억 달러(약 1조1,370억 원)다. 다시 말하자면 게임 만으로의 성공보다 프랜차이즈 전략을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다.
프랜차이즈로 성공하려면 에픽게임스는 먼저 게임을 만들기 전에 강력한 IP(지적재산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서 게임을 대표할 수 있는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아이콘 등을 먼저 고민했다.
로드 퍼거슨은 “게임 그 이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의 월드와 캐릭터, 스토리 등을 세부적으로 구성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물건이 좋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뒷받침해주는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강력하게 구축하면 유저들에게 강력한 접근성을 만들어 준다.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빠져들 수 있도록 매력적인 IP가 필요한 이유다.
■ 유저들을 고정할 수 있는 닻 역할의 콘텐츠
유저들이 한번 빠져들었다면 이들을 붙잡아 두는 요소가 필요하다. 로드 퍼거슨은 이를 '앵커'(닻)라고 표현했다. 배가 정박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닻이다. 게임에서도 이런 역할을 맡는 필수 요소가 중요하다.
이런 콘텐츠가 있다면 게임에 변화가 있어도 계속 즐길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유저 충성도라는 표현을 한다. <기어스 오브 워>에서는 이를 개방적이면서 깊은 콘텐츠로 만들고자 했다. 또한 누구나 알기 쉽도록 현실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영화 <아바타>의 경우를 살펴보자. 처음부터 가상 현실이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속의 현실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판타지로 접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현실에 대한(흔히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각인을 시킴으로써 더욱 판타지에 빠져들게 만드는 전략이다.
“게임의 요소를 너무 창의적으로 만드는 게 좋은 것은 아니다. 현실의 시간을 뛰어넘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경우 10년 뒤에 유저들이 게임을 이해하면서 유명해 질 것이다. 게임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좋을 이유가 없다”
<기어스 오브 워>도 이런 공식을 충실히 따라갔다. 배경은 먼 미래의 지구가 아닌 또 다른 행성인 '세라'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실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했다. 굳이 외계환경을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적으로 등장하는 로커스트도 비슷하다.
침대 밑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보편적인 공포를 떠올리면서 땅속에서 등장시켰다. 무기 역시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라이플을 기반으로 했고, 주인공인 마커스 피닉스조차 특별한 능력을 가진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설정했다.
즉 현실에 충실하면서 이를 통한 창의성을 보여주는 게 게임에서 성공하는 한가지 요소로 볼 수 있다.
■ 프랜차이즈의 활용은 '개방성'과 '깊이'
로드 퍼거슨은 <기어스 오브 워>를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었고 남은 것은 이를 하나로 융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는 게임이라는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그 경험이 자신만의 것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기어스 오브 워>에서는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면서 유저들이 캐릭터 자체에 빠져들었다. 마치 게임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나 자신인 것처럼 몰입했다.
여기서 에픽게임스가 의도한 게 있다. 스토리의 결말을 확실히 마무리 짓지 않았다. 유저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유도했다. 등장인물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게임 내 설정을 개방시켰다
방법은 간단했다. 에픽게임스가 향후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한 상세한 디테일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저들의 상상에 맡겼다. 예를 들면 적으로 등장하는 로커스트의 기원은 유저가 상상하는 그대로 자신의 스토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게임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배경이나 숨겨진 이야기는 그들이 필요로 할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유저들이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다양한 스토리를 만든 결과는 놀라웠다. 24개의 만화책과 5개의 소설이 등장했다. 이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기어스 오브 워>라는 IP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토리가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 프랜차이즈를 떠올리게 하는 필수 아이콘
프랜차이즈를 제작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브랜드를 만들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개발자들은 IP를 만들어 냈고 이를 부각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게임을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그 전에 눈으로만 봐도 <기어스 오브 워>를 알 수 있도록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했다.
바로 마케팅의 지원이었다. 에픽게임스 마케팅팀은 이를 시각적인 정체성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갈고리 같은 로고를 보면 나이키를 떠올리는 것처럼 특정한 로고를 보면 게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바로 <기어스 오브 워>를 대표하는 ‘크림슨 오멘’이라는 해골 아이콘이다. 결과는 대성공을 거뒀다. 아이콘을 보는 순간 게임을 연상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일부 팬들은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남길 정도였다.
로드 퍼거슨은 “몸에 문신한다는 것은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고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진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브랜드에 대한 맹신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아이콘을 통해 티셔츠, 모자, 음료 등에서 프랜차이즈 전략을 실행했다.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일상에서 게임을 연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고 밝혔다,
게임을 각인시킨 이후에는 게임의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기어스 오브 워>는 파괴된 아름다움, 인류의 마지막 길, 악몽과 같은 공포감을 표현했고 더불어 마커스 피닉스라는 주인공을 리더로 싸워나가는 게 주제였다.
■ 한눈에 알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를 만들어라
게임의 주제를 한번에 알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에픽게임스가 찾은 해답은 영화 포스터였다.
영화 <인디아나존스> 포스터를 보면 제목을 표현한 폰트와 주인공의 모습, 배경으로 사용된 영화의 장면을 통해 영화의 주제와 내용을 한번에 인식시켜준다. 심지어 모자와 채찍이 트레이드 마크로 활용되면서 이것만으로 전체를 말해주는 상징물이 됐다.
바로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확립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한 장의 이미지에 게임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면 곧바로 게임의 정체성을 표현해주는 마케팅의 주요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트레이드 마크를 통해 전부를 말해줄 수 있다는 것.
<기어스 오브 워>도 같은 작업에 착수했다. 한 장의 이미지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포스터나 박스 아트를 보면 알겠지만 <기어스 오브 워> 포스터에는 파괴의 아름다움, 인류의 마지막 희망. 암묵적인 공포, 절대 혼자 싸우지 않는다. 마커스가 리더라는 것을 모두 포함했다.
<기어스 오브 워 2>도 마찬가지다. 전투가 아닌 전장으로 나가는, 스케일이 커졌음을 보여주고자 강조하면서 기존의 주제는 모두 포함했다. <기어스 오브 워 3>에서는 4명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4인 협동플레이, 새로운 무기를 강조했다. 여기에 공통으로 등장시킨 체인소우는 게임의 트레이드 마크로 설정했다.
단순하게 멋지고 아름답게 포스터나 박스 아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를 프랜차이즈 전략에 따라서 계획했고 만들었다.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지속적이고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이미지화한 것. 게임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계산된 전략이다.
로드 퍼거슨은 “결과적으로 우리는 처음부터 게임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닌 프랜차이즈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토양을 만들어야 성공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운이 좋게 강력한 IP를 만들면서 토양을 만들었다. 그 위에서 스토리 게임플레이, 아트 등이 나올 수 있었다”며, 게임이 아닌 프랜차이즈로 개발된 <기어스 오브 워>의 개발이야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