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2>를 개발 중인 애니메이터들이 영화의 액션 연출가를 초빙해 무술 교육을 받았다. 보다 자연스러운 동작과 연출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영화 액션 연출가와 게임 애니메이터는 공통점이 많다. 액션 연출가는 영화에서 배우들의 액션을 만들고, 애니메이터는 게임 속에서 캐릭터의 액션을 만든다. 관객(유저)에게 얼마나 멋진 동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같다.
특히 최근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처럼 변하고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2% 부족하다. 그럼 영화는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넥슨의 <마비노기 2> 애니메이터들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실제로 영화 액션 연출가를 초빙했다.
“처음에는 사비를 들여서 배워볼 계획이었지만, 어느새 회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됐다”는 게 넥슨의 김기용 책임연구원의 발표다. 그래도 결과는 뿌듯했다. 6개월의 수련(?) 끝에 <마비노기 2>의 애니메이터들이 몸으로 얻은 노하우들을 영상으로 만나보자.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발표를 맡은 넥슨 신규개발3본부 김기용 책임연구원.
■ 액션 연출가 무대 영상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가르쳐줄 액션 연출가의 실력을 보는 게 먼저다. 이창현, 서정주 두 액션 연출가는 강연장 무대에서 직접 실력을 뽐냈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훈련이 시작됐다. 이창현 액션 연출가는 “세상에 이렇게 몸을 안 쓰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 검술 – 기본
검술의 기본은 휘두르기다. 직접 전문가를 초빙해 보니 칼을 잡는 법부터가 달랐다. 특히 검을 휘두를 때 칼의 옆면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면서 칼의 휘두름을 강조했다. 검술교본 같은 포즈에 시각적 어필을 덧붙인 형태다.
■ 검술 – 아크
아크는 검을 둥글게 휘두르는 꾸밈동작을 뜻한다. 납도(칼을 집어넣는 동작)할 때, 베기 전과 후, 스탭을 이동할 때. 검을 회전시키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검술 – 호흡
호흡은 애니메이터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어느 타이밍에 숨을 들여마시고, 참고, 내뱉는지에 따라 동작의 속도가 달라진다. 타이밍에 맞춘 호흡만으로도 훨씬 박력 있는 연출이 만들어진다.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따지면 속도 조절이다.
■ 창술 – 휘두르기
창술도 애니메이터들의 생각과 달랐다. 무겁게 들어서 땅을 내려치거나, 높이 뛰어서 바닥을 찍는 동작 등을 상상했는데, 실제 창술은 창을 몸에 바짝 붙이고 회전한 후 마지막에 회전력을 이용해 바닥에 휘두르는 방식이었다.
■ 창술 – 아크
창술의 아크는 팔은 물론 허리까지 사용해 창을 돌린다. 어깨를 감아서 돌리는 동작이 포인트다.
■ 창술 – 합맞추기
모든 과정을 마친 후에는 간단한 1:1 대련이 진행됐다. 대련은 두 사람이 합을 짠 후 순서에 맞춰 공격과 방어동작을 취하는 방식이다.
■ 펜싱 – 휘두르기
마지막으로 펜싱은 기술과 스태프의 연결이 중요하다. 펜싱은 칼을 8자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쉽게 아크를 만들 수 있다.
■ 펜싱 – 합맞추기
펜싱 역시 기본적인 부분을 마친 후에는 대련을 진행했다. 실제로 해보면 동작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연속기술 등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도움이 된다. 실제로 뮤지컬 <조로>에서 사용했던 합이다.
■ 낙법과 회피
마지막으로는 낙법과 회피 동작을 배웠다. 팔과 어깨 허리로 이어지는 동작으로 현실에서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역할이지만 게임에서는 피격효과를 살리는 데 응용할 수 있다.
■ <마비노기 2> 응용 사례
그래서 이게 게임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 먼저 액션 콘셉트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고, 키포즈들의 표현력이 향상된다. 직접 훈련을 받은 만큼 세부적인 손동작도 더 잘 알 수 있다. 합 맞추기를 연습하면서 여러 가지 동작을 섞는 콤보 연출도 한층 늘었다. <마비노기 2>의 모션영상을 통해 효과를 확인해 보자.
발표를 진행한 김기영 애니메이션 유닛장은 “프로젝트 종류나 캐릭터 특색에 따라 적합한 과목을 받을 것”을 권했다. 단, 효과가 빠르지 않으므로 라이브 중이나 베이스 모션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배우는 것은 금물이다. 프로젝트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배워보고 게임을 정하는 방식도 추천하지 않는다.
아래는 김기영 유닛장과 이창현 액션 연출가와의 일문일답이다.
<마비노기 2> 개발자들에게 무술을 가르친 이창현 액션 연출가.
게임 모션은 동작도 동작이지만, 딜레이도 중요하다. 멋진 동작만 따지다가는 게임에서 동작을 끊거나 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
김기영: 소위 말하는 애니메이션이 ‘씹히는 상황’을 말하는 것 같은데, 영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공격을 하던 도중에 피격을 당하면 곧바로 피격장면으로 전환된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회사는 어떻게 설득했고 비용만큼 효과를 봤나?
김기영: 연출가를 초빙했을 때 한 달 비용이 1인당 25만 원 정도다. 원래 사람들끼리 모여서 개인적으로 배우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회사 차원의 지원이 됐다. 운이 좋게 훈련을 받은 셈이다.
다른 프로젝트의 활용법을 물어본다면 직접 이를 활용할 애니메이터에게만 가르치면 된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터들이 여럿 있다면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 애니메이터에게 한 달에 25만 원 정도 지원해서 가르친다면 충분히 퍼포먼스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실제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가 하면, 콘셉트를 잡을 때 이전에는 액션의 목적만 생각했다. 예를 들어 강하게 베는 동작이 있다면 강하게 베는 연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체 프레임 중에서 어떤 부분에 힘을 주고 어떤 부분에 꾸밈동작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트레이닝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김기영: 6개월 정도였다. 작년부터 3개월 정도 트레이닝 하고, 3개월 쉬고, 올 봄에 3개월 다시 트레이닝했다.
사람 대 사람 액션만 나왔다. 영화에서는 작은 적이나 더 큰 적에 대한 노하우가 있나?
이창현: 사람 대 사람이 기본이다. 이걸 바탕으로 거인과 싸우거나, 로봇과 싸우거나, 작은 물체와 싸우는 것이다. 기본 원리는 같다. 크기에 따라 각도나 점프 높이 등만 차이가 있을 뿐 기본 원리는 같다.
애니메이터들 가르치면서 기대했던 부분이나 가르치며 느낀 문제점은?
이창현: 주변 사람들이 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지금까지 하나를 가르쳐주면 하나를 아는 사람만 봤는데, 여기 사람들은 10개를 던져줘도 1개도… 정말이지…(한숨) 상식 이하였다. 이렇게 몸 안 쓰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었다.
이 사람들이 내가 가르치는 것만 다 배워도 시너지 효과가 10배는 물론 100배는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노하우가 100% 전달 된다는 경우의 이야기다(웃음).
김기영: 전문가만큼 애니메이터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흉내만 된다고 생각한다(청중웃음).
게임의 액션 영상들을 보니 어떻던가?
이창현: ‘이 동작 어때요?’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는데, 내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동작인데 게임에서는 구현시키더라. 요즘 사람들 눈이 높아지는 걸 느낀다. 전문가 아니더라도 다들 수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보기에는 화려할지 몰라도 원리를 무시한 채로 동작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거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원리 원칙을 이용한다면 같은 동작이어도 더 퀄리티가 있게 나올 것 같다.
모션캡처와 비교해서 어떤 차이가 있나?
김기영: 연출가를 직접 섭외해서 캡처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정말 컷신 같은 연출이다. 전문가가 직접 시안을 짜고 복장을 입고 연기를 할 때만 자연스럽게 연출이 나온다. 우리처럼 어떤 동작을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는데 연출가를 거기에 맞춘다면 쉽지 않다.
일단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고, 모션캡처 후 애니메이터가 동작을 다듬을 때도 시간이 든다. 물론 우리도 모션캡처를 사용하고는 있다.
보통 무술 동작이 효율을 강조한 것과 보여주기에 특화된 것이 있는데, 어떻게 다른가?
이창현: 액션을 할 때 발차기를 하더라도 보통은 발만 쓴다. 그런데 그 때 고개를 반대로 틀어준다거나 하는 시각적 효과를 줌으로써 100의 힘으로 보이는 건 120이라는 착각을 준다. 그런 것을 통해서 특정 타이밍에 임팩트를 주는 방법을 연구한다.
처음부터 알고 하는 건 아니지만, 스승님에게 배우고 연습해서 타이밍을 습득하게 된다. 기초도 안 된 상태에서 타이밍을 잡을 수는 없다. 연습을 통해 타이밍을 잡으면서 ‘아, 이 때가 이상적인 타이밍이구나’하면 그 때부터 해당 동작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애니메이터가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면 배울 수 있는 경로가 어떻게 되나?
김기영: 처음에 찾을 때 많이 고생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카페에 들어가고, 카페에서 학원에 다니게 됐다는 글을 보고. 학원에서 소규모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는 걸 알고 연락하게 됐다. 그런데 한 분 연락이 닿으니까 아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금방 소개를 받게 되더라.
이창현: 연기학원 등에서 각자 활동하면서 촬영이 뜸한 낮시간에 연기자 지망생들 액션 트레이닝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