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가 2013년 1월 2일 오픈 베타테스트(이하 OBT)를 실시한다. 우선 엑스엘게임즈가 공개한 OBT 트레일러 티저 영상을 보자.
엑스엘게임즈는 1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행사에는 송재경 대표가 직접 나서 OBT 일정과 사전 캐릭터 생성, 클라이언트 사전 다운로드 일정도 밝혔다. 클라이언트 사전 다운로드는 12월 17일 시작하고, 사전 캐릭터 생성과 아이디 선점은 19일부터 30일까지다.
발표를 마친 송 대표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했다.
■ “5차 CBT, 후반부터 재미있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테스트 과정이 길었던 이유가 궁금하다.
송재경: 초기 개발 버전부터 1차 CBT를 실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유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발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른 시기부터 CBT를 실시해 왔다.
6년의 개발기간과 400억 원의 개발비가 들었는데, 부담은 크지 않았나?
초반에는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지금은 여러 투자사의 후원을 받고 해외 라이선스 계약도 맺었다. 게임이 잘 안 되더라도 신용불량자가 되지는 않겠다는 믿음이 들 정도다.(웃음) 만에 하나 실패한다 해도 다시 게임 개발에 도전할 생각이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마지막 5차 CBT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OBT를 실시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부정적인 반응이 많긴 했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레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린 유저들은 후반 콘텐츠를 즐기며 재미있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버그를 수정하고 OBT를 대비해 다듬는 작업도 거쳤다. 초반 퀘스트의 문제점도 개선했기에, 지금 OBT를 실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송재경 대표가 OBT를 선언하니 현재 개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완성도가 몇 퍼센트라고 생각하는가?
완벽주의자라기보다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하는데…(웃음) 수치로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직접 테스트해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매주 사내 테스트로 게임을 하는 직원들도 게임을 즐기고 있다. 완성도는 충분히 높아졌다고 생각하고, OBT에서 추가하지 못한 기능을 계속 공개하려 한다.
준비된 OBT 콘텐츠의 양은 어느 정도인가?
플레이 패턴에 따라 다르겠지만, 캐주얼하고 노말한 플레이를 하는 유저라면 몇 달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힘들지만, 업데이트할 콘텐츠도 개발진 내부에서 다 정해 뒀다.
OBT 콘텐츠 중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거나 불만족스러운 점은 없는가?
개발하기 전에 구상했던 점이 잘 구현된 것은 기쁘게 생각한다. 대륙 구조와 같은 기본적인 틀, 원대륙에서의 공성전과 같은 각 대륙의 후반부 콘텐츠 등은 초기 콘셉트와 거의 일치한다. 다만 퀘스트와 자유도를 부드럽게 융화하고 싶었는데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아직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CBT 때 ‘초반에는 다른 MMORPG와 다른 점이 없었다’는 피드백도 아쉬웠다. 그래도 일정 이상 레벨을 올리면 재미있어질 테니, 이 부분은 이해를 구하려고 한다. 그리고 서비스 일정 동안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테니 기대해 줬으면 한다.
최근 <아키에이지> 캐릭터들은 과거에 보여준 캐릭터들보다 개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커스터마이징으로 얼마든지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페레와 같이 개성적인 종족도 등장한다. 더 다양한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아키에이지>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음.
■ “부대끼는 재미와 로망을 살린 MMORPG 만들겠다”
지금까지 여러 행사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테마파크형 MMORPG의 한계를 지적해 왔다. <아키에이지>는 이를 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울티마온라인> <바람의나라> <리니지>가 나왔을 때는 참고할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히 가상사회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이후는 퀘스트를 이용해 정해진 루트대로 유저들을 이끄는 MMORPG가 등장했다.
개인적으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많이 즐기긴 했지만, MMORPG의 본질적인 재미는 가상의 세계 속에서 사람들끼리 부대끼고 협동하고 경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키에이지>는 그러한 재미를 반영했다.
단, 초기 MMORPG처럼 아무런 가이드 없이 알아서 놀거리를 찾으라고 하면 유저들이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초반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퀘스트를 가이드 삼아 유저들의 적응을 돕고, 후반부에는 배를 타고 해상전을 하고, 원대륙에서 공성전을 즐기고, 밭을 일구고 집을 꾸미거나 원하는 아이템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려고 한다.
실제로 게임 개발할 때는 어떤 리더십으로 일하는지 궁금하다.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개발팀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내 아이디어를 우기기도 하지만, 개발팀과 사업부의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개발에 녹여내려고 애쓴다. 유저 반응이 필요한 콘텐츠는 일단 적용해 보고 피드백에 따라 수정하거나 삭제하기도 한다.
<아키에이지>에도 송재경 대표가 우겨서 반영된 아이디어가 있는가?
부활 모션 때문에 우긴 적이 있다. 캐릭터가 전투 중에 사망하면 신전에서 부활하고 여신에게 절을 해 잃어버린 경험치를 복구받는 것은 내 아이디어다. 또한 서 있는 상태로 부활하는 것을 보고 “누운 상태로 정신을 차릴 수도 있고, 여신의 무릎을 벤 상태에서 눈을 뜰 수도 있지 않냐”며 수정해 달라고 우긴 적도 있다. 결국 무릎 배게 아이디어는 기각되고 누워서 부활하는 것으로 합의가 났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별자리를 하늘에 넣자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다 개인적인 로망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였다. 변명을 하자면 게임 속 가상 세계의 디테일을 높이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챙기자는 의도 때문이었다. 그런 디테일한 것이 유저들의 감동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기간 MMORPG를 개발하면서 힘든 상황은 없었는가?
몇 년이 지나면 ‘이런 순간은 위험했구나’고 여길 수 있겠지만, 아직은 딱히 위기라고 생각되는 시기가 없다. 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 같다.
개발 도중 지치고 힘들어서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극복하는가?
흥미가 떨어지고 힘이 빠질 때가 종종 오긴 한다. 그래도 직접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며 게임을 만들고, CBT에서 유저 피드백을 받다 보면 어느 정도는 극복되는 것 같다.
■ “유행보다 MMORPG의 본질에 집중, 평가는 유저에게 맡긴다”
지스타 2010에서는 <테라> <블레이드 & 소울>과 함께 기대작으로 꼽혔는데, <아키에이지>는 어떤 반응을 받을 것 같은가?
<아키에이지>는 사람들끼리 부대끼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가상세계에서 생활하는 등의 재미에 집중했다. 화려한 액션을 추구한 두 게임, 그리고 요즘 MMORPG의 흐름과도 다른 타이틀이다. 유행을 생각하기보다 MMORPG의 본질적인 재미를 살리는 쪽으로 개발한 만큼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크다.
MMORPG를 개발하면서 ‘리니지의 아버지’, ‘천재 개발자’라는 별명이 생기지 않았는가. 자신에게 붙은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그래머로서의 전성기는 2000년대였고, 지금은 직접 코딩하지는 않는다. 코딩을 읽고 옆에서 잔소리를 할 정도다. 수재라면 몰라도 천재는 좀 아닌 것 같다. 천재는 요절한다는데 여전히 멀쩡히 살고 있지 않은가.(웃음)
<아키에이지>로 새로운 별명이 생긴다면 어떤 것이 될 것 같은가?
어떤 별명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리 바라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개발해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국내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외산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국산게임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게임 개발자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유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게임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유저들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MMORPG가 큰 이슈가 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MMORPG만의 시장은 확립돼 있다.
모바일게임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PC MMORPG의 방향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모바일이 대세지만 PC 플랫폼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MMORPG가 새로운 시도를 연구한다면 유저들의 관심을 계속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단, 앞으로 MMORPG는 모바일 환경을 염두에 두고 개발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차이나조이 2011에서 공개된 <아키에이지> 아이폰 앱,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공개된 클라우드 방식으로 아이패드에서 플레이하는 <아키에이지>는 여전히 개발 중인가?
물론이다. 여전히 개발 중이고 기회가 되면 공개할 계획이다.
차이나조이 2011 당시 공개됐던 <아키에이지> 아이폰 앱. [원문보기]
■ “엑스엘게임즈 독자 서비스로 간다”
<아키에이지>를 퍼블리싱하겠다는 곳은 많았다. 독자 서비스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독자 서비스를 하는 데는 유리한 점이 있다. 전문 퍼블리셔에게 서비스를 맡길 때처럼 개발팀의 의지가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거나, 사업부의 의지가 개발에 반영되지 않는 등 의사소통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엑스엘게임즈에는 서비스 경험이 있는 직원도 있다. 독자 퍼블리싱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하고 도전하게 됐다.
엔씨와 넥슨이 협업하는 것처럼 엑스엘게임즈도 다른 게임회사와 협업할 뜻은 없는가?
이미 테이크투와 협력하고 있다. <아키에이지>와 별도의 개발팀을 준비해 <문명 온라인>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다음 기회에 지금과 같은 자리를 마련해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테이크투와 파트너십을 맺은 당시의 사진. [원문보기]
<아키에이지>는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한 국산 MMORPG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MMORPG는 일종의 작은 사회다. 개발자도 모르게 자신의 문화가 반영되기 쉬운 게임이다. 건물이나 유닛의 생김새 등 사소한 곳까지 말이다.
이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호응을 얻을 수 있지만, 서구권 유저들에게는 이질감을 줄 수 있다. <아키에이지>는 서구권 유저들이 어색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개발 과정에 미국인 직원을 참여시키는 등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더 유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4차와 5차 CBT 당시에 러시아, 중국 등 각지에서 온 유저들과 국내 유저들을 한 서버에 모아 놨다. OBT에서도 서로 다른 국가의 유저들이 같은 서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가?
예전에 <리니지>를 서비스할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번역해 영문 서비스를 하니 미국과 일본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했다. 수는 많지 않았지만,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본다.
지난 CBT에서도 공개적으로 외국인을 모집한 것은 아니었지만 외국인 유저들이 테스트에 참여해 줘서 감사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글로벌 서버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대규모로 해외 유저를 초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가령 러시아 퍼블리셔 선정된다면 그 지역 유저들은 러시아 서버에서 플레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즈니스 모델은 구성됐는가? 국내와 해외의 비즈니스 모델을 달리 할지도 궁금하다.
지금 비즈니스 모델을 밝히면 사업부가 싫어할 것 같다.(웃음) 다음에 간담회 형식의 행사를 열고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와 해외 비즈니스 모델을 통일시킬지 달리할지는 현지 퍼블리셔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현지 퍼블리셔가 우리보다 현지 시장을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대신 일본 중국 대만 등 이미 진출한 국가에서는 빠른 시일 내로 출시하도록 작업하려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오랜 테스트 끝에 게임을 공개하게 됐다. 비록 처음에는 다른 MMORPG와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을수도 있지만, 일정 이상 레벨업을 하면 분명 재밌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서비스 기간 동안 추가하지 못했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니 기대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