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게임을 하는가? 얼마에 팔 것인가? 어떻게 팔 것인가? 게임 마케팅과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하지만 게임테크 2013 강연에 나선 SK플래닛의 임종민 매니저는 여기서 한 걸음씩 더 나아가서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
누가 게임을 하느냐보다 누가 게임에 돈을 쓰는가, 얼마에 팔까 보다는 유저가 얼마를 낼 수 있나, 어떻게 팔까보다는 유저가 어떻게 돈을 지불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 공식만 지킨다면 같은 모바일게임이라도 보다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열린다는 게 임종민 매니저의 이야기다.
물론 게임에서 최고의 흥행요소는 재미다. 재미가 없으면 어떤 마케팅이나 비즈니스도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재미를 만족시켰다면 분석을 통해 더 효율적인 매출을 가져올 수 있다. 그의 강연을 디스이즈게임에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SK플래닛 임종민 매니저
■ 누가 게임을 하는가? → 누가 돈을 쓰는가?
임종민 매니저는 먼저 게임의 고객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했다. 아직도 많은 개발사가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때 ‘자신의 게임을 즐기는 고객층’을 파악한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고객과 돈을 쓰는 고객은 100% 일치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T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인 한 퍼즐게임을 예로 들었다.
이 게임은 주로 20세부터 39세까지의 유저들이 플레이한다. 가장 많은 연령층은 30~34세다. 단순히 보면 20~30대를 위한 마케팅과 아이템을 만들면 될 것 같지만, 실제 매출 결과는 다르다. 과금이 제일 많이 하는 유저는 35~39세. 전체의 15%가까이 차지하는 20~24세 유저들은 고작 1% 남짓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20대 유저는 과금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무난히 플레이할 수 있고, 30대 유저는 20대 유저들을 따라가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게임 아이템도 30대 유저가 20대 유저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로 구성하되, 주 매출이 30대에서 이뤄지는 만큼 아이템 가격은 좀 더 높아도 된다.
■ 얼마에 팔까? → 얼마나 돈을 쓰나?
아이템의 가격을 결정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많은 개발사는 주먹구구식으로 아이템 가격을 정한다. 감으로, 혹은 비슷한 게임의 아이템을 벤치마킹하는 방식이다. 다른 게임에서는 이 정도 가격을 받으니까 우리는 이 정도로 하자.
하지만 사실 얼마에 팔까 보다는 (유저가) 얼마나 돈을 쓰나가 중요하다. 임종민 매니저는 역시 T스토어에서 서비스 중인 SNG의 그래프를 꺼냈다. 먼저 이 SNG의 이용자는 압도적으로 10대가 많다. 반면 결제금액은 20대가 훨씬 많다.
여기서 재미난 점은 구매자의 숫자다. 결제 금액은 20대가 높지만, 과금을 하는 유저의 숫자는 10대가 여전히 많다. 10대 유저 한 명이 1천 원대의 금액을 쓰는 반면, 20대 유저는 한 명당 1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예로 든 SNG는 양호한 편이다. 19금 게임을 부모님 휴대폰으로 즐기는 탓에 60대 유저가 높게 나오는 사례도 있고, 같은 연령대라도 성별에 따라 과금 수준이 다르다. 어떤 연령층, 성별, 성향을 가진 유저가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아이템 금액도 이에 맞춰야 한다.
반대로 그래프를 보더라도 예상할 수 없는 범위의 결제금액이나 결제비율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게임의 마케팅과 비즈니스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게임마다 천차만별로 다르지만, 현재 T스토어에서는 ARPU(유저당 평균매출)는 200 ~ 1만원, ARPPU(구매 유저당 평균매출)은 2,000 ~ 8만 수준으로 잡고 있다.
ARPU나 ARPPU가 이 이상으로 높거나, 낮으면 문제가 있고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어떻게 팔까? → 어떻게 돈을 쓰나?
어떻게 팔까에 대한 고민도 (유저가) 어떻게 돈을 쓰냐로 바꿔야 한다. T스토어의 예를 들면 초창기 매출은 거의 대부분 휴대폰요금을 이용한 후불제에 집중됐다. 반면 4년이 지난 지금은 문화상품권과 신용카드가 급증했다.
결제방식은 연령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10대와 20대는 문화상품권을 많이 이용하는 반면, 30대는 신용카드의 비중이 높다. 이유는 간단히 생각해볼 수 있다. 아직 부모님의 관리를 받는 10대와 20대는 휴대폰 요금에 게임 이용금액이 남으면 혼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증거가 남지 않는(?) 문화상품권을 이용한다. 사회인이 많은 30대는 당연히 신용카드가 편하다. 이는 마케팅에도 당장 응용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의 푸시메시지는 연령에 따라 보낼 수 있는데, 결제가 적은 연령층에는 할인 이벤트 메시지를, 30대에서는 비싼 아이템의 할인 이벤트 메시지를, 10대에는 문상 이벤트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임종민 매니저는 “게임을 론칭할 때 어느 정도의 예상하는 유저층이 있겠지만 실제로 게임이 나왔을 때는 예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때 게임 자체를 연령층에 맞춰서 바꾸기는 어렵지만, 마케팅과 비즈니스는 바꾸기 쉽다”고 말한다.
■ 게임에서 브랜드는 먹히지 않는다
임종민 매니저는 마지막으로 어떤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도 결국 ‘재미’가 없으면 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장이 있지만, 게임만큼 브랜드 마케팅이 먹히지 않는 시장은 없다. 브랜드를 띄워도 게임 완성도가 낮으면 방법이 없다.
지금까지 완성도의 대명사로 지칭된 블리자드가 쌓아 놓은 브랜드 파워를 <디아블로 3>의 혹평으로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반대로 돈만 밝힌다고 욕을 먹던 개발사의 신작이 의외의 재미와 건전한 결제모델로 인기를 얻는 일도 있다.
그만큼 브랜드가 가진 허상에 집착하고, 무리한 광고와 마케팅으로 게임을 띄우려 노력하기보다는 차라리 시간이 더 필요해도 그 돈으로 게임을 개선하고, 더 많은 곳에 노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임종민 매니저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