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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애플의 사업자 등록 의무화, 해프닝으로 끝나나?

정부는 “애플에 요청한 적 없다”, 애플은 사업자 등록 양식 삭제

김진수(달식) 2013-10-21 17:34:20
지난 19일 애플 앱스토어가 한국 앱(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번호를 필수 사항으로 요구하기 시작해 논란이 일었다.

애플의 정책 변경은 기획재정부가 한국 내 앱 판매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를 강제로 걷겠다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따른 조치로 알려졌다. 하지만 21일 기획재정부는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 차원에서 애플에 대한 과세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관련 요청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앱스토어의 정책 변경에 따라 모든 한국 개발자들은 규모에 관계없이 사업자 등록과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애플은 21일 오후 해당 정책을 보류하면서 사업자 등록 양식은 내린 상태다.


사업자 등록 의무화 주체는 애플? 정부?


애플이 앱스토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면 앱스토어 관련 세금은 개발자들의 부가세 및 종합소득신고에 따른 자발적인 세금 납부에서 국가 차원의 강제 징수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하지만 애플의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아닌, 애플 측에서 주도해 강제적인 사업자 등록을 명시하면서 불거졌다. 21일 디스이즈게임의 취재 결과, 기획재정부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애플에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도 앱 개발자들은 한국 내 앱 매출만 따로 신고해 부가세를 납부해 왔고, 해외 매출까지 합산한 종합소득신고로 소득세를 내왔다. 결과적으로 현재 직업으로 앱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책이 변경되더라도 세금을 더 내게 되지는 않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에 대한 과세 정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앱스토어 판매 수익에 따른 부가세 면제 혜택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지식경제부가 대외무역법 시행령 및 대외무역관리 규정 등에 의거해 앱 수출을 수출실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무역 금융 등의 혜택과 영세율(부가세 면제)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이 갑자기 사업자 등록 의무화 정책을 꺼내든 이유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무료 앱 및 개인 개발자에 대한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개발자들에게 등록을 강제한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사업자 등록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애플은 일단 개발자 등록에서 사업자 등록 부분은 삭제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부가가치세를 애플이 개발자에게 납부하도록 전가하기 위함이라는 추론을 내놓고 있다. 애플 측은 이에 대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사업자 등록을 강제화할 경우 일어날 일들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도 애플의 정책에 의문을 나타냈다. 통신판매업 등록에는 1년에 4만5,000 원이 필요하다. 다만, 연소득 4,800만 원 미만이면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이를 면제받을 수 있다. 굳이 개인이 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가 없는데 애플은 모든 개발자들에게 통신판매업 신고를 의무화했던 것이다.

 

애플은 기존에도 수익성 여부를 구분해 인 앱 결제 등 수익성이 있는 앱에만 세금 관련 정보를 입력하도록 했다. 사업자 등록을 강제하는 것은 기업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개인 개발자들 중에서도 특히 수익성이 없는 앱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일어났다.

 

앱 개발 및 등록을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한다는 것은 개인사업을 하는 소득자로 신고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겸직이 금지된 직장인이나 공무원 등은 공익적인 목적의 무료 앱을 개발하더라도 유통시키기 어려워진다. 또 대학생의 경우, 비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취업 준비생도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고 포트폴리오로 삼는 경우가 있었지만, 사업자 등록을 해 놓으면 향후 취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 더불어 사업자 등록을 하면 4대 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도 자영업자 신분이 되어 매달 10만 원 가량의 부담이 생긴다.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앱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개발자는 “매출이 없는 1인 사업자의 경우도 4대 보험은 안 들어도 되지만, 소득과 재산을 산정하는 지역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에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때문에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무료 앱 개발자들에게 부담스럽다. 사업자 등록을 강제하면서 앱 개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회사에 다니며 취미 등으로 앱을 개발하고 있는 직장인 개발자들은 애플의 정책 변화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겸직이 어려운 직장인들이 사업자 등록 자체가 힘들어 퇴사하기 전까지는 앱을 더 이상 등록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되면 퇴사 요청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어서 직장인 입장에서 앱 개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애플이 다시 통신판매업 등록을 요구할 수도 있어 개인 개발자들은 향후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버스> 앱.
무료 앱 개발자에게 사업자 등록을 강요할 경우, 앞으로는 이런 앱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


해외 개발자와 국내 개인 개발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


한편, 애플은 해외 개발자들에게도 한국 스토어에 앱을 등록하기 원하는 개발자들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요구했었다. 이에 대해 해외 개발자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왜 노출해야 하는지 불만과 함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한국 앱스토어를 위한 정책이라면 굳이 한국에 앱을 내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내 개발자들은 역차별 정책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개발자들은 커뮤니티 등에서 국내 개발자에게만 불리한 사업자 등록 강제화 때문에 한국 앱스토어의 갈라파고스화를 부를 수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사업자 등록을 강제해 기업에게만 유리한 구조로 앱스토어 생태계가 흘러가면 개인 개발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달러로 결제되는 한국 앱스토어를 원화로 결제하도록 변경하고, 한국 앱스토어 법인을 설립하면 굳이 개발자들에게 사업자 등록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애플이 한국법인을 통해 매출정보를 공개하고 세금을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국내 개발자 뿐 아니라 해외 개발자에게도 한국 마켓을 위한 개인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국내 개발자들, 오전에는 정부에 오후에는 애플에 분노 표출


국내 개인 개발자들은 한국 앱스토어의 정책 변경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면서 개인 개발자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더불어 사업자 등록 의무화의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는 점이 알려지고, 21일 오후 2시를 전후해 애플의 사업자 등록 번호 입력 양식이 사라지면서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오전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애플에 대한 과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성토했으나, 정부의 해명에 애플의 공식적인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국내 앱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애플의 정책 변경에 대해 “정부의 과세 요구에 대해 애플코리아가 부가세를 개발자들에게 떠넘기려고 사업자 등록을 강제한 것이 아니냐”며 분노하기도 했다. 정부의 과세 방침에 애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개발자들에게 부가세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정책을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애플의 실수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무료 앱 개발자는 사업자 등록이나 통신판매업 등록을 강제할 이유가 없다.

한 개발자는 “보통 중요한 약관 개정 등이 있을 때에는 개발자들에게 메일로 사전에 공지한다. 이번에는 사전 공지가 없었고, 애플 코리아의 개발자 지원 담당 직원도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무료 앱 개발자들의 사업자 등록 강제화가 논란이 되자 양식이 사라진 것을 볼 때,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미완성 시스템이 노출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한 앱 개발자 커뮤니티의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