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소설 일러스트레이터가 게임 일러스트를 베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일러스트레이터는 생방송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 의혹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일러스트레이터 커뮤니티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이하 방사)에서는 네이버 웹소설 <엘리와 늑대의 메르헨>의 일러스트레이터 ‘CR’이 픽시브에 올라온 일러스트, 다른 웹소설 일러스트, 게임 일러스트를 ‘트레이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레이싱은 ‘원본 위에 새 종이를 얹어 선을 따라 그리는 행위, 혹은 원본 그림 파일의 투명도를 낮추고 그 위에 선을 따라 그리는 행위’를 뜻한다.
턱선과 이목구비 선이 일치한다 VS 비슷한 그림체면 턱선은 일치할 수 있다
의혹을 제기한 유저들은 <엘리와 늑대의 메르헨>의 일러스트와 삽화를 픽시브에서 활동하는 ‘튜훗’ 작가의 그림, 네이버 웹소설 삽화가로 활동 중인 ‘기어’ 작가의 그림과 대조한 결과를 증거로 내세웠다.
‘CR’ 작가가 그린 소설 캐릭터의 턱선, 눈, 코, 입, 두상 등 신체 일부의 선이 다른 작가들의 그림과 일치하니 트레이싱이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상단 왼쪽이 ‘CR’ 작가의 삽화. 오른쪽은 ‘기어’ 작가의 삽화.
이에 ‘CR’ 작가는 눈, 코, 입, 턱선이 일치한다는 의문을 풀기 위해 ‘튜훗’ 작가의 그림과 자신의 그림을 겹친 자료와 해명 글을 발표했다. ‘CR’은 “눈의 위치만 비슷할 뿐 눈의 크기나 외곽선은 일치하지 않는다. 턱은 턱선이 크게 각지지 않는 이상 어떤 그림이라도 어느 정도 일치할 수 있으니 트레이싱의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의혹을 제기한 유저들은 그림체가 비슷하더라도 서로 다른 작가가 그린 캐릭터의 턱선이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유독 ‘CR’ 작가의 그림이 ‘튜훗’과 다른 작가들의 그림과 턱선이 거의 일치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며 반박했다.
게임 일러스트 트레이싱 의혹도 제기, “그리는 모습 생방송해 의혹 풀겠다”
‘CR’ 작가의 해명과 이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면서 의혹은 점점 번져나갔다. 다리선과 몸통, 골반 위치도 트레이싱했다는 의혹에 이어 게임 일러스트를 트레이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슴선과 허리 위치가 ‘꾸엠’ 작가가 그린 <소드 걸스> 카드 일러스트와 같다는 주장, <블레이드 & 소울> 포스터 속 여자 린족의 눈동자의 하이라이터, 동공 위치가 같다는 주장이 나왔다.
왼쪽 위가 CR 작가의 그림. 눈동자를 살짝 돌리면 린족과 같은 모양이 나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꾸엠’ 작가의 <소드 걸스> 일러스트와 가슴선, 허리 위치가 같은 CR 작가의 그림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CR’ 작가는 3일 두 번째 해명에 나섰다. 턱선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유튜브를 통해 캐릭터를 그리는 영상을 공개했고,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도 설명했다. 원래 동글동글한 그림체를 그렸는데 차갑고 미형의 주인공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맞춰 그림체를 조정하다 보니 화마다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달라 보였다는 것이다.
다만, ‘CR’ 작가는 논란의 대상이 된 일러스트를 전부 설명하지 못했다. 또한 의혹을 제기한 유저들에게서 제시한 일러스트가 아닌 엉뚱한 일러스트를 해명 자료로 제시한 사실을 재해명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CR’ 작가는 ‘튜훗’과 다른 작가들을 만나 트레이싱 없이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사’ 유저들에게도 해명하기 위해 오는 4일 그림 그리는 모습을 생방송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