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포토 기행기로 인사드립니다. <검은사막>의 종군기자(?) 아퀼입니다.
지난 3일, 2차 비공개 테스트(CBT) 중인 <검은사막>에서 첫 ‘점령전’이 진행됐습니다. 점령전은 공성전의 변형 콘텐츠입니다. 참여하는 길드는 필드에 건설한 ‘지휘소’란 건축물을 방어하는 동시에, 같은 지역에 있는 타길드 지휘소를 공격해 철거해야 합니다. 타길드 지휘소를 모두 파괴한 길드는 영토와 성을 차지하게 됩니다.
비록 점령전이 시행된 당일에는 ‘피를 흘리는’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점령전이 어떤 콘텐츠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 상황을 스크린샷으로 전하겠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검은사막> 점령전 준비 과정 영상
공병(?)의 활약 없이는 참여도 불가능한 '점령전'
스크린샷에 보이는 성은 2차 CBT에 공개된 신규 지역 ‘칼페온 직할령’에 있는 성입니다. 이번 점령전은 칼페온 직할령을 포함해 총 5개 지역에서 진행됐습니다.
점령전에서 이기면 멋진 성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성문을 열고 닫으며 성주 놀이를 할 수도 있고,
높은 성곽에 올라가 멋진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죠. 물론 금전적인 이득도 있습니다. 점령전에 승리해 특정 지역을 점령한 길드는 ‘세금’을 거둘 수 있거든요.
비록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어떻게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채 점령전이 개시됐지만, 한 가닥하는 길드들은 명예와 함께 세금을 거둘 권리도 얻기 위해 지휘소를 열심히 건설하기 시작했죠.
지휘소 건설은 간단합니다. 길드 마스터가 지휘소를 건설할 터를 결정한 뒤, 재료와 ‘일꾼’ NPC를 투입해 건설을 진행하면 됩니다.
건설을 빨리 하려면 길드원들끼리 잘 협동해야 합니다. 일단 지휘소를 만들기 위한 석재와 목재를 십시일반으로 모아야 하고요.
되도록 많은 길드원들이 근처 마을을 개척하고 일꾼 NPC를 고용할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만약 점령전이 개시되기 전까지 지휘소를 건설하지 못할 경우, 그 길드는 점령전에 참여할 수가 없거든요. 일부 유저는 “만렙 캐릭터만큼이나 ‘공병(?)’이 중요한 전투”라는 우스개소리를 하더군요.
물론 본격적인 전투는 지휘소를 건설한 뒤에 일어납니다. 제가 소속해 있었던 ‘파괴본능’ 길드는 지휘소 건설을 순조롭게 마쳤지만, 7개 길드 연합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빠졌습니다. 1:7 상황에 빠지니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일단 한 방에 죽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방어구를 강화해봤습니다. 그런데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확률적으로 강화 차수가 떨어질 수 있는지라… 숱하게 죽고 난 뒤에는 강화 아이템이 아닌 일반 아이템으로 싸우게 될까봐 걱정이 되더군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휘소로 출발합니다. 그래도 일부 길드원들은 “아직 <검은사막>에는 연합 시스템이 없고, 특정 길드원끼리 공격이 안되도록 설정할 수가 없다. 7개 연합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자기들끼리 팀킬을 하게 될 테니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자. 최선만 다하자”며 다른 사람을 위로하더군요.
그리하여 지휘소에 도착했습니다. 지휘소는 수풀이 많아 길드원들의 몸을 숨기기 딱 좋은 지역에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몸을 감춰봅니다. 참고로 제자리에 앉으면 캐릭터 닉네임과 길드명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수풀을 이용해 몸만 잘 감추면 얼마든지 기습공격을 할 수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길드원들끼리 “최대한 몸을 가리고 싸우고, 근접전 캐릭터들이 싸우는 동안 원거리 캐릭터들이 엄호사격을 해서 잘 막아보자”라고 전략을 짰습니다.
어느덧 오후 8시, 그렇게 걱정하던 1:7 점령전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어라? 시작한지 1초도 안 지났는데 점령이 끝났다고?
갑작스럽게 점령전 종료 메시지가 뜨자마자 월드 채팅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칼페온 직할령은 물론, 다른 지역도 단 1초만에 점령전이 끝났다 하더군요. 버그가 일어나기라도 한 것일까요?
알고 보니 칼페온 직할령에 지휘소를 완공한 길드가 ‘파괴본능’ 하나밖에 없었더군요. 실제로 현장에 가보니 다른 길드가 세우다 만 지휘소 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7 점령전을 각오하고 전투에 참여했는데 졸지에 무혈입성을 하게 됐네요.
여담이지만, 칼페온 직할령 점령전에 참여할 7개 길드 연합은 단합이 잘 안 됐다고 합니다. 한 길드는 칼페온 직할령 점령전에 참여하기보다 빈 땅을 차지하는 게 유리했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땅으로 가버렸고요. 일부 길드는 점령전에 참여할 인원수가 모자랐다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피를 흘리는’ 전투 대신 건설활동이 승패를 가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소 허무했지만, 이것도 <검은사막>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죠. 잘 싸우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길드가 아닌, 저마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유저들끼리 잘 협동하는 길드가 성을 차지했으니 말입니다.
이로써 칼페온 직할령은 꾸준히 생산 활동을 하고 착실히 지휘소를 건설한 ‘파괴본능’ 길드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영토는 물론 멋진 성까지 얻은 유저들은 기쁜 마음에 기념사진을 남기자며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각 직업 별로 자리를 잡고 기념사진을 찍을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여러 유저가 쓰러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알고 보니 점령전에 참여해 파괴본능 길드와 싸우겠다고 선언한 한 유저가 공격하러 왔더군요. 이미 파괴본능 길드의 손에 넘어간 성과 영토를 빼앗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칼을 뽑기도 전에 끝난 점령전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까요?
이 작은 사건은 파괴본능과 7개 길드 연합 중 일부 길드가 서로 전쟁을 일으키는 사건으로 번졌습니다. 하긴, 어느 길드든 나름대로 점령전을 준비했을텐데 아무 일 없이 점령전이 끝났으니 몸이 근질근질할 수밖에요.
물론 본격적인 전투는 10일 토요일 2차 점령전에서 다시 열리겠지만요. 그때는 이미 영토를 차지한 길드가 성을 중심으로 수비전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과연 굳건한 성벽을 두고 유저들이 어떤 방법으로 공방을 주고받을지 기대하며, 1차 점령전 기행기를 마치겠습니다.
뜻밖의 사건으로 직업 밸런스 논쟁 제기, 문제의 스킬 콤보는 수정돼
여담이지만 1차 점령전은 많은 논쟁거리를 가져왔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이슈가 된 논란은 ‘직업 밸런스’였습니다. 점령전 종료 직후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파괴본능 길드를 습격한 소수의 레인져 유저들이 60명의 파괴본능 길드원을 너끈히 상대하는 일이 벌어졌거든요.
참고로 그 레인져 유저는 발차기 직후 화살을 쏘는 스킬 콤보만으로 파괴본능 길드 유저들을 상대했습니다. 이 때문에 “레인져가 너무 세다”는 지적이 나타났고, 개발진이 문제로 떠오른 스킬 콤보를 근접전에서만 발동되도록 4일 일요일에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죠.
유채꽃 길드 '견적' 유저가 유튜브와 <검은사막>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5:60 영상
영상에 보이는 문제의 스킬 콤보는 4일 점검 이후 '근접전'에서만 발동되도록 수정됐습니다.
일부 유저들은 본격적인 공성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점령전을 할만한 역량을 갖춘 길드는 적은데 영토가 6개씩이나 되니, 무혈입성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요. 이 유저들은 “10일 토요일에는 제대로 된 점령전이 일어나도록 개발진이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쟁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타났습니다. 점령전이 끝난 다음 파괴본능 길드와 7개 길드 연합 중 4개 길드와의 전쟁이 벌어졌는데, 전쟁을 선포한 길드원끼리 싸우는 도중 아무 상관 없는 일반 유저들이 근처를 지나가다 피해를 입는 상황이 벌어졌거든요.
이 문제를 지적한 유저들은 “점령전을 제외한 다른 길드 전쟁에도 무고한 유저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조치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검은사막> 개발진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 기념사진 몇 장은 온전하게 남았다고 합니다. 사진은 '파괴본능' 길드의 '핑크빛돼지' 유저가 제공한 '칼페온 직할령' 점령전 종료 기념 스크린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