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탐방은?] 스마트탐방은 ‘스마트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들을 찾아가 그들의 비전과 주요 신작을 살펴보는 연재코너입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신생 모바일게임 개발사 아이트리스튜디오입니다. 전략이 살아있는 모바일 RPG를 꿈꾸는 회사이자, 최근에는 보기 힘든, ‘도트’ 찍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개발사죠. 먼저 개발 중인 신작 <로스트 크로니클>의 영상부터 만나보시죠.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기사에 사용된 모든 영상과 이미지는 내부 개발버전입니다.
전략이 살아있는 RPG를 꿈꾼다, 로스트 크로니클
아이트리스튜디오의 처녀작 <로스트 크로니클>은 자동전투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RPG입니다. 게임 방식은 기존의 모바일 RPG와 유사합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진행되고, 유저는 사이사이 스킬과 필살기를 눌러서 전투를 원활하게 이끌 수 있죠.
<로스트 크로니클>은 이러한 모바일 RPG의 기본(?) 전투에 ‘진형’이라는 요소를 더했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5명이 한 파티로 구성되며, 유저는 이 캐릭터들을 전위와 후위 각 4칸, 도합 8칸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전위에 위치한 캐릭터는 방어력과 체력에 보너스를 받으며 적의 근접 공격을 대신 받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후위 캐릭터는 공격력이나 치명타 확률 등에 보너스를 받아 안전하게 공격과 회복에 주력하는 구조죠. 여기까지는 다른 모바일 RPG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게임은 여기에 전투 중 진형 변경과 전투 중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를 더해 차별화를 시도하려 합니다. 유저는 전투를 시작할 때 최대 3개의 진형을 미리 짜서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저는 전투 중 ‘재사용 대기 시간’이라는 대가만 지불하면 전투 중 자유롭게 진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던전은 이러한 진형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때는 평소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정예 몬스터가 나타나 파티를 위협하기도 하고, 어떤 몬스터는 특정 위치에 있는 아군만을 집요하게 노리기도 합니다. 보스 몬스터의 강력한 광역 공격이 쇄도하는 와중에 특정 영역만 안전할 수도 있죠. 유저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리 설정해 놓은 진형을 최대한 활용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강화와 약화 효과를 강조한 ‘속성’ 시스템은 유저에게 또 다른 고민을 선사합니다. <로스트 크로니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공격은 불∙얼음∙번개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원소를 기반으로 한 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베기 같은 무속성(?) 공격도 무기가 가진 속성을 따라기는 식이죠.
이렇게 설정된 각 속성은 서로 상성 관계를 형성함과 동시에, 기본적으로 각 속성에 걸맞은 고유 약화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불 속성 공격은 적을 불태워 지속적인 피해를 주고, 얼음 속성 공격은 상대를 얼려 둔하게 하는 식이죠.
게임은 여기에 속성 간 상생 개념을 더했습니다. 예를 들어 불 속성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적에게 바람 속성 공격을 하면 대상이 받고 있는 불 속성 피해가 더 커지거나 불타는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 얼음 속성 공격을 받아 얼어붙은 적은 방어 속성이 일시적으로 얼음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번개 공격에 취약해집니다. 때문에 파티원의 무기와 스킬의 속성 구성도 전투력에 많은 영향을 끼치죠.
진형과 속성이라는 두 요소의 결합은 유저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기본적으로 유저는 효율적인 파티를 만들기 위해 진형과 속성의 시너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문제는(?) <로스트 크로니클>의 던전은 다양한 변수를 제공한다는 점이죠.
갑자기 등장한 정예 몬스터는 애교입니다. 어떨 때는 던전의 주요 속성에서 한 발자국 벗어난 적이 나타나 파티의 전투력을 급감시킬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유저는 진형과 속성을 고려할 때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느냐, 아니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느냐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하죠.
이러한 머리 싸움은 엔드 콘텐츠인 세력전(RvR)에서도 이어집니다. 유저가 세력전에서 상대해야 하는 것은 정해진 패턴이 있는 AI가 아니라, 자신의 공격을 직접 보고 대응하는 상대 유저입니다. 나와 상대의 명령이 실행되는 것은 같은 시점.
때문에 유저는 상대의 전력과 전략을 파악함은 물론, 턴(?)마다 상대의 의중을 읽어 때로는 역의 역을 짚는 식의 심리전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미니 인터뷰] “오래 걸리는 도트 그래픽? 좋아서 선택했다!”
왼쪽부터 아이트리스튜디오의 안경업 개발이사, 박현종 대표, 김세영 기술이사
아이트리스튜디오에 대한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박현종 대표: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든 모바일게임 개발사입니다. 개발진 대부분이 5년 이상 게임 바닥에서 구른 레트로 게이머죠. 다들 게임 취향이 비슷한 덕분에 즐겁게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2년 차에 접어든 회사라면 <로스트 크로니클>도 제법 오랫동안 만든 작품이겠네요.
박현종: 아니요. (웃음)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사실 회사의 첫 작품은 SNG가 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신생회사라 그런지 그것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더라고요. 개발이나 기획 이슈보다는 의외로 원화 문제가 가장 컸죠.
창업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것인데, 막상 회사를 차리니 인력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더라고요. 더군다나 SNG 관련 원화 작업은 하려는 사람은 적고 구하는 사람은 많으니. 그래서 어렵게 구한 메인 원화가가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나간 일도 많았어요.
그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화풍 유지도 어렵고, 개발 중인 작품도 유행에서 멀어지고. 고민 끝에 그냥 깨끗이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죠.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팀원들 모두 흔쾌히 따라와 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안경업 개발이사: 그렇게 개발한 것이 <로스트 크로니클>이죠. 팀원 대부분이 RPG 마니아라 의견 통합은 쉬웠어요. 한 번 프로젝트가 엎어져 스케줄을 하드하게 잡아야 함에도 다들 앞장서서 따라와 줄 정도였죠. 덕분에 짧은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프로토타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똑같은 RPG 마니아라고 하더라도 서로 추구하는 재미는 다르지 않나요? <로스트 크로니클>이 추구하는 재미는 무엇인가요?
안경업: 다들 골수 레트로 게이머이다 보니 머리 쓸 수 있는 RPG를 만들자는 의견이 많았죠. 그래서 <로스트 크로니클>도 수집과 성장이라는 모바일 RPG의 틀 위에, 진형과 속성이라는 차별성을 넣었어요. 속성 간의 상생상극으로 공략의 재미를 넣고, 전투 중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고 유저가 진형 변경으로 이를 대응하게 하는 식이죠.
개인적으로는 RPG의 재미 중 하나가 RvR이라 생각해 이런 것도 넣을 예정입니다. 앞서 말한 전략 요소와 유저 간 대결이 결합되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물론 모바일이라는 환경 특성상 100% 실시간은 힘들겠지만, 몇 분에 한 번씩 명령 입력하는 식으로 턴 같은 개념을 설정하면 PvP와 전략을 같이 만족 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RvR이 등장한다면 유저들의 길드가 다툼의 주체가 되는 방식인가요?
안경업: 아니요. 길드라는 개념이 없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엔드 콘텐츠는 게임 속에 존재하는 세력 간의 다툼이 메인입니다.
<로스트 크로니클>은 신에게 벌 받아 유폐된 3개 세계(세력)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었던 이들은 신의 권위에 도전한 까닭에 하나의 공간에 유폐되게 되죠. 유저는 이 세계에서 고대 유물을 찾아다니는 모험가로 시작해,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세계적인 사건에 휘말리고 그 결과 3개 세계 중 한 곳에 속하게 됩니다.
김세영 기술이사: 세력 간 다툼이 콘셉트인 만큼, RvR은 땅따먹기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특정 지역을 놓고 각 세력에 속한 유저끼리 맞붙고, 이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해 세력의 승패를 가리는 식이죠. 물론 이렇게 차지한 영토에는 해당 세력만 이용할 수 있는 특수 던전 등이 제공되겠죠? (웃음)
그래픽이 ‘도트’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보기 힘든 방식인데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김세영: 신생 개발사고 또 처녀작이다 보니 뭔가 하나라도 더 취향에 맞는 요소를 넣고 싶었어요. 다들 레트로 감성이 충만하다 보니 도트도 고려사항 중 하나였죠. 물론 무지막지한 작업량 때문에 쉽게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웃음)
그런데 마침 새로 들어온 아티스트 분이 도트를 10년 가까이 찍어 온 ‘도트 장인’인 거에요. 마침 그분도 이전에 했던 (도트) 작업에 아쉬운 점이 많았고, 무엇보다 최근 도트 게임이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습니다.
안경업: 물론 무작정 도트가 좋아서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3D 그래픽’이나 ‘스켈레톤 애니메이션’은 정해진 텍스쳐만으로 움직임을 연출하기 때문에 역동적이거나 과장된 맛이 떨어지죠. 반면 도트를 사용하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고 캐릭터의 움직임도 훨씬 직관적으로 들어오죠. 스마트폰의 사양을 적게 탄다는 점도 매력이고요.
박현종: 이거 나중에 갖다 붙인 겁니다. (웃음)
앞서 <로스트 크로니클>을 설명하며 캐릭터 수집을 베이스로 하는 모바일 RPG라고 했었죠? 도트 그래픽은 특성 상 작업량이 무지막지한데, 추후 콘텐츠 수급에 문제는 없을까요?
박현종: 사실 도트 그래픽만큼 시간과 퀄리티가 비례하는 방식도 없죠. 더군다나 저희 게임은 1280 X 720 사이즈로 개발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항상 퀄리티와 생산량 사이의 균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처녀작이니만큼 만들고 싶은 것을 위해 이런 어려움은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경업: 어쩌면 이상에 불과할지는 모르겠지만, <로스트 크로니클>은 무작정 캐릭터를 쏟아내기보다는 차분히 챕터 단위로 업데이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던전이나 진형, 속성과 같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캐릭터라는 변수까지 무작정 늘어나면 혼란이 커지거든요. 그런 것보다 차라리 차분하게 콘텐츠를 선보이며 탄탄하게 게임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실 콘텐츠를 빨리 뽑고 싶었다면 도트가 아니라 스켈레톤 애니메이션을 사용했겠죠. (웃음)
차분히 방망이를 깎겠다는 뜻처럼 들리네요. 그렇다면 언제쯤 <로스트 크로니클>을 시장에서 볼 수 있을까요?
안경업: 빠르면 올해 안이나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략과 도트라는 게임 특성상, 말 그대로 최고의 결과만 이어졌을 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김세영: 물론 기적같이(?) 캐릭터 동작 구상을 해 줄 애니메이터 분이 구해진다면 예상 시간을 달성하기 더 쉬워지겠죠. 지금은 앞서 말한 도트 장인이 한 땀 한 땀(?) 캐릭터 동작을 그리고 있거든요. 도트 게임에 관심이 많은 애니메이터 분이 있으시다면 부디 연락 부탁드립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박현종: 처음 회사를 창업했을 때는 다들 개발 경험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실수와 경험이 쌓이고 쌓여 <로스트 크로니클>의 첫 프로토타입까지 나왔습니다. 유저 분들이 보시기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점점 이를 매꾸며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로스트 크로니클>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