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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셧다운제 합헌, 여가부 판결인줄 알았다” 토론회 말말말

‘셧다운제 합헌판결과 게임규제 대응방안 토론회’ 주요 발언 정리

김승현(다미롱) 2014-06-10 23:10:13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 이후 이에 대한 분석과 대응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열렸다.

문화연대는 10일 서울 프란체스코 교육회관에서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합헌 판결과 게임규제 대응 방안’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문화계 인사들이 참여해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이후에 대해 이야기했다. 참석한 이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결과보다도 판결문이 더 실망스럽다. 여가부 판결인줄 알았다”


행사 사회를 맡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판결문에 대한 감정을 밝히며 “헌재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내린 판결인 줄 알았다. 청구자의 문제 제기에는 답하지 않고, 여가부의 주장만 법적 용어로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의 합헌 판결에 대해 “법관들이 게임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평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가진 채, 정작 객관적인 자료나 현상을 빠트린 것 같다는 의견이다. 

이동연 교수는 이러한 헌재의 판결 안에는 한국 사회에 잠들어 있는 ‘청소년 보호 논리’가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문화와 청소년 보호 논리의 분리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게임업계의 ‘산업 보호 논리’에 대해서도 “청소년 보호와 산업 보호가 부딪히면 청소년 보호가 이길 수밖에 없다. 업계는 오히려 게임의 문화적 가치 같은 근본적인 담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헌재 내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고려대학교 박경신 교수는 “헌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재판관 성향이 아니라 판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직설적인 표현에 대해 “헌재 판결에는 이를 관통하는 논리가 없다”며, 판결의 논리 구조 자체를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과거 헌재의 판결에는 결과를 떠나 헌재가 추구하는 가치와 논리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가 헌재 최악의 판결로 꼽았던 ‘군 불온서적 합헌 판정’의 경우, 헌재는 책이 가진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인정했으면서도 군 조직이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의 기본권 보장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장병들의 기본권 침해보다 국가의 안보를 더 중히 여기는 보수적인 자세였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판결에는 그러한 논리나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법안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실효성이나 명확성은 물론, 기본권인 자녀교육권이나 행동자유권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오히려 수면권 보장같이 입법 목표에도 없던 엉뚱한 것이 뛰어 나와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 정치적인 성향이나 게임에 대한 편견을 떠나, 헌재 내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믿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게임 및 문화규제, 앞으로는 더욱 은밀하고 치밀해 질 것이다”


문화연대 최준영 사무처장은 강제적 셧다운제의 영향을 분석하는 자리에서 정부의 문화 규제가 더 은밀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가 이러한 예측을 한 이유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합헌 때문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헌재가 인터넷게임물에 대해 ‘게임 자체는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판결문을 분석하며 “사회 대다수는 물론 헌재에서도 게임이 부정적이라 평하진 않았다. 다만 강제적 셧다운제가 합헌이 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히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헌재가 게임의 유해성을 부정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헌재까지 인식이 변하고 있으니 앞으론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규제론자들이 더욱 은밀하게 법을 설계하도록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최준영 사무처장은 이러한 예로 놀이미디어교육센터의 권장희 소장과,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법을 들었다. 게임규제논리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는 권장희 소장은 최근 게임 전체 대신 신규 매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 대해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으며, 신의진 의원은 게임 규제 논리에 보건의학적인 이데올로기를 더했다.




“기성세대의 두려움을 변화시켜야 한다”


문화사회연구소의 강신규 연구원은 게임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두려움’과 ‘문화’의 부딪힘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 대부분은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고, 오히려 게임이 유발했다고 여기는 각종 부정적인 사례에 눈길이 가있는 이들이다. 

반면 게임에 대해 호의적인 이들은 십중팔구 실제로 게임을 즐기며 그 속에서 무언가의 가치를 찾아내고 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충돌은 평행선이다. 강신규 연구원은 이러한 갈등 양상을 설명하며, 게이머들이 오히려 기성세대들의 두려움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한 까닭은 양자의 갈등은 이미 가치관의 영역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가치관의 충돌은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두 가치는 서로 바라보고 있는 방향도 다르다. 옹호론자는 게임의 과정을 바라보고, 기성세대는 게임의 결과만 바라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 안을 보고 있는 옹호론자들이 게임 밖에 기성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가치를 창조하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이들을 설득시키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게이머는 게임을 통해 게임 밖에서도 통할 가치를 만들면서 역으로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 게임으로 기성세대에 통하는 가치를 생산하려면, 필연적으로 이러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생산된 가치는 게임 규제를 둘러싼 다툼에 효과적인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게임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사람들의 가치관, 나아가 서로의 정치력이 맞부딪힌 산물. 게임 밖에서도 통하는 가치가 쌓이면 이러한 정치력 싸움에서 더 나은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 헌재의 ‘21세기 통금시간’이다”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는 헌재의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문을 분석하며 “21세기 통금시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가 합헌 판결에 대해 이러한 비유를 한 까닭은 판결문 자체가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없었음은 물론, 심지어 판결문 중에는 ‘일반인들의 수면시간’을 근거로 강제적 셧다운제의 피해가 크지 않다고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 판결문에서 “일반인이 잠을 자는 0 ~ 6시 사이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큰 권리 침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러한 헌재의 판결문에 대해 “어떻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기관이 국민의 수면 시간을 판단할 수 있는가. 과거 통금시간을 연상시킨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올해 헌재가 위헌 판정한 집시법 10조 조항을 예로 들며 ”지난 3월 헌재는 야간 집회 금지 조항을 위헌 결정하며 그 근거로 ‘학생이나 직장인은 일과로 집회나 시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야간 집회를 금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오히려 이런 논리에서 접근해야 하는 법이다”라며 헌재의 결정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인터넷게임에 대해서도 단순히 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하는 공론의 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기성세대와 스킨십이 부족하다”


김상우 게임평론가는 게임업계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성세대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한 까닭은 경험제라는 게임의 특성 때문이다. 스포츠나 드라마 등과 달리, 게임은 직접 즐긴 사람만이 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콘텐츠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신문물(?)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을 어려워하고,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불안은 게임에 대한 공포로 이어진다. 실제로 김상우 평론가가 만난 기성세대는 일반 학부모는 물론, 이성적인 사고를 할 것 같은 교사까지도 게임과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어려워한다.

때문에 김상우 평론가는 업계가 승산이 낮은 정치 싸움보다는, 긴 안목에서 강연이나 공연 등으로 기성세대와 꾸준히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하면 헌법소원이 과연 최선이었냐는 생각도 든다. 한국의 정치지형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특히나 문화콘텐츠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정치적 투쟁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킨십을 늘리고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기업 이미지 개선보다 게임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라”


문화사회연구소의 권경우 소장은 게임업계가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너무 무관심하다며 업계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가 이런 지적을 한 까닭은 업계가 회사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쏟아 붇는 자금은 어마어마하지만, 정작 그들의 터전인 게임산업 인식 개선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업계 차원에서 게임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는 예는 거의 없다. 게임에 대한 인식 재고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문화재단’도 지금은 게임 과몰입 치료에 대부분의 힘을 쏟고 있다. 게임 생태계의 다양성을 위해 꼭 필요한 비평과 평론은 90년대 중반 이후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권경우 소장은 업계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헌법소원과 같은 정치적인 방법은 물론, 플래시몹이나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이 문화이고 예술임을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