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게임 등급분류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스팀의 한글화 게임을 예로 들며 해외 게임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 PC용 오픈마켓 게임들이 채 절반도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박주선 의원실은 게임위의 ‘스팀•페이스북 등 해외 게임업체 등급분류 현황’ 자료를 근거로 스팀이 제공하는 공식 한글화 게임 138개 중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은 60개로 50%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실은 ‘쉬벌리: 미디블 워페어’, ‘데이 오브 디피트: 소스’처럼 폭력 묘사와 목이 잘리는 행위가 드러나는 게임은 등급분류 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 박 의원실이 한글화 폭력 게임의 예로 든 ‘쉬벌리: 미디블 워페어’는 현재 상점 설명 외에는 한국어를 공식 지원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 “페이스북∙스팀과 협의 중이며, 경찰청과 공조를 통해 법령준수 강제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는 게임위의 답변을 ‘직무유기’라며 비난했다. 2년 전부터 관련 업계와 협의하겠다는 답변이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실은 디스이즈게임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국내 심의를 받지 않은 해외 게임들이 해외 등급분류기관에서 어떤 내용으로 등급분류를 받았는지 대조해 게임위에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게임위는 해외 업체가 현행법을 준수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페이스북의 게임 차단 사태로 홍역을 치른 게임위는 “스팀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게임을 제공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무리다. 이미 국내 이용자 수가 6-70만 명으로 상당한 수준이어서, 페이스북과 같이 일방적으로 폐쇄하거나 스팀이 국내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개연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며 스팀 측과의 협의를 통해 방안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게임 유통을 위해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현행법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해외 게임사에 대한 규정이 없다. 게임위의 자체 기준도 강제성을 가지기 힘든 만큼, 해외 개발사에게 무작정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라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1조.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현재 게임위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게임 심의 및 관리를 맡고 있으며, 스팀 등을 모니터링해 등급분류가 필요한 게임을 스팀에 통보하고 있다. 해외 개발사 역시 국내 등급분류를 받기 어렵긴 매한가지다.
한 외국 개발자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게임물 등급분류는 영어로 된 매뉴얼이 없을 뿐 아니라, 사업자 등록까지 요구하고 있어 다른 국가보다 게임 출시가 힘들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다.
박주선 의원실은 “공식 한글화된 게임 서비스의 경우, 관련법이 똑같이 적용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로 작용하게 된다. 등급분류가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전세계 실정과 맞지 않는 법안 개정 등 현실적 대안 없이 나온 지적이라 대책 마련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 게임의 등급분류와 국내 개발사 역차별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몇 년째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지적이지만, 실제 법령 개정 등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개선되지 않은 바 있다.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는 디스이즈게임과의 전화통화에서 현 상황과 맞지 않는 법안에 대해 “물론 관련 법 개정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부에서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게임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