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가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엔씨소프트 손을 잡았다.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자사주(8.9%, 3,900억 원)를,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신주(9.8%, 3,800억 원)를 사들이며 각각 양사의 주주 명단에 올랐다.
넷마블게임즈의 합세로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빼앗겼다. 넷마블게임즈와 넥슨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넷마블게임즈와 넥슨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난 2010년 이후 <서든어택>을 둘러싼 두 회사의 분쟁을 되짚어 봤다.
1. 게임하이를 인수하라!
시작은 2010년 2월로 돌아간다. 당시 <서든어택>은 넷마블게임즈(CJ 인터넷)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었다. 넷마블게임즈는 전체 매출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서든어택>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개발사 게임하이(현 넥슨지티) 인수를 시도한다.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의 인수를 검토 중”라고 공시했다. 양사의 분위기는 모두 긍정적이었으며, 업계에서는 사실상 확정으로 예측했다.
3개월 뒤 변수가 생겼다. 국내 최대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이 경쟁자로 뛰어 든 것이다. 넷마블게임즈-넥슨 간 갈등의 시작이었다.
2010년 5월 6일 넥슨은 게임하이 인수를 위해 MOU를 채결해 우선 협상권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70억 원 규모의 게임하이 전환사채를 사들여 인수의 발판을 마련했다.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MOU 체결 발표 3주 뒤 26일 넥슨은 김건일 전 게임하이 회장으로부터 게임하이 지분 29.3%(732억 원)를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미리 확보한 전환사채가 지분으로 바뀌면 약 2%가 더해지기 때문에 사실상 31%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경영권을 가져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7월 30일 넥슨은 김 회장의 잔여 지분 23.02%(560억 원)까지 모두 사들였다. 넥슨의 게임하이 지분은 총 52%가 됐다. 같은 날 게임하이 경영진은 넥슨 출신으로 전면 교체됐다. 대표직은 넥슨 자회사 코퍼슨스의 주민영 대표가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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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계약 or 단독 서비스, <서든어택>을 사수하라!
2011년 국면은 게임하이 인수전에서 <서든어택> 재계약전으로 접어들었다. 넷마블게임즈가 게임하이 인수는 실패했지만, <서든어택>의 재계약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넷마블게임즈는 <서든어택>의 퍼블리싱을 계속 하고 싶어했다. 2011년 4월 5일 넷마블게임즈(전 CJ E&M 게임즈)는 대규모 신작 발표회를 개최했다. 무려 21개의 신작이 쏟아졌다. FPS 게임도 4개나 포함됐다. 남궁훈 전 대표이사는 “FPS 장르에서는 현재 갖고 있는 리더십(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서든어택> 서비스를 계속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남궁훈 전 CJ E&M 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 대표
게임하이를 품은 넥슨은 단독 서비스를 원했다. 사실상 ‘게임하이=넥슨’이 됐다. 협상 테이블엔 게임하이 대신 넥슨이 대신 나섰다. 넷마블게임즈에는 회유책을 냈다. <서든어택> 서비스는 채널링 형태로 유지해 주겠다고 전했다. 이미 전례도 있었다. 넥슨은 네오플 인수 이후 <던전앤파이터> 일본 퍼블리셔 NHN재팬에게 채널링 권한을 남겨 줬다.
게임하이는 넷마블게임즈의 수많은 FPS 라인업이 불만이었다. 나중에야 드러난 사실이지만 넷마블게임즈와 넥슨을 저울질 하던 게임하이는 4월 넷마블게임즈가 공개한 FPS 홈페이지를 보고 불안했다고 밝혔다. 특히 5월 <서든어택> 유저들에게 자동으로 <스페셜포스 2> 테스터 당첨 문자를 발송한 것이 불안감을 높이는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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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든어택> 유저 DB를 지켜라!
넷마블게임즈-게임하이의 계약 종료를 약 한달 앞둔 2011년 5월 말~6월, 갈등은 폭발한다. 키포인트는 <서든어택>의 ‘유저 DB’. 만약 넷마블게임즈가 유저 DB를 게임하이에게 넘기지 않은 채 넥슨에서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기존 유저들은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급해진 넥슨은 5월 30일 ‘인식표 시스템’을 내놨다. 스크린샷을 찍는 F8키를 누르면 해당 유저의 부대이름과 용병번호를 입력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이다. 저장되는 스크린샷에는 유저의 소속 클랜, 아이템 정보, 모드별 전적 등이 상세하게 기록된다. 즉, 유저 캐릭터 DB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식표를 입력하면 모든 개인정보가 확인·정리된다.
해당 패치는 넷마블게임즈도, 게임관리위원회도 모르게 진행됐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게임위가 넷마블게임즈에 경고 조치를 내렸다. 넷마블게임즈는 단번에 유저 DB를 수집하려는 넥슨의 의중을 파악했다. 이튿날 31일 인식표 시스템 기능을 차단했다. 개발사인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운영 및 패치 권한’도 막았다.
넥슨과 게임하이는 캐릭터 정보는 유저의 것이라며 비난했다. 인식표 시스템 차단을 무력화하는 외부 프로그램 이른바 ‘SA_Tool.exe’를 배포했다. 넷마블은 해당 프로그램을 차단하려 했고, 넥슨은 다시 해당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버전업을 시도했다. 하루에만 차단과 정상화가 5번이나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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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든어택> 서비스? 넥슨 “단독 퍼블리싱” VS 넷마블 “공동 퍼블리싱”
두 회사의 싸움은 언론에 실시간으로 노출됐다. 서로 ‘보도자료’를 통해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단독 재계약이 어렵다고 판단한 넷마블게임즈는 넥슨에 공동 퍼블리싱을 제안한다. 계약금 150억 원, 기간 5년, 수익배분 7:3라는 조건이었다. 혹은 6개월만 계약을 연장하면 게임 DB를 모두 넘기겠다는 다른 조건도 내놨다. 양사간 오고 갔던 계약 조건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모두 공개했다.
넥슨은 본격적인 단독 서비스를 밀어붙였다. 6월 8일 “서든어택, 신속히 이동하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캐릭터 정보 스크린샷을 보내면 모두 이관해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10일 언론에는 앞으로 <서든어택>은 넥슨 포털에서 서비스한다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넥슨은 유저들이 스스로 스크린샷을 찍어 개인정보를 전송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보도자료를 통한 양사의 대화는 지속됐다. 13일 넷마블게임즈는 (게임하이가) 원한다면 고객정보도 제공한다고 밝히며, 다시 한번 공동 서비스를 제안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다음날 넥슨과 게임하이는 “서든어택 게임정보, 어떻게 제공할 생각입니까?”라는 제목의 공개 질의를 통해 답했다. 두 회사 사이에 직접적인 대화는 없는 것 처럼 보였다.
그 사이 법적 대응도 있었다. 7일 넥슨은 <서든어택>의 ‘운영 및 패치 권한’을 다시 넘겨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15일에는 유저 DB를 넘겨 달라는 내용으로 다시 한번 가처분 신청을 냈다. 17일 넥슨은 ‘서든어택 유저서비스 공약 발표회’를 개최한다. 단독 서비스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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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공동 퍼블리싱 → 2013년 넥슨 단독 퍼블리싱 전환
넷마블게임즈와 넥슨의 갈등은 넷마블게임즈의 <서든어택> 서비스 종료를 20일 앞둔 6월 20일이 돼서야 끝난다. 두 회사는 결국 ‘공동 서비스’로 합의를 봤다. 넷마블게임즈는 2년 재계약에 성공한다. 협상 타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서든어택> 인기에 빨간불이 들어 온 영향이 컸다.
두 회사가 전쟁을 펼쳤던 약 한 달 동안 <서든어택>의 PC방 이용률만 살펴보더라도 점유율, 순위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의 <서든어택> PC방 순위 및 사용시간 그래프. 위쪽이 2010년, 아래가 2011년이다. 2011년 5월 30일을 기점으로 지표가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동 서비스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공동 서비스가 시작한 7월 11일 <서든어택> 서버는 마비됐다. 서버 점검은 자그마치 35시간 동안 이어졌다. 두 회사는 수많은 DB 이전 과정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오류라고 밝혔다. 유저들이 비난이 이어졌다. 고래 싸움에 새우만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2013년 4월 11일 넷마블게임즈 포털에는 <서든어택> 서비스 종료 공지가 게재됐다. 3개월 후 7월 11일 넷마블게임즈 포털에서 <서든어택>이 사라졌다. 약 3년간 이어진 넷마블게임즈와 넥슨의 악연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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