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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단독] 일타쌍피! 스티브 광규 탄생 숨겨진 이야기 4가지

임상훈(시몬) 2015-02-25 17:49:47

스티브 잡스로 변신한 김광규, 스티브 광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기사에도 '신기하다', '볼수록 닮았다', '대박이다', '신의 한 수' 같은 호응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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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도대체 이 멋진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네오위즈게임즈 웹보드 사업기획팀은 바빴다. 임성지 마케터의 시간을 쪼개, 궁금한 것을 마구 물어봤다. 뜻밖의 숨겨진 이야기가 많았다.



 

 

1. 김광규는 긴급히 대체된 모델이었다


원래 김광규는 <피망 뉴맞고> 모델 후보가 아니었다. 그동안 '맞고'의 모델은 대부분 개그맨의 독차지였다. 네오위즈게임즈는 개그 코드는 피하고 싶었다. 다른 콘셉트의 신선한 모델을 원했다. 일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반듯한 A급 남자 연예인이 섭외됐다.

 

"콘셉트도 짜고, 그 분에 맞춰서 초점을 잡고 기획을 했었죠. 드라마에 나오는 점잖은 분이 비광(화투의 비光) 코스프레를 하면 '반전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그 분이 그런 콘셉트로는 못 하시겠다 거예요. 점점 틀어져서 결국 중도에 무산됐습니다."

 


원래 섭외됐던 점잖은 모델이 이런 콘셉트를 거부한 탓에 '나가리'(무효?)가 됐다.

광고는 유동인구가 많은 설 연휴에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원래 하기로 한 모델이 틀어진 것은 1월 중순. 사업기획팀과 광고대행사는 급해졌다. 다른 연예인을 여럿 살피던 중 김광규가 떠올랐다.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비광 콘셉트에도 어울릴 것 같았다.

 

"광규 씨에게 이런 저런 콘셉트로 광고를 촬영한다고 알려줬는데, 다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죠. 1월 하순 바로 김광규 씨로 결정하고, 촬영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없었다. '스티브 광규'를 포함한 이미지 광고용 사진을 찍은 건 1월 29일. 다음날 바로 맞고 속에 들어갈 음성을 녹음했다. 시놉시스를 가다듬고 영상 촬영을 한 것은 2월 10일. 옥외 광고판을 게시한 것도 같은 날이다. 속전속결로 섭외하고, 찍고, 게시했다.

 

긴급하게 계약 맺고, 신속하게 찍은 대타였지만, 김광규는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임해줬다. 물어봤다. 만약 원래 하기로 했던 연예인이 순조롭게 촬영했다면?

 

"절대 스티브 광규 같은 멋진 광고는 나올 수 없었을 겁니다."

 

 

2. 스티브 광규는 메인 광고가 아니었다


네오위즈와 대행사에서 준비한 메인 광고는 '비광'이었다. 이 콘셉트는 모델 섭외 전부터 오랫동안 다듬어 왔다. 이미지 광고 촬영과 별도로 진행한 영상 촬영도 비광 콘셉트만 진행했다. 소품이 가장 많이 들어간 것도 이 콘셉트였다.

 

 

2월 13일 배포된 '피망 뉴맞고, 배우 김광규 홍보모델 발탁' 보도자료에도 비광 광고가 첫 번째 이미지로 담겼다. 보도자료를 옮긴 대부분의 기사에 스티브 광규 대신 '비광규'가 들어 있는 이유다.

 

 

김광규도 '스티브 광규' 때문에 캐스팅된 게 아니었다. 김광규를 캐스팅하고 나서, 급하게 스티브 광규 콘셉트가 잡혔다. <피망 뉴맞고>는 대형광고를 강변과 신도림 테크노마트 외벽에 걸 예정이었다. 사업기획팀과 광고대행사의 회의를 했다. 

 

"테크노마트에 오는 이들의 성향에 맞게 심플하되 강렬한 게 없을까 궁리했죠. 회의 중에 스티브 잡스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촬영하기 2~3일 전이었을 겁니다. 촬영 전날까지 의견이 오갔어요. 이 때까지도 이렇게 광고가 잘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뷰티잡지에 재미있게 '오광 피부'로 광고하듯, 타깃의 콘셉트에 맞춘 광고의 하나로 생각했으니까요."

 

스티브 광규 촬영도 준비할 게 별로 없었다. 스티브 잡스의 대표적인 사진 몇 장과,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동그란 안경, 까만 터틀넥 니트, 바랜 청바지는 대행사가 챙겼다. 네오위즈게임즈는 피망을 가져왔다.

 

광고 촬영 후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워낙 잘 나왔다. 원래 강변과 신도림 테크노마트 중 한 곳에는 들어설 예정이던 비광이 밀려났다. 스티브 광규 촬영 이후 두 곳 모두 까만 터틀넥을 입은 사내가 나오게 됐다.

 

 

3. 백두산 정기를 받고 온 김광규, 스티브 광규에 푹 빠졌다


촬영 일정이 빠듯했다. 급하게 일정이 잡힌 촬영이었다. 김광규는 MBC의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의 백두산 편(아래 사진)을 찍고 국내에 돌아온 다음날 바로 <피망 뉴맞고> 사진 촬영에 임했다. 

 

 

"야외 촬영 때는 날씨가 많이 추웠어요. 계속 복장 바꿔가며 8시간 정도 촬영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컨디션 좋다고 열심히 찍어줘서 고마웠습니다. '백두산 정기를 마시고 와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죠."

 

네오위즈 관계자나 스태프만큼이나 김광규 본인도 스티브 광규를 무척 좋아했다. 광고용 사진을 찍고 나서, 촬영작가에게 부탁해서 개인 소장용으로 몇 장을 더 찍을 정도였다. 현장에서는 프로필 사진으로 바꾼다는 소리도 들렸다.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스티브 광규를 조만간 우리는 더 만날 것이다. 예능 쪽에서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4. 네오위즈게임즈는 걱정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광고가 나가기 전 조심스러웠다. 스티브 광규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대단한 인물이다. 그를 열정적으로 존경하는 사람도 많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맞고 광고에 그 이미지를 차용하는 게 고인을 욕되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우려했다. 맞고 광고는 케이블TV에서도 안 받아주는 상황이니까.

 

기우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SNS 등을 통해 사진이 떠돌아 다녔다. 입소문이 퍼졌다.

 

"저희도 같이 찍고 보고 하면서 스티브 광규 나오면 멋있겠다 정도 생각했죠. 하지만, 광고 나오고 나서는 큰 감흥이 없었죠. 일이 워낙 급하게 돌아가서 느낄 시간이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스티브 광규가 붙어있는 사진이나, '사진 봤다, 대박이더라' 같은 대화내용 캡처해서 보내주는 것을 보고, 대박 났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게임 내에 김광규의 목소리도 반응이 꽤 좋다. 연령대가 높은 맞고의 성격 상, 앱순위가 미친듯이 오르지는 않는다. 진성 유저 유입이 늘고, 신규 유저가 들어와서 플레이로 연결되는 비율이 꽤 높아졌다는 게 네오위즈 측 이야기. 

 


 

광고가 나오기 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피망 뉴맞고>의 다운로드는 전체 200위권, 게임 70위권에 있었다. 스티브 광규의 등장 후 피가 하나둘 늘듯 순위가 올랐다. 2월 25일 현재, 전체 85위, 게임 41위다. 

 

스티브 광규는 성공했다. 일타 쌍피다. 김광규도 떴고, <피망 뉴맞고>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