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NHN블랙픽이 성남시로부터 게임제공업(퍼블리싱 서비스)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NHN블랙픽의 모회사인 NHN엔터테인먼트는 성남시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대응했다.
어쨌든 성남시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음에 따라 NHN블랙픽이 9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1개월 간 게임 제공업을 영업할 수 없게 됐다. NHN블랙픽이 서비스 중인 게임은 <야구 9단> <풋볼데이> <아스타> <에오스> 등으로 모두 영업정지 대상이다. 그런데 게임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영업정지에 대한 게시물이 <야구 9단>과 <풋볼데이>에는 없고 <에오스>에만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 <야구9단> 결제 한도 초과로 인한 영업정지, 그런데 해당 게임은 그대로 영업?
NHN블랙픽의 영업정지는 <야구9단>의 결제한도 초과로 내려진 조치다. NHN블랙픽의 모회사 NHN엔터테인먼트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13년 6월 <야구9단> 모바일 앱 버전을 출시한 다음, PC와 모바일을 연동하는 과정에서 PC버전의 결제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야구9단>의 결제 한도 초과를 발견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성남시측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성남시는 지난 13일 <야구9단>의 서비스사인 NHN블랙픽에 ‘등급분류 외 게임물을 제공했다’는 근거를 들어 1개월 게임제공업 정지 명령을 내렸다.
당초 성남시는 지난 7월 16일에 영업정지 명령에 대한 내용을 NHN블랙픽 측에 사전 통보했다. 이후 23일에는 <야구9단>과 <풋볼데이>의 서비스 이관 공지가 났다. 8월 21일부터는 넵튠이 <야구9단>과 <풋볼데이>를 서비스하는 만큼, NHN블랙픽에 내려진 영업 정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더불어 <아스타>는 8월 23일 서비스 종료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영업정지와는 무관하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에오스>에 대해서만 영업정지 효력이 발생하고, 애꿎은 <에오스>유저들만 영업 정지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영업정지 사유를 제공한 게임은 버젓이 서비스하고, 다른 게임만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셈이다. 시간상으로 보면 사전통보를 받은 뒤 서비스 이관 공지가 나간 것이라 영업정지를 회피하기 위해 서비스를 이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NHN블랙픽의 모회사 NHN엔터테인먼트는 영업정지 회피 의혹에 대해 “<야구9단>과 <풋볼데이>의 서비스 이관은 영업정지와 무관하게 그 전부터 추진해온 것이다. 영업 양수도 계약이 매출과 관련된 건인 만큼, 짧은 기간 내에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더불어 영업정지의 효력이 발휘되는 <에오스>에 대해서는 “현재 개발사와 논의 중이다. 유저의 피해 및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성남시, “상상치 못한 방법으로 영업정지를 피해 현행법으로는 추가 조치 어렵다”
NHN블랙픽의 영업정지 회피 의혹이 사실이어도 이를 근거로 추가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법령 위반에 대해 판단 및 처분 권한을 가진 성남시도 추가적인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관계자측은 “영업정지 명령을 어기고 영업하는 경우에는 관계 법령에 따라 영업 폐쇄 등의 추가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영업 양수도를 통해 피해가는 경우에 대한 법령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상상하지 못한 방법이라 현행법으로는 추가 조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역시 현행법의 한계로 추가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 회피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면 추가 조치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NHN블랙픽의 영업정지 처분 근거가 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35조 1항에는 거짓 및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등록을 할 때, 영업정지명령을 위반하여 영업을 계속할 때에 한해 영업폐쇄를 명령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 NHN엔터, “모바일 버전 서비스가 등급분류 외 게임물 제공이라니 억울하다”
한편,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NHN블랙픽에 내려진 영업정지 처분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히면서 “<야구9단>의 내용이나 운영 방식에 있어 다른 내용으로 변경했거나 수정하여 제공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과태료 부과 처분, 과태료 납부로 종결된 사안에 대해 영업정지 재 처분이 이뤄져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모바일과 PC가 연동되는 게임은 결제한도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정부와 업계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됨에도 불구하고, PC 결제 한도를 초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직접적인 판단 및 처분 권한을 가진 성남시 측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적발 통보에 따른 적합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과태료 80만 원은 내용수정신고 미이행으로 판단해 내려진 처분인데, 과태료 처분이 잘못된 처분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 따라서 등급분류 외 게임물 제공으로 판단해 영업정지를 명령했고, 이미 납부한 과태료는 반환하겠다”고 설명했다.
<야구9단>의 모바일 앱 버전 서비스가 내용수정신고 미 이행으로 판단할 사안인지, 아니면 등급분류 외 게임물 제공으로 판단해야 할 지는 앞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법률 해석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9조의 2 1항에는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내용을 수정(등급분류받은 게임물의 내용이 수정된 경우에 한하며, 내용수정없이 등급분류받은 게임물을 기술적으로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경우를 제외한다)하려는 자는 관리위원회규정으로 정하는 신고서에 수정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 관리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시행규칙상 ‘기술적인 보완’에 해당하는 간단한 업데이트는 수정내용 신고 사항이 아니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모바일 앱 버전 서비스 같은 경우, 새롭게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수정내용을 신고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정확한 결과는 NHN블랙픽이 제기할 처분 취소 소송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