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한류 열풍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설 수 있을까?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우는 히말라야 산맥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중국와 인도 뿐만 아니라, 네팔과 부탄에 걸쳐 있는 히말라야 산맥은 에베레스트산(8,484m)을 포함한 지구상의 8,000 m가 넘는 14개 고봉을 거느리고 있다. 히말라야 산맥이 워낙 높아 날씨 변덕이 심해 선택받은 자만이 등반을 허락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기도 히말라야 산맥을 쉽게 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겨울에는 북쪽의 찬 기류가 넘어오지 못하고 여름에는 남쪽의 남서 무역풍이 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당연히 한국에서 출발한 한류 콘텐츠도 히말라야 산맥을 넘지 못했다. 모바일게임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내 게임IP를 활용하거나 자체 제작된 모바일게임은 중국 뿐만 아니라,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국산 게임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땅이지만 한류의 불모지인 인도. 이 곳에도 한류 콘텐츠의 열풍을 불어 일으키기 위한 작지만 큰 시도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시작은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정부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있었다.
8,000 m 높이의 고봉을 14개 거느리고 있는 히말라야 산맥은 구름마저도 쉽게 넘지 못한다.
■ 삼성-KOCCA-게임개발사, 3각 체제로 2016년 상반기에 진출
지난 12월 4일, 인도의 IT메카라고 불리우는 벵갈루루에 위치한 삼성전자 R&D센터에 국내 모바일게임업체 임원 10명이 방문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리고 인도 게임퍼블리셔인 퍼니즌이 개최한 '2015 인도 타이젠 워크샵'에 참석했다. 이들의 목적은 한 가지. 12억 명의 인구와 세계 7위의 거대 시장이라는 '가능성'에 희망고문만 해왔던 인도 시장을 본격적으로 노크하기 위한 것.
그들은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PC방과 쇼핑몰 등을 살펴보면서 인도의 유무선 인터넷을 포함한 IT인프라와 시장을 살펴보는 한편, 인도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국내 게임 개발사의 지원 정책을 들었다.
지난 2014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 순방에서 삼성전자 R&D센터 인도법인에 국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요청했었다. 이에 삼성전자 R&D센터 인도법인은 자체 모바일 OS인 타이젠(TIZEN)이 탑재된 스마트폰 Z시리즈에 국내 모바일게임을 선탑재함으로써 국내 모바일게임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행사는 타이젠의 설명 및 지원 정책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인도 게임 퍼블리셔인 퍼니즌과 함께 인도에 관심있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을 수소문하여 인도에 초청했다.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퍼니즌은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 및 프로모션 등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곽동원 삼성전자 R&D센터 인도법인장은 "국내 중소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인도내에 폭넓은 유통 채널과의 협업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내 게임 개발사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모바일게임은 2016년 상반기에 스마트폰 Z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z3은 쿼드코어 CPU 1.3GHz와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다.
■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는 아는데, 타이젠은 '누구?'
타이젠(TIZEN)은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모바일 운영체제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이미 장악한 모바일 OS 시장에서 타이젠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 하지만 스마트폰을 벗어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생활속의 각종 전자제품을 포함한 사물을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선점을 위해 타이젠 OS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타이젠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인 기어S2, 스마트TV 등 각종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월 9일, 전기차와 IoT 웨어러블 그리고 타이젠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그만큼 삼성전자 내에서도 타이젠의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 R&D센터 인도법인은 타이젠 소프트웨어를 집중 개발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3일 오후 1시, 국내 게임업체들을 대상으로 서울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R&D센터에서 타이젠 기술 세미나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CES에서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TV 신형을 공개했다.
■ 인도 타이젠용 모바일게임 시장, 어느 정도일까?
인도에서 타이젠이 탑재된 Z시리즈는 흥행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저가폰 시장을 겨냥한 Z시리즈의 가격은 20만원 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려는 인구와 스마트폰을 처음 구입하려는 인구가 주요 타깃이다. 인도에서 20만원 대의 저가폰의 판매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의 Z시리즈 판매량은 200만 대다.
2015년 기준으로 인도에서 스마트폰 이용자는 1억4천만 명 수준. 2016년에는 2억 1천만 명을 넘어 2017년에는 3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20만원 대의 초저가 스마트폰 이용자가 2년 사이에 1억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인구의 2배 규모다.
퍼니즌의 이주민 대표는 "인도는 아직 카드 결제가 보편화 돼 있지 않고 무선 네트워크도 한국만큼 좋지 않아 동영상과 배너 광고를 수익모델로 하는 캐주얼게임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인구 수가 많은 만큼 게임의 다운로드 수가 100만 회가 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말까지 결제 수수료를 제외한 타이젠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곽동원 삼성전자 R&D센터 인도법인장은 "기존 게임을 타이젠 용으로 변환할 경우, 필요하다면 인도의 개발 인력을 투입해서라도 최대한 협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