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프로젝트의 <컴투스 프로야구 매니저>(이하 컴프매)는 KBO 리그를 베이스로 만들어져 한국에만 론칭했다. <컴프매>의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 이후, 에이스 프로젝트는 야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MLB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 도전하고자 결심했다.
그렇게 에이스 프로젝트는 일본, 대만, 한국, 미국의 글로벌 원빌드로 첫 글로벌 타이틀인 <9이닝스 매니저>를 만들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에이스 프로젝트의 기획팀 전우진 팀장이 <9이닝스 매니저>의 글로벌 시장 진출 과정과 진출 이후 성과에 대해 직접 이야기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 에이스 프로젝트, <9이닝스 매니저>를 ‘빅맥’으로 만들기를 꿈꾸다.
<컴프매>의 안정적인 서비스 후 도전하는 첫 글로벌 타이틀 <9이닝스 매니저>는 MLB를 베이스로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 도전하고자 마음먹었다. 개발 초기에는 <컴프매> 뼈대에 선수만 MLB로 바꾸는 방법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러번의 논의 결과 결국 비즈니스 모델, 게임 방식 등을 기존과 다르게 가기로 결정됐고, 그렇게 <9이닝스 매니저>의 개발이 시작됐다.
우리는 미국 시장에 잘 먹히는 ‘빅맥’ 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세 가지를 준비했다. 첫 번째로 각 국가가 서로 각 유저가 자기 나라의 구단으로 승리하기 위해 경쟁하는 조화로운 모습을 꿈꾸며 글로벌 원빌드를 채택했다. 두 번째로 스크럼이라는 팀 프로젝트 관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세 번째로는 미국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는 BM 및 시스템 로컬라이징을 선택했다.
이 목표를 토대로 우리는 <9이닝스 매니저>의 개발에 돌입했다.
■ 시작부터 어려움에 부딫히다.
에이스 프로젝트의 첫 글로벌 타이틀인 <9이닝스 매니저>의 개발은 두 가지 문제로 인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첫 번째 문제는 개발자가 야구라는 스포츠를 잘 몰랐다는 것이다. 프로토타입의 <9이닝스 매니저>는 물리 엔진을 구현하고 공과 말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관전화면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 엔진의 개발을 야구를 전혀 모르는 개발자가 맡게됐다.
야구는 꽤나 복잡한 스포츠이기에 야구를 모르는 개발자가 원활한 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자가 계속 옆에 붙어서 설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야구를 잘 모르는데 개발을 맡게 된 개발자도, 계속 옆에 붙어서 설명해야 하는 기획자도 많이 힘들어했다.
두 번째 문제는 개발팀 모두가 한국인이라는 것이었다. 한국 개발사에 모두 한국인인 것이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우리는 글로벌 원빌드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기에 론칭하는 국가에 맞는 언어를 제공해야 했고, 전문 번역팀이 없는 우리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개발팀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earth ranking no.1이 그 대표적인 예다.
MLB는 동부, 중부, 서부 지구(Division)가 분리돼 있으며 각 지구별 랭킹이 있다. 이 ‘지구별 랭킹 1위’라는 단어가 로컬라이징 단계에서 ‘earth ranking no.1’으로 된 것. 지구적인 랭킹 1위라는, 세계 최강의 야구단으로 번역돼버린 것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로컬라이징 과정에서 게임 모드 선택 화면에 이펙트를 넣었다. 그리고 미국인에게 이 화면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 했을 때 받은 피드백은 ‘웃음’이었다. 미국은 독특하게도 엉덩이 관련된 비속어가 발달해있어 엉덩이 부분에 효과가 넣은 게 해당 비속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생각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더 심한 경우에는 왼쪽의 ‘BEGINNER’(초급자)인 ‘흑인’, ‘엉덩이 욕설’이 조합돼 ‘초급자인 흑인의 엉덩이를 짓뭉갰다’는 표현으로 오해살 수 있다고도 했다.
개발팀 전원이 한국인이기에 문화적,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데서 온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도 캐나다 출신의 기획자를 채용하게 됐고, 그 기획자에게 로컬라이징 단계에서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에이스 프로젝트는 최대한 기계적인 번역을 피하고 게임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시킨 상태에서 번역을 진행하고 계속해서 검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로컬라이징에는 언제나 어려움과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 소프트론칭에서의 어려움
해외에 진출하는 소규모 개발사나 초보의 경우 일단 소프트론칭 후 지표를 분석해 빌드를 개선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스 프로젝트 또한 해당 방법으로 일단 소프트론칭 후 지표를 분석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야구는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게임은 아니기에 야구가 활성화된 국가 중 MLB 관여도가 높은 캐나다를 소프트론칭 대상으로 선택했다. 캐나다 앱스토어에 론칭 후 목표는 DAU(일간 순 이용자) 3,000, ARPDAU(유저평균 과금액) 0.4$, D+1 잔존율 45%였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한 번 문제가 발생했다.
에이스 프로젝트는 DAU를 어느 정도 확보한 후에 마케팅을 진행하려 했는데, 컴투스와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컴투스에서 HIVE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내부 크로스 프로모션을 실시한 것. 기대만큼 인원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된 CPI의 결과는 처참했다.
CPI 집행 기간동안 DAU가 올라갔지만 D+1 유저 잔존률이 박살나버렸다. CPI를 통해 게임을 접한 유저들이 게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 지표가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가 돼버렸고 반응에 맞춘 개선 작업을 하기 어려워졌다.
문제는 하나가 아니었다. 캐나다에 소프트론칭 후 통상적으로 하듯이 한국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결과 한국의 <컴프매> 열성 유저들이 캐나다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다운받아 대거 유입됐다. 이후 ARPDAU가 최대 60불까지 대폭 상승해버렸다.
우리의 메인 타겟은 캐나다인이었고 그 지표 분석을 통해 로컬라이징을 진행하려 했는데, 한국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지표 분석에 혼란을 초래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에이스 프로젝트는 지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 지표들이 말해주는 캐나다에서의 <9이닝스 매니저>
캐나다에서 <9이닝스 매니저>의 D+2 유저 잔존률은 매우 낮았다. 또 튜토리얼 완료율이 낮진 않았지만 튜토리얼 완료 후 튜토리얼 리그 완료율은 낮았다. 유저들의 과금 욕구를 나타내는 재화 소진율마저도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잔존률, 과금 전환률, 튜토리얼 완료율 모두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임에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는 지표였고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캐나다 유저들은 이 게임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고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캐나다를 목표로 했던 소프트론칭에서 나온 충격적인 지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가 발생했다.
결국 밸런스와 수치를 조금 바꾸고 정식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
그 결과, 대만 앱스토어 스포츠 장르에서 1위를 거뒀다. 타겟을 미국으로 맞춰 한국 유저들이 싫어할 수 있는 개발을 했음에도 한국 앱스토어 스포츠 장르에서는 5위, 게임 장르 50위 안에 들어가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정작 메인 타겟으로 삼고 개발을 진행했던 미국에서는 차마 말하기 어려울 만큼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과 대만 두 국가가 매출의 78%를 차지하고 미국에서는 캐나다 소프트론칭에서와 비슷한 지표를 보여줬다.
■ 잘못된 전략이 가져온 결과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9이닝스 매니저>가 <클래시오브클랜>처럼 재미있었다면 당연히 어느 나라에서도 잘 통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개발 과정에서 몇 가지 실수를 줄였더라면 지금 거둔 성적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9이닝스 매니저>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원빌드, 원서버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원서버, 원빌드 전략의 가장 큰 단점은 각국의 게임에 대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한국과 대만은 게임, 스킬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게임 진행 중 어려움을 만나면 공략을 찾아보거나 커뮤니티를 구성해 구단 운영 계획을 짰고, 혹은 과금을 하기도 했다. 특히나 대만 유저들은 한국의 <9이닝스 매니저> 카페에 찾아와 스크린샷이나 공략, 팁을 퍼가기도 했다. 반면에 미국, 캐나다 유저들은 어려움에 부딪히면 단순히 불평, 불만글을 올리는데서 그치거나, 게임을 이탈했다.
그러다보니 미국, 캐나다 쪽은 게임 부분에서 이해도가 낮았고 유저 간 대결에서 계속 패배만 기록하게 됐다. 심지어 더 낮은 랭크에 위치한 한국인에게 패배하기도 일쑤였고, 미국 유저들은 한국 유저들이 너무 강하다며 불평했고 심지어 한국 유저들을 치팅 유저로 의심하기도 했다.
결국 캐나다와 미국에서 서비스하면서 ‘Unfair’(불공평)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됐고, 미국 유저들이 한국 유저들을 더 낮은 확률로 만나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원서버, 원빌드에서 게임 이해도의 차이로 인한 문제는 콘텐츠 밸런싱에도 영향을 미쳤다. 메인 타겟은 미국, 캐나다지만 콘텐츠 추가 및 조정 등은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른 대만, 한국 유저를 기준으로 밸런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서버, 원빌드로 인한 문제는 또 있었다. 추석이 오자 한국에서는 추석 기념 이벤트를 기대했으나 추석 이벤트 진행을 위해서는 미국, 캐나다에 한국에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다는 설명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결국 이벤트를 진행하지 못했고 원서버로 운영하다 보니 국가별 이벤트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외에도 랜덤 가챠 형태의 과금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 실패에서 에이스 프로젝트가 얻은 교훈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 첫 번째, 원빌드 전략이 대세이긴 하지만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원서버로 운영하는 것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각국이 자국의 선수로 플래이하며 조화로운 모습을 꿈꿀수도 있지만, 타 국가에서 유입된 유저들이 밸런스를 조절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소프트론칭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표 분석은 냉정해야한다. 소프트론칭 지표가 좋지 않았다면 정식 론칭을 홀드하는 것이 좋다. 론칭을 밀어붙인 후 수정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들 수 있다.
세 번째, 미국에 아시아식 BM은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가챠라는 BM은 익숙하지만 밸런스에 영향을 많이 주는 가챠 모델은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추가로 미국의 네트워크 환경은 우리나라처럼 좋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9이닝스 매니저>는 실제 사진을 쓰는 게임이다보니 추가 다운로드 데이터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다운로드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웹방식 비동기 다운로드를 선택하기도 했다.
■ 그래도 우리는 ‘빅맥’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매일 모여서 미국 앱스토어를 분석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겉모습만 분석한 것이 됐다. 우리는 게임 시스템을 정말 미국인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만들지 못했고, 그래서 <9이닝스 매니저>는 ‘빅맥’이 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게임의 방향성을 많이 틀었다. 판타지 부분을 게임에 접목시켜 미국에 익숙한 판타지 스포츠로 새롭게 서비스하려 시도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미국 시장 공략이다. 그리고 야구를 하는 나라는 모두 찾아가서 게임을 론칭할 것이다.
우리는 ‘빅맥’을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