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땅: 듀랑고>의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개발됐을까? 넥슨 왓스튜디오의 최은영 애니메이터가 NDC 16에서 지금까지 <듀랑고>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겪었던 다양한 일화들을 풀어놨다.
뻔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세계관과 설정부터 남다른 <듀랑고>로는 뻔하지 않은 경험들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은 최대한 제외하고 <듀랑고> 개발팀이 겪었던 문제와 고민들을 위주로 강연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넥슨 왓스튜디오의 최은영 애니메이터
누구나 생각한 공룡! 하지만 다 다르게 생각한 공룡!
<듀랑고>의 첫구상은 현대인과 공룡이 어우러져 사는 세계다. 단순히 상상하기에는 멋지지만 모두의 머리 속에 생각하고 있는 게 달랐다. 특히 공룡은 진부해지기 쉬운 소재였다. 그래서 이후 모든 제작의 대들보가 될 수 있는 아트스타일부터 만들었다.
- 생존의 고단함을 보여줄 것
- 폭력은 15금 정도로 맞출 것
- 허구지만 개연성과 사실성을 갖출 것
- 현대이면서도 야생의 날것이 그대로 접합된 모습일 것
- 동물은 생태계에 따라 움직일 것
- 노출을 위한 노출은 지양할 것
이렇게 6가지 대들보가 정해졌다. 대들보가 정해지고 나니까 개발은 척척 진행됐다. 대들보에 맞춰서 너무 깔끔했던 바구니가 수정됐고, 페나코라는 공룡이 너무 귀엽다는 이유로 쥐나코라는 끔찍한 공룡을 만들기도 했다. 오히려 너무 지나치게 징그러워 폐기됐지만…
<듀랑고> 초기에 기획된 원주민, 그리고 남녀의 모션차이
<듀랑고>의 초기에는 원주민 종족이 있었다. 이들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주자는 목표였는데, 문제는 이들의 신체구조였다. 현대인과 다른 비율을 가지다 보니 애니메이션을 일일이 따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아예 역으로 신체비율에 따라 모션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리타게팅 기능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차피 리타게팅으로 모션을 자동으로 잡아줄 거면 여성과 남성의 모션을 다르게 넣어보자는 이야기까지 포함됐다.
남성과 여성의 동작을 어떻게 구분지어야 할까? <듀랑고> 개발팀은 기존의 게임(마비노기 영웅전)을 활용했다. 남자 캐릭터인 리시타와 여자 캐릭터인 피오나에서 특징적인 동작들을 자동으로 뽑았고, 이를 적용시키며 남녀의 모션들을 구성했다. 아래는 그 결과물이다. 다행히(?)도 원주민과 이 모션들은 <듀랑고>가 모바일게임으로 결정되며 무기한 보류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듀랑고> 애니메이터의 고민들
생산성을 높이는 건 <듀랑고>팀의 고민이었다. <듀랑고> 개발팀에서 애니메이터는 단 2명. 그들이 1년 반 사이에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클립 리소스는 1,200여개에 달한다. 그녀는 이 비결(?)로 빠른 레퍼런스 선정과 모션캡쳐를 조건으로 들었다.
<듀랑고>의 공룡들은 빠르고도 완성도 높은 제작을 위해 특정한 동물을 콘셉트로 제작됐다. 여기서 가능하면 분류학적으로도 비슷한 동물이면 좋겠지만 효율로만 따졌을 때는 최대한 외형이 비슷한 동물을 찾는 게 먼저였다. 레퍼런스가 없을 때는 특정 공룡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직접 자신의 움직임을 촬영하기도 했다.
모션캡쳐는 애니메이터 생산성을 위한 필수품목이었다. 특히 넥슨은 사내에 시설이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는데, 이럴 경우에는 NG를 내거나 콘셉트를 변경할 때도 부담이 덜하다. 실제로 <듀랑고>의 플레이어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직접 작업한 결과물이다.
이후 용기를 얻어 공룡 모션캡쳐에도 도전해봤지만 수작업으로 보정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판단에 포기했다.
처음부터 예상됐던 전투의 난관
<듀랑고>의 고질적인 문제는 전투다. 동기식 MMO인 <듀랑고>는 반드시 지연시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초기에 전투 디자인부터 500ms의 반응속도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때도 애니메이터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듀랑고>의 경우에는 초창기 모두가 생각한 전투방식을 간단한 애니메이션으로 구동했고, 이를 통해 전투 디자인을 보다 명확하게 구현하고 게임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도 못하던 동작들이 발견(?)되면서 몸통박치기와 급회전 등의 모션과 스킬도 찾아냈다. 지금 <듀랑고>에 실제로 적용된 모션들이다.
프로세스의 경량화와 소속감의 중요성
그리고 이 모든 고민에서 필수적이었던 것이 애니메이터가 직접 리소스를 게임에 추가할 수 있는 작업구조였다. 대표적인 예가 ‘루트모션’이다. 예를 들어 공룡이 캐릭터에게 뛰어들어 공격을 가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플레이어에게는 공룡이 뛰어든 것으로 보이겠지만 서버에서는 공룡이 돌아갈 때까지 계속 해당 위치에 있는 것으로만 판단한다.
이를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에 따른 캐릭터의 이동이나 회전반경 등을 미리 입력해야 하는데 이것이 루트모션이다.
문제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개발과정에서 매번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서 루트모션도 매번 애니메이션에 맞춰서 새롭게 입력해줘야 한다. 이때 애니메이터가 리소스를 서버에 올릴 수 있다면 빠르게 작업이 가능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일일이 프로그래머를 통해 데이터를 올려줘야 한다.
이 방식으로 빛을 본 게 소셜 동작과 감정표현이다. <듀랑고>는 이 부분을 아예 프로그래머 도움 없이 애니메이터만으로도 가능케 했다. 그 결과 하루 만에 다양한 포즈들이 추가됐다.
최은영 애니메이터는 강연을 마치며 “아티스트가 게임개발에 직접 참여한다는 소속감을 갖게 되며 많은 장점들이 생겼다”며 “애니메이터가 필요한 서버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개발팀 모두가 게임을 직접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