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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6] ‘카스 온라인’ 뉴 좀비 모드는 어떻게 탄생했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두 모드의 포스트 모템

송예원(꼼신) 2016-04-29 11:51:01

'좀비 온라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이하 CSO)에서 '좀비 쉘터 모드'는 주요 콘텐츠 중 하나다. 플레이어 대다수가 '좀비 쉘터 모드'(이하 좀비 모드)를 즐기고 있고, 이후에 나온 '뉴 좀비 쉘터 모드'(이하 뉴 좀비 모드)나 '좀비 시나리오 모드'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모드로 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게임이지만, 모든 모드가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아니었다. "마케팅을 어마어마하게 했는데, 기대감에 못 미치니 욕만 더 먹었죠" <CSO> 6년 차 조민형 기획자는 사라져버린 모드를 두고 이렇게 회상했다. 

 

인기 있는 콘텐츠를 다 넣었음에도 사라진 모드는 왜 유저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또 좀비 모드의 무엇이 유저들의 마음에 쏙 들었을까? NDC 16에서 조민형 기획자가 공개한 그 비밀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사라진 비운의 모드 '배틀러시' 실패기

 

좀비 모드가 등장하기 직전 바람과 함께 사라진 모드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배틀러시 모드'. 간단하게 설명하면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공성전이였다.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모드였지만 업데이트와 동시에 유저들에게 비난을 받으며 사라졌다. 조민형 기획자는 이 모드 실패의 원인을 "유저 입장은 배제한 채 개발자 마인드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획자가 신규 모드를 만들 때에는 디렉터로부터 조건이 주어진다. 방학 성수기를 앞둔 어느 날 신규모드 기획을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도 주문이 내려왔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이 공성요소를 넣으며 미니언 같은 못을 넣으라는 것이었다. 물론 신규 유저들의 위해 진입장벽은 낮아야 했다. 

 

미션을 받아 든 그는 걱정이 됐다. 눈 앞의 적을 해치우는 1인칭 FPS게임에서 공동 목표가 유저들에게 인지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새로운 룰이 추가됐을 때 유저들이 쉽게 숙지할 수 있을지도 염려됐고, 늘어지는 플레이 타임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CSO>에는 이미 공성모드가 존재했기 때문에 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불안감 속에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위에서 지시한 사항을 무작정 집어 넣는 것이었다. 미니언 봇, 슈퍼미니언 봇 등 AOS게임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추가했다. 기존 공성 모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전장 진입을 빨리 한다든지, 미니맵을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업그레이드도 넣었다. 결과는 말 그대로 ‘대실패’였다. 





 

낙담한 그는 문제 파악에 들어갔다. 팀원들과 포스트모템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각종 전세계 게임 게시판과 위키 등을 돌아다니며 유저 반응을 수집했다. 또 유저 입장에서 동선을 되짚어가는 유저시나리오도 진행했다. 

 

그가 발견한 원인은 크게 3개로 정리된다. 첫째로 게임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았다. 일종의 방어 진영인 CT는 호송차량도 목적지까지 호송하고, 봇이랑 플레이어랑도 싸워야 하고, 점수도 획득해야 했다. 공격 진영인 TR은 호송차량을 탈취하고 바리게이트도 지키고, 점수도 따야 했다. 유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렇게 할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안에서 유저가 알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정확히는 제공되는 정보는 많은데, 유저가 알아보기 쉽지 않았다. 인터페이스가 만든 개발자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축약됐기 때문이다. UI가 제 기능을 못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기대와 달랐던 결과물이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오랜만에 추가되는 신규 모드이다 보니 <CSO>에서는 당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마케팅을 펼쳤다. 멋들어진 영상에 큰 기대감을 모았지만 막상 유저가 느끼기에는 오리지널 모드(봇 대치모드)와 팀 데스 매치의 혼합수준 밖에 안됐다. 

 

"수 차례 CBT를 진행하는 정식 오픈과 달리, 기간과 주어진 자원이 부족한 라이브 서비스에서 업데이트는 충분한 테스트를 할 기회가 적습니다. 그렇기에 FGT와 같은 소규모 테스트를 잘 챙겼어야 했는데, 이 때 안이하게 넘긴 요소들이 전부 '노잼'을 유발했더라고요."

 


 

 

■ “이제 유저를 믿어야합니다” 뉴 좀비 모드의 탄생

 

한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기회가 돌아왔다. 다음 성수기에서 신규 모드 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 대신 인기 모드였던 '좀비 모드'에 주목했다. 당시 개인 경쟁으로 진행되는 그곳에서는 좀비가 활동하는 밤이 되면 유저들이 경쟁대신 협동을 했다. 이런 유저 행동을 활용해 업그레이드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는 디렉터의 조건이 내려오기도 전에 먼저 뉴 좀비 모드를 제안했다. 

 

그는 앞서 실패했던 경험을 되뇌었다. 1.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다, 2.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다, 3. 유저가 기대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한다.

 


 

협동을 강화하기 위해 아예 PVP였던 기존의 룰에서 PVE 방식으로 변경했다. 함께 쉘터를 지키며 좀비라는 공통의 적을 물리치도록 했다. 유저들에게 주어진 목표는 30일 안에 보스 좀비를 처치하거나 끝까지 쉘터를 지키는 것뿐. 단순하고 명료했다. 

 

유저들을 좀더 단단하게 만들 요소로 '생존', '전투', '기술'의 병과와 그에 따른 스킬을 추가했다. 일종의 RPG로, 각자가 주어진 역할을 해내면서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병과와 스킬은 게임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강력한 액티브 스킬을 넣고 스킬 트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병과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했다. 

 

보다 인상 깊은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샌드박스 요소를 추가했다. 기존 좀비 모드에서 쉘터는 오브젝트가 자동으로 생성되는 방식이었다. 이를 건설부터 오브젝트 배치까지 수동 방식으로 바꿨다. 좀비로부터 피하는 공간을 직접 만들어나가면서 ‘좀비 모드’ 콘셉트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가 기획한 ‘뉴 좀비 모드’에 대해 상부에서는 우려를 표했다. 평소 캐주얼한 모드를 즐겨왔던 유저들에게 너무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샌드박스 형태도 <마인 크래프트>와 같이 익숙한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유저들이 병과 시스템을 의도한대로 플레이 해줄지도 의문점으로 제기됐다.

 

“모든 유저의 취향을 맞출 수는 없어요. 소수의 유저를 잡지 못한다면 더 많은 유저를 잡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다른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왜 굳이 우리 게임을 찾아서 하겠느냐고 반박했죠. 그리고 말했어요. 이제 우리 유저를 믿어야 합니다!”

 


 

 

■ 초보 기획자에게 남기는 조언 “꼭 포스트모템을 하세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신규 모드를 추가한 첫 날 모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유저들이 모두 똑같은 반응이었다. 게시판에서는 자신의 스킬 트리, 효과적인 쉘터 짓는 법, 날짜 별 좀비 웨이브 정보 등 다양한 경험들의 공유가 일어났다. 평소 조용했던 스크린 샷 게시판도 독특한 자신의 쉘터 자랑으로 가득 찼다. 

 

그는 무엇보다 난생 처음 유저에게 칭찬을 받았던 것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운영자에게 듣는 유저 피드백은 대부분 욕이었어요. 사실 개발자가 욕 먹는 건 일상이잖아요. (웃음) 그런데 뉴 좀비 모드 너무 잘 만들었다고 존경한다고 전해달라는 거에요. 정말 개발자로서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한 때 모드 점유율 80%까지 차지한 바 있는 ‘좀비 사건 파일’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솔로 게임이지만 온라인 게임의 느낌을 넣은 새로운 좀비 모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내려왔을 때 그는 앞서 경험한 실패와 성공을 밑바탕으로 그림을 짰다. ‘좀비 사건 파일’ 역시 유저의 목표는 단순하다. 좀비로부터 도망가 생존만 하면 된다. FPS 게임이지만 플레이어는 사격이 거의 불가능하고 추적대신 잠입과 회피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 모드 역시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특히 공포 요소 덕분에 동영상 공유가 일어나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초보 기획자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맡은 게임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우리 게임의 약점과 강점은 무엇인지, 자원과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유저들의 호불호가 무엇인지 먼저 제대로 파악해야 하죠. 그리고 게임이 나온 이후에는 꼭 포스트모템을 통해 사후 분석을 하세요. 그래야 자신만의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