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라는 파격적인 수수료를 무기로 내세웠던 카카오게임샵이 1년 7개월 만에 백기를 들었다.
카카오는 11월 1일, 카카오게임샵 파트너사와 유저들에게 12월 1일부터 마켓 수수료를 7.5%에서 30%로 인상하고, 유저 결제액 적립 비율은 10%에서 5%로 줄인다고 예고했다. 참고로 구글 플레이 마켓 수수료는 30%다.
즉, 12월 1일부터는 카카오게임샵 파트너사에게 배분되는 수익이 구글 플레이와 같아지는 셈이다. 카카오게임샵이 내세울 수 있는 혜택은 (기존보다 줄어든) 유저 결제액 적립 비율 5%뿐이다. 라인업도 적은 독자 마켓이 향후 어떤 것을 무기로 살아남을 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샵 이미지
# 개발사 끌어들이기 위해 '탈 구글'까지 했건만….
본래 카카오게임샵은 ‘탈 카카오’ 현상을 막기 위해 만든 독자 게임 마켓이다. 카카오게임샵이 론칭된 2015년은 대형 포털 배너, 방송 광고, 게임 간 크로스 프로모션 등으로 카카오라는 플랫폼 없이도 게임을 알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시기였다. 카카오에 입점하는 게임들은 점점 줄기 시작했고, 카카오는 개발사들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자체 마켓을 만들었다.
카카오는 2015년 4월, 독자 게임 마켓 ‘카카오게임샵’을 론칭했다. 당시 카카오게임샵의 무기는 저렴한 수수료, 그리고 유저 적립금이었다.
카카오게임샵은 당시 마켓들이 수수료 30%를 거뒀던 것과 달리, 7.5%라는 파격적인 수수료 비율로 개발사들의 눈길을 끌었다. 카카오는 여기에 추가로 게임샵을 통해 결제한 유저들에겐 결제 금액의 10%를 적립해 줘 유저와 개발사 모두를 끌어 모으려 했다. 7.5%라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까지 각오한 총력전이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시장의 기대만큼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초창기에는 <모두의 마블>이나 <세븐나이츠> 등 대형 게임들이 입점했지만,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게임샵에 등록된 게임은 48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 게임하기'를 부활시킨 <아이러브니키>나 <검과마법>, <데스티니차일드> 같은 대형 타이틀은 찾아볼 수 없다.
유저 입장에서는 카카오게임샵까지 가서 다운 받고 결제할 게임이 없어진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유저를 끌 요인이 적으니 입점사도 줄었다.
# 계속된 게임샵 적자 + 되살아난 카카오의 위상 = ?
그러던 중 2016년 들어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바로 '카카오 게임하기'의 위상 변화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2016년 여름부터 <검과 마법>, <아이러브니키>, <놀러와 마이홈>, <데스티니차일드> 등 연달아 흥행작을 내놓기 시작했다. 흥행작이 쏟아지니 덩달아 '카카오 게임하기'의 이름값도 올라갔다. 카카오를 통해 론칭되는 게임이 늘기 시작했다.
반면 개발사를 카카오에 잡아 놓기 위해 론칭한 카카오게임샵은 여전히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7.5%라는 낮은 수수료 때문에 카카오게임샵의 부진만 계속 되던 상황이었다.
당초 목표했던 것은 게임을 통해 이룬 상황. 결국 카카오는 계속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샵 수수료를 7.5%에서 30%로 올리고 유저들에게 돌아가는 혜택 비율도 10%에서 5%로 줄이기로 결정한다. 카카오게임샵으로선 사실상 가지고 있었던 강점 대부분이 사라진 셈이다. 카카오는 약관 변화로 인한 추가 혜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하지 않은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초창기 오픈 프로모션을 위해 7.5%만 받으며 사실상 적자 운영을 해왔다. 원하는 것만큼의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더 이상 지금 방식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수수료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게임샵은 파트너사들과 계약을 재논의하고 있다. 카카오 측에서는 유저 적립금 5%라는 강점이 있는 만큼, 기존 파트너 대부분이 함께 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카카오게임샵은 ‘7.5% 수수료’를 내세웠을 때도 개발사가 많이 합류하지 않았던 독자 마켓. 그런데 별다른 혜택 추가 없이 수수료가 30%로 늘어남에 따라,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입점이 더더욱 조심스러워진 마켓이 되었다. 향후 마켓의 상품 확보가 더 어려워진 셈이다. 더군다나 당초 목표였던 개발사 붙잡기는 카카오 게임으로 해결된 상황.
카카오게임샵은 '카카오'가 가졌던 절실함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전보다 더 무뎌진 무기로 생존해야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