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날씨를 확인했습니다.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지도교수님께 문자를 보냈습니다. 행사가 열릴 수 있을까 해서요. 다행히 행사가 열린다고 했습니다. 출근 후 서둘러 광화문으로 나섰습니다.
오늘은 전국중고등학생진보동아리총연합회(이하 중고생진동)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회화관 인근에서 출범식을 선언하면서 중, 고등학생의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항목들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는 날이었습니다. 행사가 열린 시간에는 다행히 비가 그쳐서,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중고생진동은 전국 각지에 있는 중, 고등학생 350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결성된 모임입니다. 오늘 행사에는 최준호 대표지도교사를 포함해 4개 부문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중고생진동에 함께하는 학생 일부가 참여했습니다. 출범 선언 외에도 4개 부문 위원장들은 ▲ 18세 투표권과 14세 교육감투표권 요구 ▲ 고교학점제 시행 ▲ 자유학기제 확대시행과 남북중고생회담 개최 요구, 그리고 ▲ 셧다운제 폐지 촉구 등을 발표했습니다.
셧다운제 폐지 촉구는 가장 마지막 순서에 발표됐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고1 최다혜 게임여가권리위원장이 발언에 나섰습니다. 2분 가량의 발표를 아래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최다혜 위원장은 지난 두 번의 정권 속에 최소한의 휴식을 취할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쟁 사회속에서 자기 계발이 아닌 학점을 위해 공부하다 보니, 매일 새벽 1, 2시가 될 때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기계가 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밝혔습니다.
최 위원장은 중, 고등학생의 휴식 수단 중에는 게임도 있으며, 이 또한 보장되어야 하는데 정권에서는 게임을 ‘불법’이라는 부정적인 수단으로 규정해 최소한의 여가를 누릴 권리를 박탈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셧다운제’는 유해한 게임, 게임 과몰입의 위험으로부터 청소년을 지켜주는 제도가 아닌 국가가 나서서 공부에 집중하게 하려는 생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가 중, 고등학생을 주체적 판단 인격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원하는 모습으로 키우려 하는 권위적인 시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끝으로 최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학생에게 휴식권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은 것을 밝히며 게임 또한 이에 포함될 수 있도록 셧다운제를 조속히 폐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약 1시간 가량의 출범식, 분야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최준호 대표지도교사, 최다혜 게임여가권리위원장과 짧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여러 기자회견 내용 중 ‘셧다운제 폐지 촉구’가 포함되어 있다. 선정 배경에 대해 알려 달라.
최준호 대표지도교사: 중고생진동이 출범하면서 청소년이 올바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식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정치적인 권리를 비롯해 교육, 통일, 기본권, 인권 등이 있더라. ‘셧다운제’는 이미 실효성 차원에서 불필요한 제도임이 확인됐고, 많은 학생들이 보장 받아야 할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선정하게 됐다.
최다혜 게임여가권리위원장: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반발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올바른 법인지, 최선의 법인지 생각했지만 맞지가 않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음성적인 이용과 산업의 인식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만 커지고 있다. 그래서 주체인 청소년이 나서서 해당 법안이 부적절함을 알리고자 셧다운제 폐지를 촉구하게 됐다.
2011년 셧다운제가 시행될 당시,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당시 K-IDEA)에는
중독법 반대를 위해 10만 명이 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게임도 ‘최소한의 휴식권’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유는?
최다혜 게임여가권리위원장: 청소년이 휴식을 취하는 수단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떠올리는 것이 독서, 운동, TV 등이겠지만 현재 인식으로는 게임은 ‘좋지 않은 것’이라며 중독의 위험이 있는, 부정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 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휴식 수단과 마찬가지로 게임도 좋은 휴식 수단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휴식권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준호 대표지도교사: 잘 알겠지만, 학업 위주의 삶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모든 것이 매우 제약될 수밖에 없다. 오후 9시에서 11시쯤 오는 청소년들은 밖에서 활동하는 수단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밤이고 위험하니까.
독서, TV 등 일부가 있겠지만 그 역시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성인도 업무를 마친 후 집에서 다양한 수단을 즐기면서 게임을 하듯, 청소년도 자연스럽게 게임이 최소한의 휴식권으로 여겨지게 해야 한다. 시간을 정해 놓고 게임을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것은 옳지 않다.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나서 일부 음성적인 행위로 이용하는 이도 있다. 콘솔, 모바일게임은 제약할 방법이 실질적으로 없는 상황이다.
최준호 대표지도교사: 무엇이 됐건 간에 음성적이 아닌 올바르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을 하는 것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데 부정적인 것이라고 여기니 오히려 안좋은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셧다운제가 폐지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는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도록 정부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이 함께 해야 한다. 올바르게 즐기기 위해서는 중독예방센터 건설처럼 정책, 제도적인 지원이 능사는 아니다. 게임을 좀 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받아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친권자 요청 시 18세 미만 청소년을 특정 게임, 접속 제한 시간대를 설정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도 대안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최다혜 게임여가권리위원장: ‘게임시간 선택제’는 지난 201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보호자가 해당 청소년의 게임 시간, 게임을 선택해 제한할 수 있는 제도인데 이 역시 크게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오히려 제한 시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올바른 게임 이용에 대한 고려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다. 긍정적인 해결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준호 대표지도교사: 제도와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에 대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채 제도가 시행된 현재를 보면 부정적인 부분이 가득한 것을 알 수 있다. ‘셧다운제’가 국가가 학생을 수직 통제하는 느낌이라면 ‘게임시간 선택제’는 부모가 학생을 수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조금 더 근본적인 부분을 연구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와 학교, 학생이 평등한 입장에서 함께 의견을 나눠서 인식과 제도가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게임 이용을 위해 건의할 부분이 있다면?
최다혜 게임여가권리위원장: 청소년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있는 곳이 학교다. 학문적인 것 외에 관계 형성, 인성 등 많은 부분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다. 제도의 폐지, 올바른 인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주체인 청소년 역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올바르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관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준호 대표지도교사: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대선 후보 시절 학생의 법적 휴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다. 이와 연계해 교내에서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휴식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인식과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게임도 과도하게 즐기면 좋지 않다. 청소년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캠페인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추진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