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호엔터테인먼트가 그라비티의 지분 52.4%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2월 설립된 겅호 코리아는 철수한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겅호)와 그라비티는 15일 서울 상암동 DMC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겅호가 그라비티의 지분 52.4%를 획득하면서 1대 주주가 되었다고 밝혔다. 겅호가 인수한 지분은 그라비티의 주식 364만619만주로, 약 3,700만 달러(약 350억 원)를 지불했다.
그라비티는 2005년 8월에 지분 52.4%가 소프트뱅크의 계열사인 EZER과 테크노 블러드에 매각되면서 사실상 소프트뱅크 계열사로 인수됐다. 당시 김정률 회장은 자신과 가족의 지분을 모두 합쳐 52.4%를 4천억 원 규모에 매각했다. 그 때의 지분 52.4%가 이번에 같은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겅호로 넘어간 것이다.
그라비티 류일영 대표는 "그라비티의 온라인 게임 개발 및 글로벌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와, 겅호의 콘솔 게임 노하우를 보다 원활하게 결합하기 위해서 진행했다"고 설명하며 "양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확연하게 구별되는 만큼 이번 인수가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불러 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겅호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는 "2006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는 약 4조 원에 이르며, 콘솔 게임 시장은 약 20조 원에 이른다. 이번 겅호의 그라비티 인수는 25조 원에 달하는 전세계 콘솔과 온라인 게임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 당장 겅호와 그라비티의 합병은 없을 것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겅호의 그라비티 지분인수로 두 회사가 사실상 합병 수순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라비티와 겅호는 현재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류일영 대표(오른쪽 사진)는 합병설에 대해 "먼 미래의 일까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두 회사가 합병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인수는 어디까지나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조직 정비차원에서 진행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라비티의 중심인 온라인 게임 사업이 고전하고 있는 지금, 기업가치의 재상승을 위해서는 겅호가 가지고 있는 콘솔 게임 인프라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류일영 대표는 이번 인수가 지난 2005년 9월에 있었던 김정률 전(前) 그라비티 회장의 매각 때부터 철저하게 세워진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김정률 회장이 그라비티를 소프트뱅크에 매각한 뒤로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2년 6개월 전에 지금의 자리를 미리 기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 인수는 어디까지나 두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협력할 지,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지를 고민하다가 이루어진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 <그란디아> <북두의 권> 그라비티 통해 한국 서비스?
이번 인수와 함께 지난해 2월에 설립된 겅호코리아는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오른쪽 사진)는 "겅호코리아는 본래 온라인 게임의 퍼블리싱과 해외 라이선스 사업의 서포트를 위해 설립되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그 의미가 사실상 없어진 만큼 차차 정리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모리시타 대표는 "당초 겅호코리아가 한국에 배급하려고 했던 <그란디아 온라인>이나 <북두의권 온라인> 등의 신작은 향후 그라비티를 통해 서비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양사가 향후 협의해서 좋은 방향으로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기자 간담회에서 진행된 류일영 대표이사와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이사의 질의응답(Q&A)을 정리한 것이다.
TIG> 한국 게이머라면 누구나 그라비티의 온라인 게임 개발과 서비스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사실 겅호의 콘솔 게임 역량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은 게 사실이다.
모리시타> 겅호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서비스를 통해 갑자기 성장한 회사라는 인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은 오해다.
겅호는 20년이 넘게 콘솔 게임 사업을 전개해왔으며 <그란디아>의 개발사인 게임아츠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등 콘솔 게임의 개발 및 서비스 기반이 굉장히 탄탄한 회사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모리시타> 콘솔과 온라인 게임. 어느 한 쪽에 집중할 생각이 없다.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겅호와 그라비티가 잘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할 생각이다.
모리시타> 정리한다는 큰 틀은 결정되었지만, 아직 겅호코리아 철수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없다.
그리고 직원들의 거취 역시 아직은 확실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겅호코리아의 직원들 또한 겅호의 소중한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후 잘 협의해서 진행하고 싶다는 사실이다.
TIG> 지난 2005년 9월, 김정률 회장은 약 4천억 원에 그라비티를 매각했다. 하지만 이번 인수를 보면 그 액수가 1/10 이하로 줄어들었다.
류일영> 당시에는 그라비티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굉장히 높은 가격으로 인수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 그라비티의 주력 게임이었던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인기도 많이 식었고, 온라인 게임 개발 환경 또한 많이 변했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의 가치 하락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 당시와 무조건 1대1로 비교하는 것 역시 무리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가치는 차후에도 얼마든지 상승할 수 있는 것이고, 그라비티는 그런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류일영> 게임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절대로 없다. 현재 많은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이며, 여러 가지 준비하고 있는 것도 많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의 정식 서비스 일정은 지금 단계에서 밝히기 힘들다.
류일영> 당장 특별한 방침이나 서비스 변동 계획은 없다. 여전히 개발할 것이 많은 게임들은 개발을 진행할 것이며, 서비스가 미흡한 게임은 더욱 더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다만 유저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잘못되는 게임이 있다면 당연히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 그라비티 뿐이 아니라 모든 온라인 게임사들이 공통적으로 취하는 입장일 것이다.
TIG> 올해에도 작년과 같이 온라인 게임 신작들을 많이 선보일 생각인가?
류일영> 물론이다. 현재 다수의 신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이르다. 프로젝트 별로 준비되면 하나씩 제작 발표회를 통해 공개할 생각이다.
류일영> 그라비티는 한국에서 시작한 회사다. 나 역시 한국인이고 대다수의 직원들 역시 한국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인만 있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프랑스인도 있고 미국인도 있으며, 일본인도 있다. 그런 만큼 엄밀히 따지자면 한국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
그라비티의 류일영 대표이사(왼쪽)과 겅호의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이사(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