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플은 미국 특허청에 자사의 상표인 ‘애플’의 사용 범위를 휴대용 게임기로 확장시키는 내용의 출원을 등록했다. 디스이즈게임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게임 매체들은 이를 근거로 애플이 비디오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아직 애플은 신중한 듯 하다. 해외 게임 개발 전문지인 디벨로프(Develop)에 따르면 애플은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를 만들기 보다 기존의 플랫폼인 아이팟과 아이폰을 게임 산업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라고 한다. 디벨로프는 애플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한 중견 개발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자는 디벨로프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게임 시장으로 성급하게 진출할 것이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애플은 그 대신 아이팟, 아이팟 터치, 아이폰에 더 많은 게임 컨텐츠를 보급하는 것으로 게임 시장 진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애플은 그들이 가전제품 시장에서 이룩한 명성을 매우 소중히 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하며 “아직까지는 아이게임(iGame)과 같은 게임기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므로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그는 애플의 아이팟이 OpenGL ES 개발 인터페이스를 도입하여 그래픽적인 면에서 이미 충분히 강력한 게임 플랫폼의 위치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오른쪽 이미지: 아이팟 터치)
OpenGL ES는 실리콘 그래픽스가 지난 1992년에 개발한 OpenGL 개발 인터페이스를 임베디드(Embedded) 그래픽에 맞게 바꾼 것으로 인텔, 애플, ARM,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인 크로노스 그룹(Khronos Group)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크로노스 그룹에는 SKT, LG, 삼성 등 대기업을 비롯하여 모바일 기기용 3D 엔진 개발사인 EX3D 등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다.
애플의 게임 시장 진출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 이들은 대부분 서드파티의 부재를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OpenGL ES가 갖고 있는 ‘무료’라는 장점은 애플에게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독립 개발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장점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은 지난해 10월 써드파티를 위해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의 개발킷(SDK)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달로 예정된 SDK의 공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서드파티의 게임 개발을 보다 쉽게 만들어줄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열린 개발환경과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애플, 그들이 앞으로 게임시장에 어떤 파란을 불러 일으킬 것인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애플의 휴대용 전화기 아이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