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엔진 3’를 사용하는 국산 MMORPG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초까지 6개월 동안 3개의 국산 RPG가 에픽 게임즈와 계약을 맺고 언리얼 엔진 3를 채택했다.
소노브이 ‘데브루트(Devroot) 스튜디오’는 언리얼 엔진 3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BK 프로젝트>라는 미공개 신작을 개발 중이라고 14일 발표했다. 데브루트는 지난해 말부터 언리얼 엔진 3 기반의 MMORPG 개발자를 모집해왔다.
데브루트 스튜디오의 총괄 디렉터인 소노브이 전민욱 CTO는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차기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게임엔진을 검토했다. 유연하고 뛰어난 언리얼 엔진 3가 우리의 BK 프로젝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블루너츠, 아크로게임즈, 애니파크도 채택
지난해 여름에는 블루너츠가 언리얼 엔진 3 계약을 발표했다. 현재 블루너츠는 반다이코리아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메카닉이 등장하는 카툰 렌더링 MMORPG를 만들고 있다. 반다이남코게임즈가 보유한 유명 원작을 활용하는 MMORPG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리니지2>와 <마그나카르타>의 전(前) 제작진이 설립한 신생개발사 ‘아크로게임즈’에서 언리얼 엔진 3 계약을 맺었다. 신작의 장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니지2>를 통해 언리얼 엔진 2를 경험한 개발진이 중심이고, 대부분 RPG 개발자였기 때문에 MMORPG일 가능성이 높다.
<A3> <마구마구> <오즈 크로니클>를 만든 애니파크도 언리얼 엔진 3로 MMORPG 차기작 <A4>를 개발하고 있다. <A4>는 전체 월드를 한꺼번에 구현하는 ‘심리스(Seamless)’ 방식이며, 판타지 풍의 대형 MMORPG로 개발되고 있다.
언리얼 엔진 3로 개발이 진행 중인 애니파크의 MMORPG <A4>.
■ 최상급 성능 뒤에 따르는 개발비의 부담
언리얼 엔진 3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차세대 게임엔진이다. 강력한 렌더링&애니메이션 기능으로 뛰어난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며, 얼마 전 엔비디아에 인수된 ‘에이지아’의 물리엔진도 탑재되어 있다. 탁월한 광원효과, 강력한 언리얼 에디터 등 부가 기능도 다양하다.
그만큼 라이선스 가격도 높다. 계약금만 5억원에 육박하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일정량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이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언리얼 엔진 3로 MMORPG를 만들 경우 많은 개발비와 오랜 개발기간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언리얼 엔진 2와 달리 ‘범용 엔진’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FPS를 만들 때 최적화 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언리얼 엔진 3로 MMORPG를 개발 중인 한 개발사의 관계자는 “2에 비해 3의 확장성은 높아졌다고 하지만 툴과 기능들은 기본적으로 FPS에 쓰기 적합하기 되어 있다. MMORPG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툴과 기능을 직접 만들어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부쩍 높아지는 시스템 요구 사양도 고민거리. 그렇지만 현재 개발중인 국산 MMORPG들이 2009년 하반기 이후에나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사양’의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역시 ‘최적화’와 강력한 그래픽과 엔진의 성능을 어떻게 게임성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언리얼 엔진 2 시절에도 국산 MMORPG에 사용된 경우는 적지 않다. <리니지2>와 <세피로스>가 언리얼 엔진 2를 사용했으며, <라그나로크2>와 <프리스톤 테일 2>는 언리얼 엔진 2.5를 쓰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MMORPG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그래픽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고, 직접 엔진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해외 엔진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해외 엔진을 분석하고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언리얼 엔진 3가 아직까지는 무겁고 방대하며, FPS에 적용하기 좋은 툴과 기능이 많다는 점을 들어 MMORPG로 만드는 데 적지 않는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성전 등 대규모 PvP가 필수적인 MMORPG에서 끊김 현상을 어떻게 최소화 할 지도 중요한 변수다.
언리얼 엔진 3에서 제공되는 언리얼 에디터의 사용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