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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중국 작업장들

게임사 단속, 과당경쟁, 계정해킹 등으로 상황 악화

에이전트C 2008-04-17 18:51:27

“이 직업(작업장)은 적어도 우리(중국인)와 정부를 위해 취업문제를 해결했다. 도둑질도, 강도 짓도 아닌 두 손으로 노동해서 밥을 먹고 사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온라인 게임의 머니와 아이템 모으기, 육성대행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작업장에 대한 책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된다. 저자는 현재 친구들과 함께 소규모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인 이여평(李汝平). 이씨는 5월 출간을 앞두고 현지 게임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작업장의 실태에 대해 언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씨는 현재 중국의 일반적인 작업장들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형국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게임회사들의 강력한 작업장 단속과 소송 진행 작업장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판매가격 하락 오토, 해킹을 통한 불법적인 머니, 아이템 생성 때문에 작업장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게임 퍼블리셔까지 직·간접적으로 게임머니와 장비를 판매하고 나서 작업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 수입이 좋았던 작업장, 그러나 앞길은 첩첩산중

 

이여평씨는 현재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작은 작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칭 노가다의 달인 세 명은 저가형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면서 매달 2만 위안( 285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웬만한 중국 직장인 월급보다 훨씬 많다. 이씨도 패션회사에서 다니다가 작업장을 차린 경우다.

 

하지만 작업장의 앞길은 첩첩산중.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무엇보다 올해 2월에 블리자드가 Peons 4 Hire 등 작업장 들을 대상을 소송을 제기한 것이 컸다. 이씨처럼 소규모로 작업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 심리적인 압박감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직원 20~30명을 둔 규모 있는 작업장도 상황이 팍팍하긴 마찬가지. 작업장들이 너무 많아진 탓에 매물의 가격이 올라가지 않아 운영비를 빼고 나면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 실정이다. 불법 소프트웨어를 통한 자동사냥(오토)과 해킹을 통한 매물이 쏟아지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아예 오토를 사용하는 작업장도 있지만, 직접 손으로 머니와 아이템을 수집하고 있는 작업장도 적지 않아 편차는 커지는 실정이다.

 

중국 한 작업장의 내부 모습.

 

 

◆ 계정해킹 통한 ‘흑템’ 유입은 치명적 존재

 

계정해킹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에서 계정해킹은 광범위한 규모로 퍼지고 있다. 대량의 스펨메일 등 다양한 수단을 통원해 트로이의목마 해킹툴을 유포하고 걸려든 계정은 모조리 중간 상인에게 넘어가는 식이기 때문이다.

 

해킹을 통해 얻은 머니와 아이템은 중국에서 일명 흑템으로 불린다. 흑템의 대량 유입은 급속도로 가치하락을 불러와 매물의 가격폭락으로 이어진다. 인건비가 투입되는 작업장에겐 치명적인 존재다.

 

이여평씨는 중국에 있는 작업장의 90%는 너무나 정직하게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유저들이 해킹과 오토 악용을 작업장의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는 해커들 때문에 유저보다 더 힘들 때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씨와 다른 작업장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해커와 오토 악용자들을 엄격하게 단속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순수하게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국 작업장의 바람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편견 없는 시선과 규범적인 제도와 관리를 바란다는 것이 작업장들의 입장이라는 것.

 

 

◆ 직접 게임머니 판매에 나선 중국 퍼블리셔들

 

작업장은 중국 게임회사들에게도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상당수 유저들이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려 하고 있는데, 이는 역으로 해당 유저를 게임에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작업장 매물의 유입은 게임 내 경제를 망가뜨릴 수도 있어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작업장 자체가 선량한 개인 유저에게 갖가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근절해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작업장들이 오히려 제도권 안에 들어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여기에 게임회사가 직접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판매하는 형태가 등장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MMORPG <정벌의 길>(征途)은 일종의 게임머니를 현금을 받고 판매하는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최근 많은 중국 게임 퍼블리셔들이 직접 아이템(머니나 무기)을 판매하는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아이템 시장의 엄청난 규모를 증명하는 현상이라며 제대로 정착될 경우 작업장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쯤 되면 중국 작업장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말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작업장 매물을 전문적으로 중개판매하는 사이트도 성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