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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8] “선택을 가치있게 만들어라” 좋은 밸런스를 만드는 방법

넷게임즈 김미림 밸런스 팀장이 말하는 “밸런스 기획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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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록(테스커) 2018-04-24 20:18:44

게임에서 유저들이 언급하는 밸런스는 주로 ‘캐릭터’ 간의 성능 차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 기획자에게 밸런스는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 캐릭터의 성능뿐만 아니라, 던전과 몬스터의 난이도 조절, 아이템 드롭률, 그리고 특정 콘텐츠가 어떤 의도를 갖고 유저들에게 얼마나 이용되게 만들 것인가 등 게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밸런스 조절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게임 기획자들은 이렇게 수많은 요소의 ‘밸런스’를 어떻게 조절하고 있을까? 넷게임즈의 김미림 밸런스 팀장이 게임 기획자가 꿈인 유저들을 위해 밸런스 기획자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밸런스 기획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수치 밸런스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넷게임즈 김미림 밸런스 팀장

 

 

# 밸런스 기획의 정의와 좋은 밸런스

 

사전적 의미의 밸런스(균형)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른 상태를 의미한다. 게임에서 의미하는 밸런스도 사전적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밸런스 기획은 게임에 존재하는 다양한 선택지를 유저들이 균형 있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콘텐츠 측면에서 살펴보면, 동등한 두 개의 콘텐츠가 있을 때 특정 하나의 콘텐츠가 버려지거나 가치가 없게 느껴진다면 좋은 밸런스가 아니다. 좋은 밸런스는 ‘선택’을 가치 있게 만들고, 성장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플레이 타임과 보상이 다른 두 개의 던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던전은 플레이타임 10분에 보상이 30만 골드고, B던전은 플레이타임 20분에 보상이 10만 골드라면 아무도 B던전에 가려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B던전의 보상을 골드가 아닌 ‘장비’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골드가 필요한 유저는 A던전을, 장비가 필요한 유저는 B던전을 가게 된다. 유저들이 자신에게 더욱 가치 있는 선택을 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좋은 밸런스는 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만약 10레벨에 적에게 160의 대미지를 줬다면 150레벨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대미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10레벨에 300골드를 획득했다면, 150레벨에는 그보다 많은 양의 골드를 획득하게 만들어야 한다. 

 


 

 

# 밸런스 기획은 어떻게 진행될까?

 

가치 있는 선택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만들기 위한 ‘좋은 밸런스 기획’은 어떻게 할까? 밸런스 기획은 기준 선정, 데이터 입력, 결과 확인 및 피드백 반영의 순으로 진행된다. 

 

 밸런스 기획의 과정

 

 

# 밸런스 기준 선정 

 

밸런스 기준이란 기획자 의도를 의미한다. 최종 장비를 획득하는 데 100일이 걸리게 만드는 것, 희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하는 데 3일이 걸리게 만드는 것,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획득하는 데는 30일이 걸리게 만드는 것 등 기획자가 의도한 콘텐츠, 장비 등의 가치가 밸런스의 기준이 된다. 

 

모든 밸런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획자는 밸런스 기준을 설정하면서 왜 그렇게 했는지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아래 예시를 살펴보자.

 

* 최종 장비 획득 100일

최종 장비는 엔드 콘텐츠이므로 많은 유저가 빠르게 이를 획득하면 다음 목표를 상실한다. 그러니 회사는 다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 희귀 장비 획득 3일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저들에게 새로운 장비 획득의 기쁨을 알려주자.

 

* 영웅(희귀보다 높은 등급) 장비 획득 30일

영웅 장비를 획득하는 데 오래 걸리게 하고, 그동안에는 다른 콘텐츠를 즐기게 유도하자.

 

이처럼 기획자가 의도를 가지고 유저들이 콘텐츠 이용하게 만들거나, 아이템 획득에 걸리는 기간을 정하는 등의 ‘이상적인 상태를 정의하는 것’이 밸런스 기준 선정이다. 

 

 모든 밸런스 기획에는 의도가 담겨야 한다.

 

기획자는 게임의 밸런스 기준을 정할 때, 다음의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는 모든 요소에 효용을 만드는 것, 두 번째는 유저가 겪을 상황을 시물레이션 하는 것, 세 번째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준일 것이다.  

 

첫 번째, ​기획자는 모든 콘텐츠가 효용 있게 만들어야 한다. 효용을 만드는 방법은 앞서 언급했던 플레이타임 10분에 보상 30만 골드의 A던전과 플레이타임 20분에 보상 10만 골드의 B던전을 예로 들 수 있다. 앞에서는 B던전의 보상을 골드에서 장비로 바꾸는 것으로 B던전의 효용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보상을 겹치지 않게 콘텐츠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효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콘텐츠 이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도 효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A던전과 B던전의 보상을 그대로 둔 채 A던전의 일일 입장 횟수를 1회로 제한하면, 많은 골드가 필요한 유저는 A던전은 물론이고 B던전도 이용하게 된다. 

 

​이외에 유저의 취향과 상황을 고려하는 방식으로도 효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보상이 50만 골드로 높지만 플레이타임이 한 시간인 A던전과 보상이 10만 골드로 낮지만 플레이타임이 20분인 던전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일일 게임 플레이타임이 짧은 유저는 B던전을 이용하게 되고, 긴 유저라면 A던전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기획자는 이같은 방법들을 통해 게임 내 콘텐츠에 저마다의 효용을 만들어야 한다. 

 

 기획자는 모든 콘텐츠를 효용있게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기획자는 밸런스 기준을 선정할 때 본인이 의도한 대로 되는지 시뮬레이션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할까? 기획자는 밸런스와 관련된 가능한 모든 것들을 수치화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이 수치를 그림(그래프)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아이템 드롭률, 강화 확률 등을 수치 또는 그림으로 표현하면 자신의 의도대로 밸런스가 만들어졌는지 얼추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기획자는 시뮬레이션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보는 것이 좋다. 게임 밸런스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수치화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기획자가 수치만 보고서 모든 것의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기획자는 게임을 직접 해봐야 한다.


세 번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한 예로, 공략하는 데 3달이 걸릴 것이라 예상하고 던전을 기획했지만 유저들이 3일 만에 클리어한다면 어떨까? 뒤늦게 던전의 난이도를 올린다면 이미 보상을 얻은 유저들과의 불공평함 등으로 인해 불만이 생길 것이고, 그대로 둔다면 유저들은 해당 던전에서 빠르게 장비를 맞춘 뒤 목표를 잃고 방황, 또는 이탈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유저들의 패턴을 예측하기 힘들다면 보수적으로 밸런스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던전의 난이도를 매우 높게 내놓아서 유저들이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거기서부터 조금씩 몬스터를 하향하면 된다. 

 

 유저 행동 예측이 어렵다면, 밸런스 기준을 보수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 밸런스 데이터 입력

 

밸런스 기획을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캐릭터의 수, 필드 수, 장비의 개수, 몬스터의 수 등 수많은 데이터가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게다가 밸런스 데이터는 자주 바뀐다. 처음부터 모든 유저가 만족할 완벽한 밸런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캐릭터의 밸런스 조절을 위해서나 아이템 드롭률 조정을 위해서 등 수시로 데이터 변동이 발생한다.

 

앞서와 같은 이유로 데이터 입력에는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실수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입력하면서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소한 실수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효율적인 데이터 입력을 위해서는 캐릭터 수, 아이템 타입별 획득 확률, 몬스터 타입별 확률 가중치, 필드별 확률 가중치 등 ‘기준값’만 입력하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계산되도록 자동화하는 것이 좋다.

 

한 예로, 일일 입장 제한이 1회인 던전에서 획득할 수 있는 반지가 있다고 해보자. 기획자는 유저가 이 반지를 30일에 거쳐 획득하게 하고 싶으면서, 어려움 난도에서는 20% 더 쉽게 획득하게 하고 싶다. 또한 고급 반지는 일반 등급의 1/10 확률로 출현하게 하고 싶다. 여기서 ‘기획자가 원하는 의도’가 ‘기준값’이다. 

 

이같은 방법을 추천하는 이유는 실수를 줄이고, 밸런스 변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직접 드롭률을 계산해 넣는다면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데다, 어느 한 기준값에 변동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 힘들어진다. 획득에 걸리는 기간을 10일로 단축하고 싶다면, 모든 수식을 다시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

 

 조건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결과가 계산되게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실수했을 때 부작용이 크고 자동화하기 어려운 데이터의 경우 같은 내용의 데이터를 두 번 이상 입력하고 동일한 값이 나오는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이지만 실수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획자는 의도한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자주 확인하고 의심해야 한다. 데이터들이 잘 입력돼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위험한 습관이다. 

  검토하고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결과 확인 및 피드백 반영

 

밸런스가 적용됐다면 의도한 대로 됐는지 실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신규 유저가 3일째에 희귀 아이템을 획득하게 기획했지만 실제 데이터로는 5일째에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 

 

또는 기획대로 3일째에 획득하지만, 이것이 너무 늦다는 피드백이 다수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피드백을 고려해 반영할 것인지, 혹은 안 할 것인지를 결정해 밸런스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  

 

이처럼 결과 확인 및 피드백 반영 단계에서는 밸런스 기준을 재선정 하거나, 데이터 입력을 새로 하고 다시 결과 확인 및 피드백 반영으로 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넷게임즈의 김미림 밸런스 팀장은 밸런스 기획이 앞서 설명한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보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밸런스 기획은 기준 선정, 데이터 입력, 결과 확인 및 피드백 반영 과정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