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나 DVD 등으로 나오는 일반 패키지 게임 판매에 있어 최대 걸림돌은 바로 불법 복제다. 그나마 <팀 포트리스 2> 같은 멀티플레이 전용 게임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싱글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들은 발매되기가 무섭게, 또는 발매도 되기 전에 퍼진다. 와레즈 그룹들이 앞다퉈 클라이언트를 해체해서 인터넷에 유포하기 때문이다.
창과 방패와도 같은 불법복제 전쟁에서 EA가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앞으로 발매될 <매스 이펙트>의 PC판을 즐기기 위해서는 10일마다 한번씩 온라인 인증을 거쳐야만 한다. <바이오쇼크>가 설치할 때만 인증을 거쳤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강경책이다.
지난 5월3일 바이오웨어의 기술 프로듀서인 데렉 프렌치(Derek French)는 바이오웨어의 포럼에서 “최초 (시디키의) 활성화 이후 불법복제 방지 시스템(SecuRom)은 10일 이내에 서버를 통해 재인증을 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만약 와레즈 그룹이 특정 시디키를 인터넷을 통해 유포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을 경우 해당 시디키는 차단된다”고 덧붙였다.
데렉 프렌치는 EA가 9월7일에 출시할 기대작 <스포어>에도 같은 불법복제 방지책이 사용될 것이라 밝혔다. 인증은 EA의 서버를 통해 이루어진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인터넷 접속 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에 제한이 있는 대학 등에서도 정상적인 인증이 가능하다고 한다.
데렉의 발언 이후 해외 게임 포럼들은 혼란에 빠진 게이머들로 상당히 시끌시끌하다. 관련 게시물에 달린 댓글 수는 벌써 180개를 넘겼을 정도. 이 사실을 보도한 해외 웹진의 댓글도 수백 개를 넘어섰다. 게이머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만하다.
대부분의 해외 게이머들은 EA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이오쇼크> 때처럼 인증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많았다.
바이오웨어의 <매스이펙트> 포럼의 아이디 'beers427' 유저는 “PC에 문제가 생겼거나 포맷을 하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게임을 언인스톨 해야만 하거나 <바이오쇼크> 처럼 시디키 설치 횟수 제한 문제를 풀기 위해 인증 해제 툴을 써야만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A가 오래된 게임들의 멀티플레이 서버를 폐쇄한 것처럼 <매스이펙트>나 <스포어> 출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EA가 인증 서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매스이펙트> 포럼의 아이디 ‘darthviper107’ 유저는 “말도 안된다. 매 10일마다 인증을 해야만 하는데, 나중에 몇 가지 이유(업무 중단, 지원 중단 결정 등)로 서버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건가?”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데렉은 이같은 질문들에 대해 '대부분 잘 될 것'이라는 답변을 하고 있으나 게이머들의 불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 섞인 시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EA는 강경책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게임회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던 불법복제, 국내와 같이 불법복제가 만연한 게임시장에서는 개발사들이 두 손, 두 발을 다 든 상태다. <매스 이펙트>와 <스포어>를 통한 EA의 초강수가 앞으로 게임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어>(왼쪽)도 10일마다 정품 인증을 해야 한다.
오른쪽은 6월17일에 나올 <스포어 크리처 크리에이터> 패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