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을 주제로 한 강연/토론군에서 중국과 한국은 단연 '학습'의 첫번째 대상이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내용이지만, 북미 개발자들에게는 무척 새로운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네야 매일 접하고, 바로 바다 건너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해외 사업 담당이 아닌 북미 개발자들에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참 희한한' 현상일테니까요.
그런데 한국과 중국은 영어와 수학처럼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과목입니다. 한국에서는 '돈 버는 법'을 배우고, 중국에선 '돈 벌 곳'을 배운다랄까요. 한국은 온라인게임 시장이 크긴 하지만 경쟁이 심한 반면, 중국은 아직 공략할 곳이 많다는 정서가 느껴졌습니다. 중국에 대한 '학습' 중 하나였던 Allison Luong 씨(Pearl Research)의 강연을 간단히 요약했습니다. /시애틀(미국) = TIG 특별취재팀
먼저 중국 시장에서 가장 큰 퍼블리셔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어머어마한 동시접속자 수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자체 제작 게임으로 일어선 거인 온라인(Giant Interactive)와 넷이즈의 선전이 보입니다. <거인 온라인>과 <몽환서유>는 <WOW>와 <미르의 전설2>를 제치고, 150만이 넘는 최대 동접자 수를 기록했죠. 두 가지는 확실합니다. 중국은 무척 큰 시장이라는 점. 하지만 중국 MMORPG 시장은 더 이상 마음대로 해처리를 펼 수 있는 앞마당이 아니라는 점.
중국은 확실히 큰 시장입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들어가지 말고, 좀 알고 들어가자는 게 Loung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몇 가지 포인트를 지적했는데, 그 중 하나는 광대한 중국 시장을 부자 도시와 가난한 지역으로 서열을 매겼습니다.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1단계 도시와 달리 거의 인터넷이 안 되는 7단계 지역도 있다는 것이죠. 당연히 각 단계 지역마다 컴퓨터 사양도 다를 거고요. 이런 비균질적인 거대한 곳에서 게임을 런칭하고 운영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죠.
또한 '소황제'에 대한 이해도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3억 정도 되는 16~30세 인구층은 1자녀 정책 하에 태어난 '응석받이'들이죠. 귀하게 자랐고, 용돈도 많이 받는 큰 시장이 맞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전통적인 중국인들의 취향과 다릅니다. 실제 구매하는 것(음악, 게임 등)과 선망하는 것(패션, IT 제품)이 뒤섞인 자료입니다. Loung 선생님은 서양과 달리, 특정 브랜드를 집단적으로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목이죠.
중국 게이머들을 플레이패턴과 게임 이용 시간 등에 근거해서 크게 10가지로 분류했다고 하네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네 항목을 이번 세션에서 소개했습니다. 각 항목이 서로 배타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 게이머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서양 게임 관계자들 시각에서는 '경쟁', '현거래', '사회적 소통', '결투' 같은 요소들이 신선하게 다가왔겠죠.
예년에 <카트라이더>가 주목을 받았다면, 요즘은 <오디션>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여성 게이머들의 유입과 아바타 꾸미기가 서양 개발자들에게도 신선한 시사를 주는 것 같더군요. 강연이 끝나고 Netdevil의 대표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이트클럽'과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남녀상열지사'는 태평양 너머에서도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주제인 듯합니다.
이런 본능적인 부분을 중국 게임회사들은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MMORPG를 서비스하는 회사가 여성 유저들 사진 올려놓는 갤러리가 있다면 굉장히 욕을 많이 먹을 것 같습니다. 위에 나오는 것은 '정도 온라인' 홈페이지에 있는 여성 유저들 갤러리입니다.
Loung 씨는 '하드코어', '캐주얼'식의 단순한 분류로 중국 시장을 접근하지 말라고 지적했습니다. 지역별로 나누고, 유저 성향별로 나누고, 더 쪼개도 여전히 큰 시장인 동시에, 집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