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업체 SNK가 지난 5일, 코스닥 상장을 선언한지 2일만에 상장을 철회했다. 1조원이라는 과도한 몸값 산정으로 코스닥 시장 및 투자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킨 탓이다. 회사는 지난 7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SNK 관계자는 “현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SNK의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관계로 대표주관사 등 여러 동의 하에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 및 증권사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SNK는 지난 5일, 간담회를 통해 국내 시장 상장을 공식 선언했다. NH투자증권이 대표 주관하고 미래에셋대우가 공동주관사로 참여했다. 공모금액은 1,921억에서 2,621억 원이며, 희망공모가로 34,300원~46,800원을 제시했으며 밴드 상단 기준 공모금액은 2,621억 원이다.
위 기준에 따르면, SNK는 상장 시 1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러나, 당시 투자사를 비롯해 시장의 반응은 냉담해보였다. 주가수익비율(PER)의 40배 이상에 따르는 무리한 가치 선정이라는 이유 때문. 또 PER도 7월 결산 실적기준으로 결정해 실적 가시성도 정확하지 않은 상태.
회사는 자사의 경쟁력에 대해 ‘IP 라이선스 사업’을 꼽았다. 현재 66.3%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꾸준한 생명력을 강조했으며, 이는 개발, 퍼블리싱에 의존하는 타사와 비교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당시, 중국인 대표가 있는 일본회사인 SNK가 코스닥 시장 상장을 선언한 것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회사는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함”이라며 기술력이 높은 국내 게임사와 협력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갈지휘 대표는 SNK의 지분 41.6%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게임사 37게임즈, 퍼펙트월드 역시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했으며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전체 52.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상장 선언 당시, 상장 후 들어오는 IPO(기업공개) 자금으로 새로운 IP 취득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5일 SNK의 상장 선언 이후 좋지 않았던 시장 반응은 결국 ‘상장 철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관투자가들의 저조한 수요예측 참여에 따른 결과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당시 대부분의 업계 자산 운용가가 5일까지 진행됐던 SNK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다소 무리하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공모가 상단 기준 1조 원이라는 시가종액을 놓고봤을 때, 비슷한 시가 총액 규모의 경쟁사에 비해 낮은 실적도 지적됐다. SNK는 연결기준 지난 8월까지 연간 매출, 영업이익이 약 677억 원, 370억 원이다. 비슷한 시가총액 규모인 NHN 엔터테인먼트가 올 3분기 8,962억 원, 520억 원의 누적 매출,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비교하면 알 수 있다.
공모가와 더불어, 이번 상장이 기업과 관련된 '몸집 불리기'라는 좋지 않은 구설수에 휩싸인 것도 한 몫을 했다. 2015년 당시, 중국 투자법인인 리도밀레니엄즈가 약 700억 원의 규모(지분 81%)로 SNK인수했기 때문.
SNK는 과거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사무라이 스피릿츠>, <메탈슬러그> 등 여러 IP로 1990년대 인기를 얻었으나 2001년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 실패로 도산했다. 이후 SNK 플레이모어 중심으로 IP 사업에 주력한 후 2015년 피인수 당한 것. 이후에도 회사는 IP 라이선싱 사업을 중심으로 규모를 불려왔다. 국내 코스닥 시장 상장도 그 일환.
당초 SNK는 수요예측 이후 12월 11일까지 청약을 마친 뒤 12월 2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틀만에 상장 철회를 선언하면서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상장 철회에 따른 여파 때문일까? SNK는 최근 계획됐던 한국 대회 일정을 모두 취소 또는 보류했다. 회사는 관련된 추가 일정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