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중동 게임시장은 “손타지 않은 순결한 땅”

[2008 국제 게임산업 세미나] GamePower7 파디 무자히드

shiraz 2008-09-16 17:06:13

두바이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7성급 호텔의 웅장한 자태와 곳곳에 솟아오른 타워, 그리고 분주하게 오가는 공사장 인부들과 거대한 건설기계들. 전세계의 자본이 모이는 곳답게 늘 분주하고 화려한 모습이 떠오르는 곳 두바이.

 

그렇다면 중동은? 갑자기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낙타를 타고 괴성을 지르던 유목민들이 떠오른다. 아마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중동에서 PC방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기는 아랍 젊은이를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08 국제 게임시장 세미나에서 강연을 맡은 GamePower7의 제너럴 매니저인 파디 무자히드(Fadi Mujahid)는 아랍 게임시장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했다. 중동 게임시장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황성철 기자


 

 

강연을 시작하면서 파디 무자히드(오른쪽 아래 사진)는 낙타와 함께 사막을 누비는 유목민들의 사진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낙타를 타지 않습니다. 100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지금도 시골에서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미디어에서 오해가 많습니다.

 

중동에는 경제적·사회적으로 많은 차이를 가진 21개의 국가들이 모여있다. GamePower7이 위치한 두바이는 아랍 에미리트 연합의 한 토후국이다.

 

아랍 에미리트 연합은 전세계 3위의 구매력 지수(PPP)를 자랑하는 부유한 국가. 그러나 같은 중동 지역내의 시리아나 수단, 예맨은 빈국이다.

 

무자히드는 이 같은 점을 들며 중동 국가들 사이에 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빈부 격차가 상당히 심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동 지역 언어가 통일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게임의 서비스에는 언어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중동에서는 아랍어가 공통적으로 쓰입니다. 게임 서비스에 이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PC방 같은) 사이버 카페의 이용율이 매우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동에서 10대들의 핵심 여가활동이 사이버 카페에 놀러 가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다. 비록 오후 7시 이후에는 폐쇄되지만 현지에서 사이버 카페가 성업 중이라는 그의 말은 국내 게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커스에는 약 2,500여 곳,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에서는 약 6,000여 곳에 이르는 사이버 카페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시간당 요금은 약 60센트(약 700 원) 정도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또, 현지에서는 고성능 PC의 가격이 상당히 낮게 책정되어 있어 PC가 가장 유력한 게임 플랫폼이라고 한다.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성공이 보인다

 

무자히드는 이런 높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 때문에 컨텐츠 사업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고 전했다.

 

무자히드가 몸담고 있는 GamePower7은 현지의 유력 미디어인 스페이스툰(SpaceToon)의 자회사다. 무자히드는 스페이스툰이 미디어 사업을 전개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난관들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현지에는 구체적인 규제법안은 없습니다만, 무엇이 제한되는지 또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종교의 영향도 매우 큽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은 TV 만화 시리즈인 <포켓몬>의 현지 방영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포켓몬의 라이선스를 얻어서 방영을 시작한 지 1년 후에 종교 재판에서 <포켓몬>의 시청을 금지했습니다. 진화론을 전파한다, 도박을 조장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게다가 포켓몬의 캐릭터 이름이 신성모독이라는 등의 악성 루머가 계속 퍼져서 겉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대중 사이에서 퍼진 루머에 반응하고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포켓몬>의 방영은 금지되었습니다.

 

중동 여자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인형 풀라(Fulla).

 

무자히드는 어떤 문화상품이라도 현지와 문화적인 동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동화를 할 수 없다면 문화적인 금기사항을 잘 피해가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중동판 바비 인형이라고 할 수 있는 풀라(Fulla)’를 들었다.

 

풀라는 현지 여자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형이다. 지금까지 400만 개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인형옷 등의 액세서리는 1천만 개 이상이 팔려나갔다. 외신에서는 풀라가 바비를 중동시장에서 내몰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무자히드는 풀라의 성공요인에 대해 금기사항을 회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풀라는 바비와 달리 남자친구가 없다옷도 정숙하게 입고 있다. 현지에서 모범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딸이 무언가를 살 때 부모들은 풀라 캐릭터로 사준다는 것이다.

 

무자히드가 현지에서 만난 한 여성의 경우 자신이 조금 야한 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딸에게는 정숙한 풀라 인형을 사줄 정도라고 한다.

 

 

중동은 손타지 않은 MMO 시장

 

무자히드 매니저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시선을 MMO로 이어나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지에서 MMO를 즐기는 유저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아주 거칠게 추정해 본다면 약 25만 명 정도의 유저들이 MMO를 즐기고 있는데, 현지 인구비율로 따지면 0%에 가깝다.

 

중동 현지에서 제대로 퍼블리싱 된 게임도 없다. 그는 이 같은 점이 딜레마라고 전했다. 인식도 떨어져서 10대 청소년 중에 불과 20%만이 MMO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동 게임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중심 게이머 연령층이라고 할 수 있는 5세에서 30세까지의 인구비율이 52%로 전세계 평균인 40%에 비해서 높다는 것이다현지 사이버 카페가 청소년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구매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중동에서 MMO를 즐기는 유저들의 비율은 사실상 0%에 가깝다.

 

현재 중동 게임시장에서 활동을 보이는 퍼블리셔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라비티가 지난 2005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라그나로크 온라인>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GamePower7은 한국의 엔플레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오는 연말 <라펠즈>의 현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무자히드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중동을 손 타지 않은 MMO 게임시장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순결한 땅에도 제약이 있다. 앞서 말한 문화적인 동화를 포함한 로컬라이징의 문제는 너무나 중요하다. MMO는 방대한 텍스트의 분량 때문에 영어에 익숙한 유저라도 아랍어로 플레이 하기를 원한다. GamePower7의 경우 <라펠즈>의 현지화를 위해 모두 15 명의 인력이 주야 2교대로 5개월 동안 작업하고 있다. 한국 게임들의 경우 노출이 심한 캐릭터 등의 문제로 중동 문화와 맞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자히드는 중동 게임 퍼블리셔에게 필요한 것으로 고객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지 어린이 중에서 20% MMO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고객 교육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는 결제 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중동에서는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 현금 결제가 이루어지는데, 다른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의응답(Q&A)

 

Q1 : 스페이스툰 기업의 규모는?

 

1천 명 이상의 직원이 있고, 계약업체의 수도 1천 곳이 넘는다. 중동 대부분의 지역에 사무소가 있다.

 

 

Q2 : 어떤 방식으로 <라펠즈>를 현지에서 서비스할 것인가?

 

대부분의 지역에 스페이스툰의 사무소가 있다. 고객서비스가 우리의 가장 큰 도전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유통업체들과 협력 해야할 것 같다. 인프라는 이미 마련되어 있지만 게임 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파트너쉽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Q3 :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인력이 기획단계부터 중동과 파트너쉽을 진행해서 중동의 문화를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한국 게임업체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높은 기술력, 게임 퀄리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접근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중동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게임 서비스에서 중동 시장을 논외로 했다. 안타깝게도 게임 개발 초기부터 그랬다.

 

한국 게임업계에 중요한 것은 글로벌 전략이다좋은 파트너쉽을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4개월 전에 중국 게임업체 4개가 공격적인 제안(라이선스 비용을 내지 말고 러닝 개런티만 내라)을 한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격성이 아니라 안정성이다. 안정성에 기반한 파트너쉽 관계가 중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