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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온라인게임을 만들 생각도 있다”

캡콤을 나와 독립한 콤셉트의 이나후네 케이지 대표

안정빈(한낮) 2011-06-03 09:39:36

입사 23년차의 45세 게임 개발자. 일본 메이저 게임회사 중 한 곳인 캡콤의 개발총책임자. 누가 봐도 안정적인 생활을 꿈꿀 때였지만 이나후네 케이지는 달랐다. 일본의 1세대 개발자인 그는 연일 업계를 향해 “매너리즘에 빠지지 말라”며 쓴소리했고, 작년 가을에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잘나가던 회사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독립했다.

 

노하우 공유와 도전을 통해 매너리즘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이나후네 케이지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이하 NDC) 2011 현장에서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사진=현남일 기자


※ 인터뷰는 이나후네 케이지의 키노트 이후에 진행됐습니다. 원활한 내용 이해를 위해 이나후네 케이지의 키노트 정리 기사를 본 다음 인터뷰를 읽어 주세요.

 

NDC 2011 키노트 “한국, 오만에 빠지지 말고 도전하라” [원문보기]

 


캡콤을 나와 ‘콤셉트’라는 신생 개발사를 차린 이나후네 케이지. 

 

NDC는 처음이다. 어떻게 참여했고, 감상은 어떤가?

 

넥슨의 서민 대표의 부탁을 받아 오게 됐다. 넥슨과는 캡콤에 있을 때부터 사이가 좋았는데, 마침 한국 개발자들에게 내 생각과 사고방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오고 나니 생각보다 큰 규모여서 놀랐다. 한국 개발자들에게는 좋은 기회이자 시도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일본에도 비슷한 컨퍼런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에도 CEDEC(CESA 개발자 콘퍼런스)이 열리지만 NDC 같은 열기나 고조된 분위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20년을 넘게 일한 캡콤에서 나왔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나이가 부담스럽지 않나?

 

작년에 캡콤에서 나올 때가 45세였다. 나이가 많다고들 하는데 지금부터 55세까지가 가장 열심히 일할 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정도다.

 

하지만 캡콤에서 생각하는 10년과 내가 생각하는 10년의 모습이 달랐다. 계속 캡콤에 있어 봐야 10년을 낭비하는 셈이라 판단했고, 결국 캡콤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솔직히 고민도 별로 안 했다. 생각이 다르니까 나름대로의 결심이 섰다.

 

 

결국 매너리즘이 문제였던 것 같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어떤 것 같나?

 

솔직히 잘은 모른다. 하지만 슬슬 매너리즘이 시작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게임업계가 좋은 방향으로 갈지, 나쁜 방향으로 갈지, 나뉘는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NDC 같은 행사를 통해 (일본과는 달리) 좋은 방향을 선택했으면 한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라도 있나?

 

NDC(키노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신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 업계를 나쁜 방향으로 이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하고 새롭고 재미난 요소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가 단위로 볼 때,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 콘솔게임 노하우를 가르쳐 주길 꺼린다. 때문에 콘솔게임을 같이 개발할 일도 적다. 반대로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온라인게임 노하우가 알려지는 것을 경계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각 국가가 한정된 게임밖에 만들 수 없다.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이 좀 더 많은 협업을 통해 다양한 장점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다른 나라와 협력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가 썩 좋진 않았다.

 

한 번의 실패만으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실패에서 배운다. 마지막을 실패로 끝내거나 한 번 실패했다고 바로 다른 파트너를 찾는 건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캡콤이 NHN과 온라인게임 론칭(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에 실패했다고 다음에는 넥슨이나 네오위즈게임즈를 찾아간다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될 뿐이다.

 

실패했을 때야 말로 거기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다시 한 번 도전할 때다.

 

 

도전을 계속 강조하는데,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술을 너무 마시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저의 의견을 듣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유저 의견만 들어 버리면 게임 제작에서 의미가 없어진다. 개발자가 게임을 제작하는 데 내가 이걸 왜 만들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진다.

 

게임 개발은 대화와 같다. 한쪽 방향만 파고들면 대화가 안 된다. 유저의 의견을 듣는 만큼 자신의 이야기도 충분히 해야 한다. 주장이 지나쳐서 개발자의 의견만 내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유저가 돈을 낸다고 시키는대로 전부 하는 것도 문제다. 유저의 목소리를 듣되 나름대로의 무언가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도 매우 안 좋다. 일본은 차츰 인정을 받는 분위기인데 어떤 과정이 있었나?

 

일본도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비해 게임의 지위가 낮은 편인데, 한국은 훨씬 더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게임이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비스사가 너무 과금에만 혈안이 돼 있다. 예술적인 부분, 스토리와 연출 등 게임의 퀄리티와 콘텐츠에 소홀하지 않았나 돌아봐야 한다. 캐릭터만 봐도 아바타 비즈니스에만 편중돼 있다 보니 이를 문화로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 개발사가 스스로 문화적인 부분에 소홀한 셈이다.

 

수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이런 부분이 문화적인 취급을 받는 데는 마이너스가 되지 않나 싶다.

 

 

일본은 콘솔게임, 한국은 온라인게임이 발전해 있다. 개발자로서 둘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스타트 시점이다. 온라인게임은 기본적으로 공개돼 있다. <카트라이더>를 즐기려고 PC를 구입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다. 타겟층도 넓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게임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콘솔게임은 게임을 하고 싶으면 게임기가 꼭 필요하다. 게임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타겟층이 정해진 상황이다. 그만큼 특정 유저들을 겨냥한 게임을 만들 수밖에 없다. 물론 거꾸로 생각해 보면 타겟층을 처음부터 정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한국은 게임의 타겟층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배운 게 많기 때문에 콘솔게임도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국내 콘솔 시장이 안 좋으니까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려 보자. 한국인이 만들어 해외에서 흥행한 콘솔게임이 있어도 좋을 듯하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 협업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콤셉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이나후네 케이지가 세운 회사의 이름은 Com + Concept의 합성어인 ‘Comcept’입니다. 일본어 발음은 Concept와 같습니다. /편집자 주)

 

특정 IP(지적재산권)나 하나의 게임만을 만들 생각은 없다.

 

NDC 강연에서도 말했지만 현재 Comcept의 인원은 20명이다. 하지만 해외의 우수한 파트너들과 협업한다면 몇 백 명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게는 소셜게임부터 크게는 콘솔게임까지 다양한 개발사와 협업해서 캡콤 이상의 라인업을 갖추는 게 목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개발자와 온라인게임을 만들 생각도 있다.

 

뻔하지만 사업성과 독창성을 모두 가진 밸런스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단순히 흥행만 하는 게임을 만들면 내가 왜 독립을 했는지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만든다면 사원들 월급을 못 준다(웃음). 회사가 망할 수도 있고. 그래서 첫 타이틀은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래도 하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할 생각은 없다.

 

 

한국에서는 콘솔게임 유저 중 일본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개발자도 적지 않다.

 

일본 게임업계가 위기라고 했지만 모든 게 썩은 건 아니다. 훌륭한 부분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일본이 지금까지 쌓은 기술이 남아 있고 배울 것도 많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본의 나쁜 쪽, 일본의 부정적인 공기에 감염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안 된다고 할 때마다 포기하는 자세만은 배우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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