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제이맥스 포터블>은 참 특별한 게임이다. 국산 PSP 타이틀 중 5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예약판매 때마다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유일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런 <디제이맥스 포터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100% 오리지널 창작곡으로 (그것도 탁월한 대중성을 갖춘) 음원을 만들어 내는 저력이다.
그 저력의 근원지, 3월 30일 국내 발매를 앞둔 <디제이맥스 포터블 2>의 음악을 책임지는 펜타비전 사운드팀을 찾아갔다. 부담도 많았던 2편의 작업을 마친 그들의 홀가분한 이야기를 키워드별로 정리해봤다. /디스이즈게임
이철희: 2편 음악의 목표는 스타일리쉬한 느낌이다. 필(feel),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 감성을 중요시 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1편의 음악이나 스타일이 비교대상이 될 테니 그것보다 임팩트 있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장르도 폭을 넓혔다. 타이틀곡인 ‘유어 오운 미라클’은 감미로운 소프트 스타일이고 ‘시리아나’ 같은 경우는 빠르고 비트 스타일이 강한 곡이다. 기존에 들었던 연주 스타일의 음악들도 이번에 많이 업데이트 했다.
백승철: 사운드실 다섯 멤버가 모두 작곡도 하면서 사운드 작업을 병행했다.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별로 한두 곡만 선택했다. 그 외에는 나눠진 역할에 따라 패턴 노트 디자인, 모드 음악, 외주 작업 관리 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이철희: 작년 봄(3월~4월)부터 실질적인 2편의 작업에 착수했고, 여름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음악을 만들다 보면 처음엔 좋은 것 같다가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등 작업하면서 계속 바뀐다. 두 번째 버전인 만큼 더 질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작업(개인 작곡)이 안 풀려서 방황을 많이 했다.(웃음) 잘 해야겠다고 사심이 들어가니까 곡이… (일동 웃음)
백승철: 외주 음원들은 1차적으로 곡을 받은 담당자가 판단을 하고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2차 판단을 하는 식으로 검증한다. 대부분 여기서 리테이크(수정)를 갈 것인지 결정된다. 이후에는 담당 프로듀서 및 그래픽 파트와 함께 컨셉을 잡고 세부적인 조정을 한다. 경험도 많고 실력도 있는 아티스트들은 그래픽 스타일까지 맞춰서 주는 경우가 있다. (너무 좋다는~ )
류휘만: 국내 아티스트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알게 되거나 메일이나 메신저로 “곡을 쓰고 싶다”고 희망해 와서 검증을 거쳐 맡기게 된 경우도 있다. 한정판에 들어간 OST 중 세 번째 리믹스 CD에는 ‘이온’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유명한 아티스트가 참여했는데, ‘포터블 그루브나인’ 활동도 했었고 예전에 GOD 비롯해서 유명 가수 타이틀 곡도 만들었던 분이다. 우연히 연락이 닿았는데 <디맥 포터블>을 좋아해서 OST를 위해 몇 곡을 리믹스 해주었다.
백승철: 외주 작업도 아티스트 한 명에게 두 곡 이상 맡기지 않았다. 장르나 스타일을 최대한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마다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펜타비전 사운드 팀을 포함해서 18~20명 정도의 국내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일본쪽 아티스트들은 7~8명 정도된다.
류휘만: 음악만 받았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패턴, 그래픽 작업도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음악 때문에 밤 샌 것보다 전체 진행 때문에 철야 작업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백승철: 사전에 2차, 3차 마감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다. 물론 자꾸 늦어지면 “곡을 빼버린다. 계약을 파기한다”는 농담반 진담반의 최후 통첩을 날리기도 한다.(웃음) 사실 작곡하는 아티스트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종종 갈등도 생긴다. 사운드팀은 게임쪽을 잘 아니까 게임에 맞도록 편곡을 하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아티스트의 자존심과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류휘만: 다른 회사 같으면 외부 아티스트의 곡에 이래라 저래라 딴지를 잘 못 걸 텐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직접 진행을 하니까’, 그래서 통하는 것이 있다.
심재현: 일본쪽 아티스트들은, 메신저나 메일로 관리하고 함께 작업하고 있다. 일본에 직접 가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대체로 친분관계로 한 명씩 알게 돼서 진행한 것이라서 큰 문제는 없었다. 온라인 작업으로도 충분했다.
류휘만: 이번 외주 작업 중 헤프닝도 있었다. 작곡자 NieN은 ‘반지의 제왕’같은 비주얼을 연상하면서 블록버스터 분위기로 음악을 만들었는데 정작 비주얼 작업 과정에서 ‘NB 레인저’라는 특촬물 컨셉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런데 작곡자 NieN이 펜타비전에 다른 일 때문에 왔다가 작업된 ‘NB 레인저’ 비주얼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 한 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물론 나중에는 재미있다고 마음에 들어했다.(웃음)
반지의 제왕 컨셉에서 특촬물 NB레인저로 거듭난 아티스트 NieN의 신곡.
류휘만: <EZ2DJ> 때 친분이 있었는데 오래 간만에 연락을 하게 됐다. 사실 옛날에 <EZ2DJ> 작업이 끝나고 일본에 직접 찾아가서 음악을 같이 해보자고 상의도 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연락이 끊겼다. <디맥 포터블 2> 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나서 연락처를 찾아봤는데 없어진 상태였다. 우연히 찾아서 연락을 한 다음에 백승철 팀장과 일본에 직접 찾아가 2박 3일 동안 설득했다.
백승철: 루비 튜스데이가 워낙 보컬 곡을 잘 만들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부분 보컬 곡인데, 노래는 일본에 있는 외국 가수가 불렀다. 곡을 맡기는 것까지는 쉬웠는데 세밀한 부분까지 논의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류휘만: 완성된 게임에 들어간 루비 튜스데이의 노래는 네 곡인데, 받아놓고 (일부러) 쓰지 않은 곡도 있다. 남은 것들은 흐흐흐… (야심찬 미소). 아직 어떻게 쓸지 결정하지는 않았다. 가장 값진 컨텐츠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 선보일지 기대해 달라.
류휘만: 음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초기에는 <디제이맥스>의 오리지널 곡들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음원 사업부터 시작하겠지만, 앞으로는 가요도 할 수 있고, 영화 음악, CF도 같이 할 수 있도록 준비 하고 있다. 원래 하던 게임 쪽도 일이 들어오면 또 바빠지겠지만, 외부 아티스트도 풍부하고 라인업이 많으니까 잘 조율해서 음악사업을 해 보고 싶다.
함경민: 사실 지금 말한 계획들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던 것들이다. 디지털 음원 사업은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게임 사운드팀이 일반 음악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선례가 없었던 일이지만 괜찮을 것 같다. CD도 만들 예정인데 아직 구상 정도만 있다. CD를 만들게 되면 소량으로 만들어서 CD의 가치와 함께 음악의 가치도 인정 받고 싶다.
류휘만: <디맥 포터블 2>의 디지털 음원은 게이머들이 먼저 사줄 것으로 본다. 게이머들이 붐업을 해주면 일반 사람들도 같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 <디제이맥스>에 참여한 보컬이나 아티스트를 대중 음악의 영역으로 이끌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백승철: 현재 펜타비전이 개발중인 온라인게임의 음악도 맡게 될텐데, 베타테스트 일정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작업이 들어갈 것 같다.
류휘만: 가능하면 다른 회사 게임의 음악도 맡아보고 싶다. 기밀 사항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진행하겠지만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들이 잘 풀리면 사운드팀이 ‘음악사업부’ 같은 느낌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희: 될 때까지 회사에서 밤을 샌다. 그러면 언젠가는 된다.
류휘만: 좋겠다. 나는 앉아서 밤을 새면 곧바로 부부 싸움이… 참! 그런데 한번은 부부싸움을 하고 영감이 떠오른 적이 있다. 이번에 ‘브레인스톰’(테크노)이라는 곡을 썼는데 부부싸움을 하고 격앙된 상태에서 만들었다.(웃음)
백승철: 안 되면 털어버리고 영화를 보거나 괜히 딴짓을 많이 한다. 극단적으로 이상한 경험을 하다 보면(음주가무 등) 영감이 떠 오르는 경우가 있다.
함경민: 회사보다 개인 작업실에서 작곡을 많이 하는데, 작업실 바로 옆이 치킨집이다. 작업하다가 안될 때는 거기서 맥주 한 잔 하고 오고, 더 안될 때는 잔다.(웃음)
심재현: 딱히~ 막혔던 적은 없다.(일동 야유) 막힌 적이 있을 때는 다른 음악을 들어서 모티브를 찾는 경우가 많다. 무리해서 파고 들면서까지 작곡을 하지는 않는다.
류휘만: 아내와 함께 놀러 다니면서 평화롭게 쉬고 싶다. 아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
이철희: 맞벌이라서 집에서 혼자 영화나 보고 쉬어야 할 것 같다.
백승철: 우선 방에서 뒹굴고 싶다. 그리고 게임회사에 들어오면서 게임음악이 아닌 직접적인 현장과 멀어진 느낌이 있다. 클럽 라이브나 선후배들 작업실에도 가보고 싶다. 느끼고 싶다.
함경민: 앞의 세 분과 틀리게 미혼이라서 본격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여행을 가거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물론 공연을 보는 것도 포함해서.
심재현: 음악이 아닌 다른 매체를 체험해 보고 싶다. 확실히 음악이 일이긴 하지만 취미도 음악이다보니 너무 음악에 관련된 것들만 하게 된다. 다른 컨텐츠도 폭 넓게 즐기고 싶다.
류휘만: 음원 사업이 잘되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꼭 해보고 싶다. 백승철: 사실 작년에 준비를 했었다. 연습도 많이 해서 연말에 하려고 했는데 일이 바빠서 결국 못했다.(흑흑) 류휘만: 공연을 하게 되면 관객과 연주자 모두에게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진짜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