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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 이상을 레이싱게임에 바친 괴짜들. 얼티밋레이스 인터뷰

KOG의 신작 레이싱게임 <얼티밋레이스> 집중취재

안정빈(한낮) 2014-11-10 12:52:16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레이싱은 유명한 애물단지다. <카트라이더> 이외에는 마땅한 성공작이 없고, 그나마도 2011년 <말과 나의 이야기, 앨리샤>를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말(馬)이 아닌 자동차 레이싱이라면 상황은 더하다. 2007년 <레이시티>와 <스키드러쉬> <시티레이서>가 각축전을 벌이던 때가 마지막이니까.

오늘 만난 KOG 양호중 PM과 문석배 PD는 이런 레이싱게임 불모지를 10년 이상 지켜본 개발자들이다. 그리고 레이싱게임의 흥망성쇠를 모두 확인한 둘은 또 다시 레이싱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바로 단어 하나가 떠오른다. 괴짜.

척박한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레이싱게임 시장에 이 ‘괴짜’들은 무엇을 믿고 씨앗을 뿌리는 걸까? 그들이 바라는 레이싱게임의 미래는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에서 오랜만에 ‘진짜 괴짜’들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TIG> 당연한 질문부터 해보자. 이 척박한 시기에 왜 하필 레이싱인가?

양호중 PM(이하 양): <얼티밋레이스>는 벌써 9년 전부터 만들던 게임이다. 개발기간이 꽤 길었으니까 왜 하필 이시기냐는 건 의미가 없다. 그냥 만들고 싶어서 계속 만든 거다. KOG 초기부터 레이싱게임이 매력적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내부에도 관련된 개발을 하는 팀이 계속 있었다.

자체적으로 물리엔진도 만들고, 렌더링과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있다. 그렇게 관련된 기술들을 개발하다 보니 3년 전부터 제대로 된 퀄리티가 나오더라. 이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발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TIG> 레이싱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온라인 레이싱이 상상이 잘 안 가는 유저도 많을 거고.

양: 우리는 레이싱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눠서 생각했다. <그란투리스모>처럼 트랙을 기반으로 한 지극히 현실적인 레이싱이 첫 번째고, <니드포스피드>처럼 아케이드성이 강한 레이싱이 두 번째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어떤 게 어울릴까 고민을 해봤더니 둘 다 해결책이 마땅하지 않더라.

일단 양쪽 모두를 추구하는 방식이 될 거다. 그래서 이름도 <얼티밋레이스>다. 모든 걸 다 넣자는 이름으로 지었는데 그 이름처럼 트랙기반 타임레이스. PVP, PVE 등 레이싱 관련 시스템은 모두 구현하고 있다. 레이싱이라는 하나의 장르보다는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 구현하는 규모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TIG> 게임 방식이 일단 궁금한데, 유저가 게임을 시작하면 무엇부터 시작하게 되나?

양: (웃으며) 역시 퀘스트? 트랙이나 자유주행은 유저들이 레이싱게임에 익숙하지 않으면 시작조차 못하니까 일단 튜토리얼 요소는 꼭 필요했다. 온라인은 콘솔보다 더 많은 유저가 찾아오는 게 장점인데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잡아줘야지. 

고민 없이 튜토리얼을 따라가다 보면 차량에 대한 콘텐츠를 모두 알게 되는 방식이다. 그 부분을 훈련하는 과정이 있을 거고 이후에는 경쟁으로 이어진다. PVE부터 시작하게 될 거고 거의 비슷하게 PVP 경주에도 참가하게 될 거다.


TIG> 오픈월드 방식의 마을(?)이 보인다.

양: 로비가 오픈월드의 개념이다. MORPG의 광장처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하고. 게임은 독립된 트랙에서 진행된다. 


TIG> 레이싱게임 하면 물리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근데 보여준 영상에서는 그런 효과가 조금 밋밋하더라.

양: 일부러 캐주얼하게 옮겼다. 우리가 만든 엔진이 물리엔진이라기 보다는 레이싱엔진이라고 해야 할까? 자동차게임을 위한 성능만 집약돼있다. 사실 오랜 기간 확장을 시킨 탓에 <그란투리스모> 수준의 물리효과도 구현할 수는 있다. 언리얼엔진이나 유니티엔진 같은 상용엔진이 없던 시절부터 개발한 엔진이기도 하고.

그런데 모든 기능을 넣어 보인가 그냥 마니악해지더라. 그래서 물리효과도 가능한 캐주얼하게 옮겼다. 특히 조작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는데, 종전의 레이싱게임 중에는 온라인이고 PC기반임에도 불구하고 키보드와 마우스 배려가 없는 레이싱게임이 많았다.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모든 조작을 일단 키보드에 맞췄다.




TIG> 그래서 온라인 레이싱게임이 살아남는 길이 보이든가?

양: 유저의 느낌대로 설명하자면 콘솔게임을 좋아하고 레이싱게임 좋아해서 구매한 유저가 그 게임의 어디까지 끝을 봤을까? 만약 레이싱게임의 기준을 이러게 놓고 보면 크게 비관적일 거다. 데이터로만 보면 레이싱은 재미가 없는 장르다. 유저들은 오히려 자동차의 레퍼런스와 게임의 다양한 퍼포먼스만 보고 구입할 때가 많다. 진지하게 레이싱 그 자체에 미친 유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얼티밋레이스>는 오히려 그 부분에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온라인 RPG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그 안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식을 쌓아나가고, 이런 생활을 레이싱게임으로 유도한다. 엄청난 그래픽으로 슈퍼카를 타는 재미만 주는 게 아니라 차를 타고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집중했다. 온라인의 특징인 유저간의 경쟁과 성장, 두 가지에 집중한 셈이다.


TIG> 차를 타고 경쟁하는 재미를 어떤 식으로 풀어냈다는 건지 감이 잘 안 온다.

양: 솔직히 자동차 마니아한테는 비판 받을 게 많을 텐데, 급격한 코너를 돌 때 <그란투리스모>에서는 브레이킹을 잡고 코스를 아웃인아웃으로 맞추고, 그렇게 플레이해야 한다. 정해진 코스나 자신만의 타이밍 등을 외우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점점 성적이 깎이는 식이다.

근데 <얼티밋레이스>는 ‘그것 좀 모르면 어때?’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유저가 아웃인아웃 방식을 꼭 알아야 할까? 브레이킹 타이밍을 외워야만 할까? 그냥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재미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될까? 이게 우리의 생각이었다.

설득하지 말고, 강요하지 말고, 유저가 생각하기에 자연스러운 자동차의 피드백만을 만들자. 대신 남은 부분은 다른 유저를 제치거나 따라잡는 재미, 다가오는 유저를 막는 재미에 집중했다. 가볍지만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게임이다.





TIG> 솔직히 레이싱 마니아 입장에서는 비판을 많이 할 듯 한데?

양: 물론 감안하고 있다. 그 친구들한테 인정을 못 받아도 괜찮다는 개념은 아니다. 레이싱 마니아를 잡지 못하는 레이싱게임은 어불성설이니까. 그 대신 기존의 사실성만 강조한 레이싱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는 게 맞을 거다. 


TIG> 유저층도 자연히 넓게 보고 있겠다?

양: 이건 어떻게든 넓히려고 생각 중이다. 하이클래스 유저는는 하이클래스대로 만족을 시키고, 못하는 유저는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재미를 주는 방식인데, 관건은 중간층 포섭이다. 적당히 할 줄은 아는 유저가 우리 게임에서 어떤 재미를 찾을 지, 우리 생각대로 재미를 줄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겠지.


TIG> 개발만 9년인데, 계속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가 얼마나 되나?

문석배 PD(이하 문): 팀으로만 보면 2~3명 정도다. 근데 엔지니어링 팀이라고 내부에서 레이싱게임의 연구 및 개발을 하던 10명 가량의 팀이 분리가 됐는데, 그쪽에서도 당연히 많은 부분을 돕고 있다. 

좀 더 편하게 말하자면 일단 이종원 대표부터가 레이싱게임에 워낙 애정이 많다. 수학과를 나왔는데 박사학위도 물리엔진을 이용한 자동차 파괴구현으로 땄고, 실패하긴 했지만 <와일드랠리> 같은 게임도 있었다. 매출보다는 레이싱에 대한 애착, 레이싱게임을 띄우겠다는 의지로 더 똘똘 뭉친 팀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TIG> 기간이 길었던 만큼 달라진 부분도 많겠다?

문: 대표적으로 3년전까지는 오픈월드 레이싱이었다. 근데 오픈월드로는 레이싱게임이 살아갈 해답을 못 찾겠더라. 결국 로비는 오픈하더라도 경기는 잘 짜인 트랙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TIG> 실제 차량을 도입하려면 필요한 라이선스도 많을 텐데

양: 일단 인기가 있는 차량들, 각 성장단계별로 꼭 필요한 차량들을 위주로 작업 중이다.


TIG> 라이선스 작업도 만만치 않을 텐데, 반응들이 어떻든가?

문: 재미있어 하는 곳도 있고, 갑갑한 곳도 있다. 해외는 미국 법인과 에이전시를 통해서도 접촉 중인데 일단 레이싱게임 시장이 있고 게임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서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을 듯하다.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는 곳도 많았다.

양: 사실 재미있는 게 자사의 멋있는 차량은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알아서 멋지게 나올 거라 기대를 하는데, 오히려 최하위 클래스의 차량을 만드는 게 더 어렵다. 누구라도 자기 차가 제일 낮은 순위 차량이 되는 건 싫은데, 누군가는 최하위 차량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TIG> 온라인 레이싱게임의 최대 적 중 하나가 최적화와 사양이다.

양: <포르자>나 <드라이브클럽>도 결국 온라인에서 문제가 터졌는데, 다행히 우리는 그렇게 문제가 될 이슈는 없을 듯하다. 애초에 온라인을 생각하고 만들었고, 온라인에 대한 노하우가 오히려 더 많다. 적절한 타협점도 봤는데 다이렉트X만 해도 PC사양을 위해 일부러 최신 버전으로 안 넘어갔다.

문: 그래픽 퀄리티나 동기화, 최적화는 초반부터 많이 고민한 내용이다. 이번에 공개된 스크린샷이 2년 전에 만든 것들인데 지금은 그래픽은 좀 나아지고, 대신 사양은 확 줄었다. 아쉬운 건 사운드를 좀 간과했다는 점인데 초반에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가 없으니 그래픽에만 작업을 집중했다. 근데 그래픽이 너무 좋아지고 나니까 이제는 사운드가 신경이 많이 쓰인다. 


TIG> 자동차 사운드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전문적인 팀까지 따로 있을 정도인데. 할 수 있겠나?

양: 사운드는 내부 사운드팀에서 작업 중이다. 첫 목표는 <니드포스피드>였는데 자세히 들어보니까 엄청나게 디테일하지는 않더라. 그래서 그 수준을 넘는 게 목표로 바뀌었다. <그란투리스모>처럼 모든 차량의 배기음을 따지는 못해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맞추는 건 고민 중이다. 차후에는 차량을 놓고 녹음할 수도 있고.

문: 마침 <그란투리스모>의 사운드 녹음에 참여했던 한국회사가 있어서 우리 게임도 피드백을 받았는데 심각한 상항이란다. (웃으며) 그래서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여도 자동차 사운드는 조작에 맞물려 있어서 쉽지가 않다. 

그냥 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 갑자기 속력을 올릴 때, 속력이 서서히 줄 때,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아닐 때 등등 소리가 다 다르다. 근데 그 소리가 전부 이어져야 하니까. 생각만큼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 요즘에는 내부 사운드팀이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있다.


TIG> 목표로 삼은 일정이 있나?

양: 라이선스가 무난히 해결이 되면 내년 상반기 CBT 정도가 목표다. 일단 KIA 차량 라이선스를 마쳤고 다른 유명 메이커도 속속 진행이 될 듯하다. 가능한 좋은 모습, 많은 콘텐츠로 만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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