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원 벌어놓고 과징금 3,600만 원이 말이 되냐"
어제 자 기사 <공정위, '그랜드체이스 클래식'의 거짓 확률 표기로 '코그'에 과징금 부과>(바로가기)에 달린 댓글을 보았습니다. 당첨 구조 및 당첨 확률을 거짓으로 알리면서 '구슬봉인 해제 주문서(이하 ‘주문서’) 30억 원 어치를 팔고, 그에 대한 대가로 3,600만 원을 내게 되었으니 이런 식이라면 누가 사기를 안 치고 투명하게 운영하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징금 3,600만 원은 어떻게 책정된 것일까요? 과징금은 법규 위반에 대한 경제적 제재로, 위반행위의 억제와 부당이득 환수를 목적으로 부과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는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권한이 있는 것이고요. 보통은 '과징금 = (매출 ÷ 위반일수) × 0.3 × 영업정지일수'의 산출식을 가져갑니다. 여기에 위반행위의 성격, 매출액, 위반 기간, 반복성, 고의성, 피해 규모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징금의 총액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식을 산출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주문서는 한 번에 많이 구매할수록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고, 게임 내에서 무료로 지급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또 <그랜드체이스 클래식>이 스팀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이었다는 점도 매출 산정에 어려움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은 계속 바뀌는데, 글로벌에서 들어오는 매출의 원화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가도 문제였던 것이죠.
공정위는 본지에 "정확한 원화 가치와 회사가 취득한 이익을 산정하기 어려워 정액과징금을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액과징금이란 위반 행위로 인한 관련 매출액이나 위반 금액 등 산정이 곤란할 때, 공정위가 별도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부과하는 과징금을 의미합니다. 공정위는 이러한 정액과징금의 구체적인 기준 금액이나 세부 기준표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공정위는 문제가 된 기간 동안 코그(KOG)가 '약 30억 원 상당의' 주문서를 판매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30억 원은 과징금을 산출하는 데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정액과징금의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단언은 어렵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았던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변호사)은 "과징금 부과에는 고의성과 자체적인 시정 노력 등이 함께 검토된다"고 전했습니다.

'약 30억 원'의 잘못된 주문서 매출에서 3,600만 원의 과징금이 나온 셈인데, 매출 대비 비율을 대략 계산해 보면 1.2%가 됩니다. 3,600만 원의 과징금에는 공정위의 '정상참작'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그는 2023년 2월 24일 문제가 된 공지사항을 삭제하고, 2023년 3월 22일 주문서의 당첨 확률을 기존의 포인트 적립제에서 홈페이지에 안내된 확률표와 동일하게 변경했습니다. 2023년 2월 <그랜드체이스 클래식> 이용자들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다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첫 시도에 코디 아이템을 얻거나 2회 이상 연속으로 코디 아이템을 얻은 사례가 전무하다고 주장했고, 이후 코그가 이 문제를 자체 시정을 한 것을 '정상참작'의 근거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에 서비스가 중단된 게임을 다시 살려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코그가 문제의 로직이 확률형이 아니라 포인트형(사진 참조, 이용자가 포인트를 모아야 아이템을 지급하는 형태)으로 이루어졌던 것을 모르고 있었던 점이 감안된 것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코그의 내부 문건에서도 뒤늦게 해당 모델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확인하고 앞으로 생길 문제를 예측하는 내용이 나타납니다. 공정위 자료에서는 "일반적인 확률형 아이템과는 다른 당첨 구조이며, 상식에도 반하는 구조"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정리하자면 3,600만 원의 과징금은 매출을 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되는 정액과징금의 형태로 부과된 것입니다. '약 30억'의 주문서 판매 내역은 과징금 계산에 쓰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코그는 옛 게임을 다시 가져와 서비스하던 중 포인트제 BM이 가진 문제를 발견했고, 2023년 그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공정위는 이 점을 '정상참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코그는 공정위 심판정에서도 자사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이철우 협회장은 "소비자가 입은 손해가 100이라고 한다면, 그 배상은 소비자에게 돌아가야지 100만큼 고스란히 과징금이 부과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코그 이종원 대표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문제가 되었던 기간 동안 구슬 봉인 해제 주문서를 구매한 유저를 대상으로 보상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