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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발표

"성적인 여성 캐릭터 묘사가 혐오 조장"… 실제 연구 결과는?

18개 기존 연구 메타분석 논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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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언(톤톤) 2022-06-28 18:12:21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성적 묘사(sexualization)가 플레이어의 여성혐오를 조장한다.’

 

현재 게임계에서 널리 수용되고 있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많은 게이머가 특정 게임을 소비하지 않거나, 보이콧하기도 한다. 글로벌 게임사들도 점점 과하게 섹슈얼한 여성 캐릭터 디자인을 지양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하면서도 반대로 게임계의 큰 반발을 사는 가설도 있다. 

 

바로 ‘게임 속 폭력 묘사가 플레이어의 폭력 성향을 조장한다’는 가설이다. ‘성’과 ‘폭력’이라는 각각의 주제는 다르지만, ‘게임 속 부정적 묘사가 현실에서 악영향을 미친다’는 기본 접근은 동일해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그 반응은 전혀 다른 걸까?

 

지난 5월 '게임 때문에 총기 범죄가 증가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폭스 뉴스 앵커 (출처: 폭스)

 

# 게임의 성적 묘사가 끼치는 ‘정신적 악영향’, 학술적 근거 충분할까

 

후자의 경우 많은 학술 연구에 의해 숱하게 반박당해 왔다는 차이가 있다. 오랜 기간 반대 증거가 꾸준히 누적됐기 때문에, 일부러 이를 외면하거나 아예 사안에 무지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러한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 속 성적 묘사가 플레이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에는 충분한 학술적 근거가 있을까?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통계적으로 통합,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게임플레이와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태도, 그리고 기타 정신건강적 악영향 사이에서 유의미한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즉 게임 플레이로 인해 더 여성혐오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거나, 자기 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등의 영향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

미국 스테트슨 대학교,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교,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라스무스 대학교 등 공동 연구진은 바로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18개 관련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메타분석이란 하나의 주제를 두고 이뤄진 여러 개의 기존 연구결과를 종합 분석해 결론을 도출하는 연구 방법론이다.

 

연구진이 선정한 18개 연구는 모두 ‘일반 게임’과 ‘성적인 게임’ 각각에 대한 참가자들의 노출 정도를 측정했다. 또한 전체 중 15개 연구에서는 여성을 향한 참가자들의 공격성, 그리고 성차별적 태도를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총 10개 연구는 우울증, 신체상(body image·자신의 신체에 대한 인식), 불안증 등과 관련된 요소들을 조사했다.

 

논문 주요 저자인 크리스토퍼 J. 퍼거슨 스테트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나는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미치는 영향을 20년째 연구해왔다. 그간 대부분의 사람은 폭력적 게임과 실제 공격 행위 및 강력 범죄 사이에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게임의 성적 묘사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중략) 우리 연구진은 이러한 의문에 명확히 답하고 싶었다"며 연구 의도를 밝혔다.

 

 

 

# 연구의 의의: “여성 묘사 개선하지 말자는 것 아니야”

 

그러나 이번 연구가 게임 내 여성의 묘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전적으로 '무력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다른 형태의 게임 개선/변경 요구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의견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정신적 악영향'은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 연구를 주도한 퍼거슨 교수의 생각이다.

 

퍼거슨 교수는 외신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게임에서의 ‘더 나은 여성 묘사’(better representations of females)에 대한 지지 활동을 하자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다만 순전히 ‘공중 보건’ 관점에서 봤을 때 게임에 의한 정신건강문제 유발은 사회적 고려 사항이 아님을 밝혀냈을 뿐이라는 것.

 

교수는 오히려 ‘틀린 근거’ 때문에 관련 지지 활동(advocacy)의 타당성에 흠집이 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그는 “성적 묘사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은 (이렇듯) 쉽게 거짓으로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만 한다. 이런 주장만 빼놓는다면 합리적이었을 지지 활동에 대해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라고 자기 견해를 밝혔다.

 

이어 “나 역시 게임에서의 여성 묘사 개선 노력을 지지한다. 다만 지지자(advocacy)들이 잘못된 근거를 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경향은 지지자 그룹에서 너무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비디오게임의 성적 묘사는 플레이어에게 해를 입히는가? 메타분석 조사”(Does sexualization in video games cause harm in players? A meta-analytic examination) 논문은 ‘인간 행동과 컴퓨터’ 국제 저널에 게재됐다.

 

일부 서양 매체와 게이머들은 <로스트아크>의 여성 캐릭터 묘사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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