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내 자사 게임 대부분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내 블리자드 게임 퍼블리싱을 맡은 넷이즈와의 계약 연장이 불발됨에 따른 결과다. 이로써 블리자드와 넷이즈 간의 14년 파트너십이 2023년 1월 23일을 기점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서비스가 중지되는 게임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디아블로 3>,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으로,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반면 두 기업이 가장 최근 협업해 출시한 모바일 신작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번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공동 개발과 퍼블리싱은 양사의 별도 계약에 의해 진행된다”고 전했다.
계약 불발의 원인에 관해 블리자드는 “블리자드의 운영 원칙, 플레이어와 직원을 향한 헌신 등 이념에 합치하지 않는 계약 조건을 개선하고자 했으나, 양사 간 협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계약은 2023년 1월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딩레이 넷이즈 회장 역시 “핵심 조건에 있어서의 중요한 차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블리자드 순수익에서 양사 계약이 차지했던 비중은 3%로 알려졌다, 넷이즈 역시 2021년 및 2022년 9월까지의 순수익 중 1~3%가량이 해당 계약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블리자드의 중국 시장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 사장은 “향후 우리 게임을 다시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로 블리자드가 중국 내 다른 퍼블리셔를 찾아낼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최근 시진핑 주석의 3 연임 확정에 따른 향후 중국 내 환경 변화가 해외 게임사에 기존보다 더 적대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존에도 중국 진출을 원하거나 이미 진출한 글로벌 게임사 모두 판호 시스템, 검열, 게임 이용 시간 제한 등 이슈로 난항을 겪어온 바 있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 기조에 따라 게임사뿐만이 아닌 빅테크 전반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면서, 해외 기업들과의 협업 측면에서도 당 이념에 따른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내보인 바 있다.
더 나아가 현지 법에 따르면 새로운 퍼블리셔를 통해 해외 게임사가 게임을 다시 출시할 경우, 이전에 판호 발급을 받았던 게임이어도 판호를 재발급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 내 블리자드 게임 팬들이 다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태를 상세히 다룬 중국 현지 게임매체 징허(竞核)는 관계자를 인용, 이번 협상 결렬은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CEO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2년 치 계약금을 선납 받으려고 한 것에 기인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이번 해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함에 따라 실적을 개선하려는 시도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회계감사적 측면에서 이는 비위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넷이즈가 계약 조건에 동의할 수 없었다는 것
한편 바비 코틱의 계약 결렬 발표 시점도 넷이즈 입장에서는 '배신'에 가까웠다고 매체는 평가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경제지 블룸버그를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한 시점은 홍콩 증시 거래시간 도중이었다. 현지 기업들은 장 마감 이전에 공식 발표를 할 수 없도록 규제되고 있기 때문에, 넷이즈는 정오까지 관련 발표에 나설 수 없었고 결국 이날 홍콩증시에서 주가 12% 하락이라는 뼈아픈 타격을 입었다.
더 나아가 중국 시장에 우호적이었던 마이크 모하임 전 블리자드 CEO를 바비 코틱이 전방위로 압박했다는 의혹도 함께 보도했다. 매체는 "마이크 모하임은 넷이즈와 블리자드의 협력을 끌어냈다. 하지만 그가 회사를 떠나기 전 마지막 2년 동안은 바비 코틱이 그를 관련 직무에서 배제했으며, 모든 측면에서 그의 권한을 억누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2019년 마이크 모하임은 퇴사했고, 이후 블리자드는 자체적인 CEO 없이 사장(president)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최초로 블리자드와 넷이즈 계약 협상을 바비 코틱이 직접 주도하면서, 그의 개인적 의사가 계약 내용에 대거 반영되어 결국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한편 매체는 현재 바이트댄스와 텐센트가 이미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둘 다 실제 사업 인수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두 퍼블리셔의 입장에서는 협상을 저어할 일차적 이유가 있다. 우선 바비 코틱의 신용도가 걸림돌이 된다. 이미 여러 스튜디오의 핵심 인재들이 그로 인해서 회사를 떠나면서 신작 연구개발 역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더 나아가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세계 각지 정부의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한 현 상황도 불안 요소다.
또한 텐센트의 경우 바비 코틱과의 악연이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2022년 초 바비 코틱은 텐센트에 접근,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의 해외 퍼블리싱 권한 매입 의사를 밝혔고, 동의하지 않을 경우 <콜 오브 듀티 워존>의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 뒤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의 홍보는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때문에 텐센트는 블리자드와 협상하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한편 바이트댄스의 경우 유저 확대 측면에서 블리자드 게임 퍼블리싱을 원할 가능성이 비교적 더 높다. 그러나 올해 있었던 게임 부문 정리해고와 스튜디오 폐쇄 등 이슈 이후 바이트댄스의 게임사업은 소강상태에 들어간 듯 보인다. 최근 자회사 뉴버스를 통해 출시한 <마블 스냅> 등을 제외하면 해외 기업 관련 활동이 뜸하다.
매체는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바이트댄스는 블리자드 게임의 중국 서비스를 인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